내용보기
# 어둠속에서. ‘도대체 왜 자꾸 이런일이..’ 화장실 옆에 있는 작은 공간속으로 걸어가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베란다 형식으로 뻥 뚫려있는 공간이라 바깥의 시원한 공기가 폐속깊숙이 저며 들어왔다. 마음이 갑갑하다. 차라리 이럴때 -얼마나 마셔봤다고- 소주든 맥주든 한잔 걸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번번히 병신같이 처신하는 나의 태도에 스스로 치가 떨렸다. 제길.. 빌어먹을. 온갖 욕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누군가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잔득 당황해서는 어둑어둑한 구석쪽으로 다가가 몸을 또다시 웅크렸다. “담배 한 개비 줘봐.” -새끼. 좀 가지고 다녀라. “씨발놈아. 존나 좋은 구경 시켜준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냐?” 남자 두명의 커다란 언성이 오고갔다. 직감적으로 그것이 진수와 오토바이 녀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씨발 죽인다. 얼굴도 존나 동안인데, 몸매는 씨발 죽여주더만. 아직도 그 몰캉몰캉한 느낌이 지워지질 않는다.” -여친 눈치 안보이냐 병신아? “아 씨발, 몰라.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그러니까 저 기수혁이라는 새끼가 정말 저 누나 딴거냐?”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냐? 아까 못봤어? 수혁이 새끼가 귀속에다가 무슨 말만 하면 그렇게 자지러지던 누나가 잠잠해 지잖아. 이래서 아다를 따인 년은 아다를 따간 새끼한테 순정을 바치게 되어 있어. “아 씨발, 저 누나 진짜 아다였냐? 아 씨발 존나 아깝다. 왜 저 새끼한테 걸려서는..” -속고만 살았나? 나도 뭐 씨발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수혁이 저 새끼가 학교에 저 누나가 입고 있던 팬티를 가지고 왔더라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슬쩍 보니까 팬티에 피가 조금 묻어 있어요? 수혁이 새끼한테 이게 뭐냐? 하고 물었더니, ‘어제 상황이 다급해서 팬티도 못벗기고 그냥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그렇게 되어있더라’ 하더라. 아 씨발 진짜 아다였구나.. 했지.. “죽인다. 씨발 그나저나. 이따가 나도 저 누나 먹어볼 수 있냐?” -꿈깨는게 좋을걸? 나도 수혁이 새끼한테 몇 번이고 성질을 냈는데, 뭐 계획이 있다고 하던가? 막 그러면서 번번히 씨발 훼방을 놓는거라. 그리고 씹쌔야. 나도 못먹었는데, 니가 먹을 수 있겠냐? “아 씨발, 진짜 무슨 방법 없냐? 나 저 누나랑 진짜 ‘섹스’한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씨발새끼. 크크. 또 모르지. 이따가 술마시러 갔다가 운좋으면 할 수 있을런지도. 솔직히 내심 나도 그걸 기대하고 있기는 한데. “아 씨발. 안되겠다. 그럼 지금 당장 술마시러 가자. 여기서 우리집이 제일 가까우니까 그리로 가자. 마침 부모님 두분 다 안계시니까..” -존나 발정난 새끼. 개냐? 큭큭 뿌연 담배연기가 여기저기 흩날리며 코끝을 간지럽혔다. 코가 매워서 몇 번이고 기침을 하고 싶었는데, 눈 앞의 상대들 때문에 녹녹치 않다. 기어이 땅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는가 싶더니 녀석들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나는 콜록 거리며 어둠속에서 빠져 나왔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저 오토바이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온 ‘섹스’라는 한마디와 진수 녀석의 ‘피묻은 팬티’ 라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심히 뒤틀리게 하고 있었다. 슬금슬금 피씨방 안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주섬주섬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주위를 살피는데, 화장실쪽에서 타이트한 치마를 툴툴 털어내며 걸어 나오는 ‘갈색머리’와 눈이 마주쳤다. 아차 싶은 생각에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는데, 갈색치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나를 지나쳐갔다. 자리로 돌아와 피씨방을 빠져 나가는 아이들을 훔쳐봤다. 어느새 옷을 정리해 입었는지 누나의 블라우스가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누나의 표정은 너무나 어두웠다. 그 뒤를 파마머리가 뒤따라 걷는데,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연신 ‘우와 씨발 돈 존나 벌었어!!’ 라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아까 그 채팅은 정상적인 채팅이 아니리라.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갔을때, 나도 자리를 떴다. 알반지 주인인지 모를 남자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나를 신기한듯 쳐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큰소리’가 났는데, 미동조차 없었던 녀석의 얼굴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수가 없었다. 하긴 지금 상황에서 내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서둘러 계단을 내려왔다. 이미 아이들이 오토바이에 올라타서는 어디론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오토바이 녀석 바로 뒤에 앉아있는 파마머리의 풍만한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오토바이 녀석이 잔득 상기된 얼굴로 진수에게 무어라 무어라 또 얘기를 하는가 싶더니, 슬쩍 누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뒤에 앉아있던 파마머리가 슬쩍 진수의 등을 꼬집자, 인상을 찡그리는가 싶더니 자리를 떴다. 그러자 수혁이 녀석과 진수, 그리고 재훈이 녀석이 누나와 함께 걸어갈 채비를 했다. “벌써.. 벌써.. 10시다. 얘들아. 역시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게 좋겠어. 인호도 기다리고” -벌써가 아니라. 큭. 아직 10시 인거죠 누나. 어제 기억 안나요? 그제 몇시까지 ‘뒹굴었’더라.. “그.. 얘기는.. 그만..” -뭘 아직도 부끄러워해요? 큭. 이제야 여자가 되신 분이. 큭. 그나저나 여기는 괜찮아요? “윽..” 조롱하듯 누나를 마주하고 서 있던 수혁이의 손이, 누나의 가랑이 사이로 쑤욱 하고 들어갔다. 누나의 몸이 새우처럼 굽어지는가 싶더니, 왠일인지 별다른 저항이 없다. 재훈이와 진수가 그 모습을 신기한듯 쳐다봤다. “큭. 일부러 어제 하루 쉴 시간도 드렸잖아요. 그럼 오늘은 제가 원하는대로 해 주셔야죠” -그.. 그치만.. “말씀드렸죠? 제가 만족할 때까지. 저 아직 한번도 만족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일찍 들어가고 싶으시면 절 만족시켜보세요.” -큭큭큭. 수혁이 녀석의 말에 누나는 말이 없었다. 그저 주위에 서 있던 진수와 재훈이 녀석만이 키득키득 웃어댔다. 누나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런 누나의 팔을 수혁이 녀석이 낚아채서는 또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누나에게 전화를 걸 생각도 미처 하지 못하고, 녀석들을 따라갔다. 10분쯤 걸어가니, 피씨방 만큼이나 허름해 보이는 아파트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허름하기도 허름한데, 일단 낮기도 너무 낮아서, 아파트라고 부르는게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누나와 녀석들이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오토바이 녀석이 헐레벌떡 건물에서 뛰쳐 나오는게 보였다. 그리곤 아까처럼 누나를 힐긋 내려다보더니 누나와 녀석들을 안내하고 나섰다. 누나는 말없이 녀석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장시간의 ‘추적’이 익숙해 졌는지, 나는 겁도 없이 녀석들을 따라 성큼성큼 아파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라도 타고 올라갈 줄 알았더니, 녀석들은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 ‘211호’ 녀석들이 들어간 문 앞에 서서, 나는 그 얄궂은 숫자를 속으로 뇌까렸다. 아마도 이젠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겠지. 안절부절 못하고 주위를 살피며 어둠이 자욱한 211호 앞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훔쳐 들으려고 한건 아니지만- 한참을 그러고 있노라니, 문 뒤에서 연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이 뒤엉킨 시끄러운 웃음소리. 누나도 저 안에서 웃고 있는걸까? 뭘하고 있을까? 술을 마시고 있을까? 아까처럼 아이들에게 젖가슴을 내보이고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시간을 확인하니 11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역시 누나한테 전화를 넣어보는 게 나을까? 싶은 생각에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는데, 문 옆에 굳게 잠겨 있던 ‘창문’이 갑자기 스르륵하고 열리는게 보였다. 귀신이라도 본것마냥 나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창문은 왜 열어?” -덥잖아. 신경쓰지 말고 씨발 일로 와봐. 창문 바로 아래에서 숨을 죽이고 있자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 ‘쪽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숨이 가빠왔지만, 막연한 호기심에 -나름 용기를 내어- 열려있는 창문쪽을 슬쩍 쳐다봤다. “아 씨발.. 죽인다. 아 씨발..” [쪽.. 쪽.. 쭈웁.. 쭈웁] “더.. 더.. 더 세게 빨아봐!!” [쭈웁 쭈웁] 어둠이 내려앉아 잘 보이지 않긴 했지만, 침대 위에 벌거벗은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헌데 자세가 어쩐지 조금 묘하다. 남자는 침대 끝부분에 걸터앉아 다리를 벌린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고, ‘파마머리’는 그 가랑이 사이로 몸을 웅크리고 기어 들어가 연신 -수혁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자의 고추를 예뻐해 주고 있었다. 누나가 수혁이 녀석의 고추를 물고 있던걸 본적은 있지만, 어쩐지 파마머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러니까 뭐랄까, 파마머리쪽이 더.. ‘열심히’ 빠는것 같은 느낌. “쭈웁.. 쭈웁. 하아. 하아. 씨발새꺄. 밖에 있는 언니보고 조꼴렸니?” -아 씨발. 그런거 아니거든? 그냥 닥치고 좀 빨아봐. 아 씨발. 역시 좆빠는건 니가 최고다. “쭈웁. 쭈웁. 하아. 역시 그렇지? 가슴 크기 말고 내가 저 언니보다 못한건 없지?” -하아. 몰라.. 에라 씨발 모르겠다. 존나 꼴린다. 일로와!! 오토바이 녀석은 자신의 사타구니 쪽에 코를 묻고 있는 파마머리의 겨드랑이 쪽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자신이 앉아있던 침대위에 내동댕이 쳤다. 보아하니 둘다 이미 술을 많이 마신것 같다. 이미 내가 서 있는 창문쪽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파마머리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오토바이 남자의 고추가 눈에 들어왔다. 거친숨을 내쉬고 자신의 가랑이를 활짝 벌린채 침대 위에 발라당 누워있는 파마머리의 완연한 나신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 고추가 빠르게 일어섰다. 태어나 여자의 알몸을 처음 봐버렸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 기분은 몇일전 텅빈 방에서 혼자 자위를 하던때와 매우 흡사한 기분이다. “씨발.. 넣는다..” -하아.. 하아. 빨리.. 창문뒤에 몸을 숨키고 있는데, 방안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뜨끈해진 나의 고추를 쓸데없이 한번 어루만지다가 슬쩍 방안을 훔쳐봤다. ‘뭐... 뭘 하는거지?’ 창문안으로 시선을 구겨넣었을땐, 오토바이 녀석의 넓은 등만 보이고 파마머리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침대위에서 오토바이 녀석의 몸이 ‘살벌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눈을 찡그리고 보니, 녀석의 어깨와 허리춤에 각각 여자의 손과 발이 대롱대롱 걸쳐져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얄쌍한 신음소리와 함께 남자 녀석의 몸이 쉼없이 흔들렸다. ‘저건.. 얼마전에 수혁이가 나한테 보여줬던 그... 섹...?’ 눈앞의 파마머리와 오토바이 녀석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얼마전 수혁이가 보여줬던 섹스 동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형식적인 성교육이야 학교에서 어릴적에 몇 번 받기는 했지만, 나는 이정도로 어리숙한 놈이다. 생전 처음 보는 -그러니까 여자랑 남자가 실제로 뒤엉켜서 하는 섹스를- 여자와 남자의 낯선 ‘교감’을 나는 정신을 잃고 훔쳐봤다. “으.. 으.. 씨발 싼다..” -앙.. 벌써? 이새끼...안돼.. 자.. 자세 바꿔.. “아.. 아니야. 못견디겠어.. 아 씨발.. 누나.. 누.. 누나” -뭐? 누나? 이런 미친새끼가! 어둠속에서 녀석의 엉덩이가 빠르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축 늘어진다. 녀석의 등을 파마머리의 손이 몇 번이고 두드려보지만, 오토바이 녀석은 미동조차 없다. 녀석이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기에, 파마머리의 젖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눈이 벌개져서는 창문밑으로 몸을 숨겼다. 아까부터 바짝 서버린 고추가 너무 얼얼해 아플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난생 처음 본 광경을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게.. 이게... 섹스..’ 태어나서 실제로 처음 본 섹스의 여운은 꽤나 강렬했던 모양이다. 누나고 뭐고, 얼이 빠진 사람처럼 창문밑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섹스가 이런거라면, 누나도 수혁이 녀석과 저런 짓을 했단 말인가? 그리고 아까 피씨방 화장실에서도 그 갈색머리가 ‘섹스’를 했던걸까? 마음이 답답해졌다. 괜한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머리위로 남녀가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문을 쾅 닫는 소리와 함께 두 남녀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제야 문뒤에 있는 누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혹시나 누군가가 창문을 열지 않을까 생각하며 집 앞에서 하염없이 서있었다. 하지만, 파마머리와 오토바이 녀석의 ‘섹스’ 이후에 꽤나 오랫동안 아무일도 없었다. 시간을 보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한동안 시끄럽게 문넘어에서 들려오던 웃음소리는 어쩐 일인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왠일인지 한번 큰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놀라서 열려있는 창문을 훔쳐봤지만, 도통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한숨을 푹푹 쉬며 한 5분쯤 그렇게 서 있는데, 파마머리와 오토바이 녀석이 나뒹굴었던 방에 한줄기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낯선 녀석들의 기분나쁜 환호성과 함께 몸을 숨겼다. 그랬더니 창문너머로 문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일일까? 또 누가 ’섹스‘라도 하러 들어온걸까?’ 어쩐지 섹스라는 말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낯부끄러워져서 슬금슬금 고개를 올려 보는데, 비틀비틀 거리는 여자의 뒷태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안을 살펴 봤지만, 여자만 있을 뿐 남자는 아무데도 없다. ‘뭐지? 잠깐. 그나저나 저 긴머리. 여자라면 파마머리, 갈색머리, 그리고 누나 3명밖에 없을텐데. 그리고 긴머리는... 누나 밖에 없을텐데...?’ 심장이 떨려와서 나는 고개를 완전히 들어 창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자 창문너머의 여자가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침대위에 툭 쓰러졌다. 몸을 가누는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머리를 한번 쓸어올리는가 싶더니,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석하게도 상대편의 여자는 나를 향해 ‘얼굴’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블라우스’와 ‘치마’ 차림의 여자는 무언가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듯이,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뭐.. 뭘 하고 있는거야?’ 여자의 나신이 조금씩 드러났다. 등뒤로 식은땀이 흘러서 살짝 고개를 돌리려다가 다시 창문안으로 고개를 밀어넣었다. 여자의 뽀얀 나신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의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팬티’천조각은 눈에 들어오지만, 당연히 있어야할 상체쪽의 ‘천’은 보이지 않는다. 브레지어를 입고 있지 않다. 여자는 쉼없이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땅바닥에 놓인 무언가를 주섬주섬 집어 들었다. 덕분에 ‘여자’의 풍만한 엉덩이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한 5분여쯤 지났을때 다시 고개를 돌리니 ‘교복’ 차림의 ‘여자’가 문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며 서 있었다. 영문을 몰라 눈을 껌벅거리며 방안을 살펴보는데, 사이즈가 조금 작은지 타이트한 교복 치마가 어쩐지 더 타이트하게 보였다. 게다가 교복셔츠도 조금 짧은 모양인지, ‘여자‘가 셔츠의 끝자락을 잡고 아무리 내리려고 안간힘을 써도, 좀처럼 내려오질 않았다. 덕분에 여자의 잘록하고 하얀 허릿살이 고스란히 내보여지고 있었다. 자신이 허물처럼 벗어던진 옷가지를 손에들고, 한참을 문앞에 서 있던 ’여자‘는 짧게 쉼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기어이 문을 열었다. 동시에 문 바깥쪽에서 아까와 같은 열렬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방안에 어둠이 잦아들었다. 머리가 멍해져서 나는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끝내 누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받아!! 누나 전화받으라고!!!’ 들리지도 않는데,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혼잣말을 했다. 문과 창문에 귀를 바싹 가져다 대며 속을 끓이고 있는데,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서둘러 슬라이드를 올렸다. “누나!!.” -어.. 어... 인호야.. 끅.. “어.. 어디야?” 누나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방에서 확인했지만- 벌써 술을 제법 마셨는지, 발음이 여간 이상한게 아니었다. “어..끅. 지금.. 친구.. 친구들이랑 끅. 있어. 우리.. 끅 인호는. 도서관 가려구?” -어? 아.. 아니.. 도서관이 아니라 집에 가는거지.. 누나 취했어? “어? 끅. 어. 흐흐. 어. 미안, 그래 집이지. 도서관이 아니라. 집에 가려구? 미안. 끅. 누나 조금 늦어질 것 같은.. 끅. 데?” -얼마나? “잘.. 모.. 모르겠어.. 이.. 인호야.. 미안.. 끅.” -뭐가.. 뭐가. 미안한데... “그냥.. 끅. 암튼 미안. 끅. 친.. 친구들이 전화 끊으라네. 미안. 끅. 머.. 먼저 자..” -누나.. 누나...! 누나가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버릇처럼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면서도 애꿎은 211이라는 숫자를 올려다봤다. 빌어먹을. 맘같아서는 문을 두드리고 누나를 불러내고 싶었지만, 역시나 병신같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한참동안을 문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하릴없이 슬라이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문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서둘러 몸을 숨겼다. [끼익] “야, 그냥 저기 방안에서 해!” -아 너무 찝찝해. 큭. 그건 내 취미에도 맞지 않아. “새끼, 취미는 무슨..”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빼꼼 들자, 한눈에 보기에도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수혁이 녀석이 신발을 구겨신으며 몸을 빠져나오는게 보였다. 보이지는 않지만 문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진수 같았다. 한참을 그러고 서 있는데, 수혁이가 문 뒤쪽을 향해 고개를 조금 까딱거리자 누가 비틀거리며 문을 빠져나오는게 보였다. 맙소사 누나였다. 누나의 빨갛게 물든 볼에 비하면 수혁이 녀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술을 얼마나 마신걸까?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더니 기어이 수혁이 품안으로 쓰러졌다. 다만 ‘교복차림‘의 누나는 말그대로 어딘가 너무 어색했다. “와.. 그 누나 씨발. 교복도 존나 잘 어울린다. 여고생이라고 그래도 믿겠어~” -큭. 아까 벌칙으로 저기 뻗어있는 여자애랑 옷바꿔입기 한 게 대박이었지. 덕분에 큭. 지금 꼴려 죽겠다. “아 이새끼. 오늘 돌려 먹을 수 있는거냐?” -큭. 차진수.. 큭.. 기다려봐 임마! “맨날 기다리래. 씨발놈. 큭. 졌다 졌어. 할 수 없이 저기 뻗어있는 년들이나 좀 돌려야겠다. 아 맞다 야! 이거 가지고 가!” 어색한 교복차림의 누나를 품에 안고 있는 수혁이에게 진수가 ‘스마트폰’을 건낸다. 잠깐 인상을 쓰는것 같더니, 수혁이가 진수로부터 그것을 받아들었다. 수혁이가 누나의 몸을 매만지며 어디로 걸어가려는데, 진수 녀석이 비틀비틀 나와서 누나가 꼭 움켜쥐고 있는 ‘무언가’를 빼앗았다. 누나가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진수는 말없이 뒤돌아섰다. 슬쩍 진수의 손을 보니, 누나의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진수가 문뒤로 사라지자, 수혁이 녀석이 누나를 부축하며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있는게 보였다. -아마 술 탓이겠지만- 누나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수혁이 녀석의 뒤를 밟았다.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한동안 계속되던 그 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을때까지, 나는 2층 난간을 붙잡고 서 있었다. 기어이 그 소리가 사라졌을때, 나도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혹시나 211호에서 누군가 문을 열고 나오는건 아닐까 조마조마하면서. 1층에 내려와서 주위를 살폈지만 누나와 수혁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물밖으로 나가봤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내가 늦장을 부린건 아닌가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 들었다. 바보처럼 전화를 걸려고 전화기를 꺼내봤지만, 진수 녀석의 손에 들린 누나의 휴대폰이 떠올라 그만두기로 했다. 땀을 닦지도 못하고 할 수 없이 다시 1층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신음소리를 따라 나의 시선은 어둑어둑한 지하실로 향했다. “으음.. 으음..” -누나 큭. 정말 섹시하네요. 진짜 여고생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덕분에 아까 술에 꼴아있는 애새끼들 떼어내느라 죽는줄 알았지만요. 후우 큭. 어둑한 지하실 계단을 걸으면 걸을수록 남자와 여자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게 조심조심하면서 기어이 계단 밑으로 내려갔는데,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음같아선 휴대폰 플래쉬를 켜고 구석구석 살피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질 않았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대화’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역시 부드러워요. 후우. 근데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게 흠이라면 흠이네요. 후우.. 잠깐만 보자... 여기다가 이렇게 휴대폰을 두고.. 이걸 누르면...” 수혁이 녀석이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수혁이 녀석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한참을 혼자서 씨름을 하던 수혁이 녀석의 곁이 순간 환하게 빛나는게 보였다. 눈이 부셔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몸을 최대한 낮게 숙였다. 그러자 지하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교복차림의 누나와 수혁이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둘다 낡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 ‘누나..... 누.. 누나’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누나를 불러봤다. 하지만 잠이 들었는지, 어쨌는지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누나는 당연한듯 대답이 없었다. 스마트폰 2개를 나란히 어딘가에 세워 고정시킨 수혁이는 잔득 만족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누나의 곁에 다가갔다. “후우.. 큭. 그럼 나도 슬슬.. 아까 애새끼들이 여자애둘을 둘러싸고 하는짓을 보면서 한심해 보이긴 했지만 솔직히 나도 많이 흥분되긴 했거든요. 보상받아야죠. 큭” -음... 음.. 그렇게 말하던 수혁이는 눈을 감고 있는 누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동시에 녀석의 손이 누나가 입고 있는 타이트한 교복 치마와 셔츠 안으로 정신없이 빨려 들어갔다. 녀석의 분주한 손놀림과 함께 누나의 나지막한 숨소리가 차례대로 들려왔다. 정신을 놓고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아까 파마머리의 ‘섹스’가 떠올라 다시 고추가 빠르게 팽창했다. 한심한 노릇이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데, 정작 몸은 마음을 따라주질 않는다. “쩝..쩝... 웁..” 수혁이와 누나의 입술을 타고 묘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수혁이가 한동안 말없이 누나의 입을 훔친채, 몸 이곳저곳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누나와 입술을 포갠채 정신없이 누나가 입고 있는 교복을 걷어올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플래쉬를 따라 누나의 풍만한 가슴이 교복 블라우스를 뚫고 나와, 수혁이의 가슴에 꾸욱 눌려져 있는게 보였다. 아랑곳하지 않고 수혁이는 누나의 교복치마마저 걷어 올리고 누나가 입고 있는 팬티 안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후우.. 그래요.. 좋아요. 그렇게 반항하지 않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제랑 다르게 여기가 충분히 젖어서 이젠 안아플거에요. 그럼 넣을게요.. 그제랑 같이? 큭” -음.. 잠.. 음... 누나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듯 보였지만, 끝끝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수혁이 녀석은 누나의 가랑이를 벌리고 들어가 자신의 바지를 슬금 내리기 시작했다. 플래쉬가 켜져 있지만 어쩐지 어두워서 수혁이의 고추와 누나의 ‘그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 누나의 다리를 꼭 붙잡고 있던 수혁이 녀석이 어울리지 않는 신음소리와 함께 누나의 허리쪽으로 몸을 밀착시켰을때 기어이 누나의 입에서 아까 그 파마머리와 비슷한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음.. 으음..” -하아. 큭. 겨우 들어갔을 뿐인데, 그런 신음소리는. 어때요? 별로 안아프죠? 하아 죽인다. 하아.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나는 결국 시선을 거뒀다. 손톱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고 있는데, 귓가로 익숙하지 않은 ‘파열음’이 연거푸 들려왔다. 규칙적으로 ‘퍽’ ‘퍽’ ‘퍽’ 하는 소리였다. 아까 파마머리와 오토바이 녀석이 나눈 섹스를 봤을때는 그나마 멀쩡했는데, 이번에는 왠지 무서운 느낌이 들어 귀를 콱 틀어막았다. 하지만 기어이 틀어막은 손을 비집고 누나의 거짓말같은 ‘신음소리’가 크게 들려왔을땐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아파트를 빠져 나갈 수 밖에 없었다. # 부탁 철길까지 미친듯이 뛰어갔다.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병신, 나는 그냥 병신이다.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철길까지 뛰어가다가 기어이, 철길앞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파도 여기저기가 아파야 정상인데, 어쩐지 아무렇지도 않다. 찢어질것만 같은 가슴에 비하면 이건 아픔도 아니다. 철길앞에 쓰러져서는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울고 또 울었다. 시원해 질 때까지. 그나마 조금 진정이 되었을때, 철길앞에 무릎을 쪼그리고 앉았다. 시간은 2시를 넘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누나는 연락이 없다. 애써 아까 봤던 것을 거짓이라 여기며 머릿속에서 떨쳐내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누나는 지금 녀석들에게 협박을 받고 있는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이 협박을 그치기 위해선, 녀석들의 스마트폰 속에 담겨 있는 ‘그것’들을 지워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을땐 새벽 2시를 넘은 시간이었다. 볼 여기저기에 눈물이 말라 붙어서 끈적거렸다.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수시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누나에게서 연락이 없다. 결국 잠들지 못했다. 누나가 비틀거리며 들어온건 새벽 4시였다. 그때까지 자지않고 있으려니, 누나가 나를보고 화들짝 놀랬다. 언제 갈아입었는지, 누나는 교복차림이 아니었다. 다만 보기싫게 구겨진 스커트자락과, 브레지어를 드러낸채 정리하지 못한 블라우스 차림을 보니 다시 마음이 울컥했다. 누나는 자신의 그런 옷차림을 정리할 생각도 없이 내 옆에 다가와 내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누나의 입에서 ‘담배냄새‘가 났다. “누나... 담.. 담배 폈어?” -어??.... 화들짝 놀라 누나를 쳐다보니, 그제야 누나가 볼이 붉어져서는 무어라 무어라 얼버무리며 화장실로 걸어갔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알면서도, 모른척해야 하는건.. 빌어먹을. 너무 힘들다.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주말이 지나가고 있었다. 피곤했는지 오후 늦게까지 잠들어 있는 누나의 얼굴을 보고 또 봤다. 평온함이 내려앉은 누나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바보같이도 미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그리고 오후 4시쯤 누나의 휴대전화 액정에 낯설지만 익숙한 번호가 떴을때는, 그냥 막연하게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나가 깬건 오후 6시쯤이었다. 눈을 부비적 거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누나에게 잠깐 바람좀 쐬고 오겠다며 집을 빠져 나왔다. 누나가 자고 있는 동안에 날아든 10통이 넘는 전화와 ‘메시지’들은 슬그머니 누나 모르게 지워놨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누나의 전화기 전원을 완전히 꺼버리고 집을 나섰다. 아직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지 않은 길거리를 터벅터벅 걸었다. 그리고 통화목록을 슬쩍슬쩍 밀어 넘겨 낯선 번호를 찾아선 꾹 눌렀다. 아직까지도 수혁이 녀석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지 않았다. 처음 몇 번은 녀석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녀석의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때, 겨우 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어.. 나.. 인혼데... “어..” 수혁이 녀석도 짐짓 놀라는 듯 했다. 그러자 간밤에 누나와 부둥켜 안고 있던 수혁이 녀석의 얼굴이 떠올라 눈을 다시한번 질끔 감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 그.. 지금 할 말이 있는데...” -지금? 큭. 무슨말? 해봐. “아니.. 그.. 얼굴을 보고 했으면 하는데...” -엥? 큭. 또 무슨일일까? -지금 너희 집 앞인데... -아 그래? 큭. 알았어. 잠깐 기다려. 다행히 녀석도 집에 있는 모양이다. 입에 담기도 힘들지만 누나와의 ‘섹스’로 지쳐있다면 지쳐있겠지. 나는 쭈뼛거리며 수혁이를 기다렸다. 수혁이가 모습을 드러낸건 그로부터 10분쯤 뒤였다. 딱히 웃는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별다른 인사를 하는것도 아니었다. 그냥 터벅터벅 나에게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 -아.. 그.. 그게.. “후우. 왜 또 저번처럼 술한잔 줄까? 큭..” -그.. 그게 아니라. 그... “후우. 뭔데? 나 내일부터 시험이라 공부하는 중이었는데. 큭.” 수혁이 입에서 흘러나온 공부라는 말이 너무 어색하게 들렸다. 나는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려울것 같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있잖아. 누나... 우리 누나.. 사진이랑... 동영상 좀 지워줬으면 좋겠는데..” -뭐? “그러니까, 우리 누나... ‘이상한’ 사진들 있잖아... 그것좀 지워줬으면 해서..” 고개를 숙이고 수혁이 녀석에게 말했다. 그러자 수혁이 녀석이 말이 없었다. 드디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거지? “.... 무슨 말이야... 라고 하면 너무 뻔뻔한가? 큭. 알고 있었어?” -그게, 그러니까 우연히.. “우연히? 큭.. 재미있다. 우연히라. 그럼 무슨 사진을 말하는건데? 너희 누나 사진? 난 그런거 잘 모르겠는데?” 아뿔싸, 수혁이 녀석이 여유를 되찾았다. 나를 놀리듯 서 있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서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랑... 억지로.. 그... 세.. 섹스 하면서 찍은 사진들..” -푸핫!!! 너 그런말도 할 줄 아냐? 큭. 섹스라니.. 그게 무슨 큭. “부탁이야!!” 얄궂게 섹스라는 한 마디를 내뱉은 나를 수혁이 녀석이 조롱하듯 속삭였다. 너무 분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 상태로 수혁이를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그랬더니 수혁이 녀석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제발. 제발.. 사진이랑 동영상 좀 지워줘. 수혁아.. 그.. 흑.. 우리.. 친구라며.. 큭. 제발.. 부탁이니까 제발 그만해. 우리 누나 못살게 굴지마.. 제발 부탁이야. 내가 너무 미안하고 못견디겠어서 그래.” 찔끔찔끔 흘러나오던 눈물이 기어이 두 볼을 타고 마구 흘러 내렸다. 내 표정을 씁쓸하게 쳐다보던 수혁이 녀석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 병신같이 흐느끼는 나에게 수혁이가 겨우 말을 걸어온건, 그로부터 조금 후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넌, 내가 내 스마트폰에 담긴 네 누나 사진이나 동영상들만 지우면 모든게 다 해결될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최소한. 끅.. 최소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널 찾아왔어. 부탁이다. 끅.. “후우.. 큭. 재미있네.” -네가.. 수혁이 네가.. 그 사진이랑 동영상으로 우리 누나 협박하는것도 봤어.. “협박? 말이 좀 지나치네. 큭. 야.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은데? 큭. 후우. 됐다 됐어. 날도 덥고. 너랑 이러고 있는것도 꼴 사납다. 좋아. 원하는대로 해줄게. 우선...” 수혁이 녀석의 얼굴에 더 이상의 미소는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바지춤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는가 싶더니 내 눈앞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누나의 사진들 -누나가 붉어진 얼굴로 수혁이 녀석의 고추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과, 다리를 벌린채 자신의 그곳을.... -을 말없이 지워서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다시 무언가 조작을 하는것 같더니,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동영상도 지워줄게. 내 폰에는 3개정도 있는데... 보여줄까?” -아.. 아니.. 그.. 그러지마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혁이가 핏기 없는 얼굴로 내 앞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여자의 커다란 신음소리와 함께, 수혁이 녀석의 몸에 -교복차림으로- ‘애원하듯’ 매달려 연신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누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말못할 ‘굴욕감’에 고개를 아래로 내리 깔았다. 수혁이 녀석은 자신의 전화기를 거두어 들이고 약간의 조작을 하는것 같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것도 다 지웠어. 이제 남은건 아무것도 없어. 후우. 큭. ” -진수... “아.. 큭. 그래 진수 새끼랑 재훈이 폰에도 몇 개 있는데, 그것도 다 지워줄게. 그런데 말야. 너... 한가지 확실하게 알아둬. 협박? 큭. 난 그런거 한적 없거든? 단지 네 누나에게 선택권을 줬을 뿐이야. 그거 한가지만 알아둬. 암튼 네가 원하는대로 해 줬으니 나는 들어가도 되지?” 나를 본척만척 하며 수혁이 녀석이 자신의 집으로 걸어갔다. 이제 끝이다. 더 이상 누나가 녀석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괜시리 다시금 바보처럼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집으로 들어가려던 수혁이 녀석이 잠시 멈춰서서는 내가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그런데 말야. 왠지 기분이 조금 그렇네. 아무리 생각해도 협박이라니. 큭.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궁금해지네? 이깟 사진이나 동영상 없이도, 그러니까 네 말만 따라 그따위 '협박‘없이도 내가 다시 너희 누나를 안을 수 있는지 어떤지 말야? 큭.” 수혁이 녀석은 비릿한 미소를 남긴채 사라졌다. 사진과 동영상을 모두 지웠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혁이 녀석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다시금 심장이 뛴다. 무엇보다 -아주 작은 변화이긴 했지만- 친구라는 호칭이나, 친히 내 이름을 불러주던 녀석이 끝내 나의 호칭을 ‘너’로 바꿔 부르는 점에서 미묘한 감정이 생겼다. # 끝을 향해 달려가다. 모든게 끝났다는 ‘바보같은’ 생각에 집에 돌아와서 누나의 가슴팍으로 달려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누나를 애써 무시하고 누나의 가슴에 안겨, 그 포근한 온기를 느끼고 또 느꼈다. ‘이제 다 끝났어.. 누나.. 미안해..’ 정말 악몽같았던 날들이었다. 누나든 나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더러운 꿈을 꾼 기분이다. 이젠 아무일도 없겠지. 후우. 나는 그렇게 누나의 품속에서 잠이 들었다. 간만에 푹 잤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도 왠지 가볍다. ‘시험 잘보라’는 누나의 인사를 받아들고 학교로 향했다. 다만 어제 수혁이 녀석에게 볼성사나운 꼴을 보인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교실에 들어서니, 책상 배열이 왠지 낯설다. 아마도 -시험대형으로- 번호순으로 배열을 해 놓은 모양이다. 11번 자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수혁이 녀석이 나를 본척 만척 했다. 무안해서 슬금 슬금 걷는데, 진수와 재훈이 녀석이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아마도 수혁이 녀석의 말을 듣고, 녀석들이 자신들의 스마트폰도 깔끔하게 정리를 한 모양이다. 애써 태연한척 책상에 가서 앉았다. 어차피 나름 각오한 일이다. 심부름을 시키면 할거고, 때리면 맞을 각오도 되어있다. 후우. 겁먹지 말자. 11시 40분쯤 시험이 끝났다. 내심 걱정하긴 했지만, 평소만큼 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갈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누가 내 어깨를 세게 툭하고 쳤다. 덕분에 교실바닥에 보기좋게 주저앉았다. 살짝 인상을 쓰며 고개를 드는데, 다시금 거센 발길질이 내 하복부를 강타했다. “콜록.. 콜록...” -짜증나는 병신같은 새끼. 시험은 잘 봤냐 새끼야? 크크. 재수가 없으려니까. 숨을 쉴수가 없다. 연신 콜록콜록 대고 있는데, 진수가 나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그러자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반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코끝이 찡하고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배를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수혁이 녀석이 여전히 나를 본척만척 하며 교실문을 나서는게 보였다. 후우. 각오했던 일이다. 견뎌내야 한다. 눈물을 훔치며 학교를 빠져 나왔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어쩐지 개운하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낫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옮겼다. 노이로제에 걸렸는지, 도서관 앞에 다다르니 있지도 않은 수혁이 녀석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뭐, 공부하곤 연이 없는 놈들이니까. 그래도 조금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료실로 들어갔다. 자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나가 자리에 없는 것 보다도, 낯이 익은 남자애들 여러명이 도서관 자료실을 지키고 있는것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한 녀석이 자료실을 들어오던 나를 힐끗 보더니 금새 눈을 돌려버렸다. 분명, 저 녀석은 그 때 그 오토바이 녀석인데. 기어이.. 도서관에 찾아왔구나. 하아. 한놈가고, 한놈 왔네. 어쩐다? 그런 생각도 잠시, 슬쩍 고개를 돌려 데스크를 보니 누나대신, 안면이 있는 행정과 직원 아주머니가 보였다. ‘녀석들‘의 눈치를 살피며 다가가서 아주머니에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안녕하셨어요? 저기... 저희 누나 어디갔어요?” -아 인호구나? 인애씨 아까 약속있다고 나가던데? “예? 몇시 쯤에요?” -음. 한 12시 조금 안되서. 무슨 급한 약속인거 같던데. 2시쯤 들어온다더라. 평소에 그런적이 없어서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는데, 뭐 그러라고 했지. “아.. 예..”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가, 오토바이 녀석과 혹시나 다시 마주칠까 싶어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자료실을 빠져 나왔다. 이상하다. 약속이 생기면, 나한테 늘 먼저 얘기해주고 그랬는데. 나는 전화기를 들고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헌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안한건 아닌데, 이상하게 말 못할 불안함이 몰려왔다. 다시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봤지만,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차피 자료실에는 다시 못 들어갈것 같아서 그냥 도서관 밖에서 누나를 기다리려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누난가 싶어서 액정을 보니, ‘낯선’ 전화번호가 새겨져 있다. 갑자기 불안해 졌다. “여.. 여보세요?” -큭.. 하.. 하아.. 나.. 나야. 수혁이. 큭.. 하하.. 큭 “어.. 왜.. 왜?” 수혁이 녀석이 내게 전화를 다 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헌데 녀석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마치 달리기를 하면서 전화를 거는것 같은 그런 느낌. “큭.. 하아.. 하아. 윽.. 하아. 있잖아. 큭.. 아무리 생각해도. 큭. 내가 협박한게 아닌거 같은데. 학학. 큭. 흑. 니가 한 말이 기분이 더러워서 말야. 흑. 큭. 학학. .아 씨발. 기분좋다.. (아.. 아.. 악!!)” 전화기를 타고 갑자기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미치겠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너.. 너.. 지금 그게 무슨...” -큭.. 하아.. 하아. 하아.. 내. 내말 .. 학.. 못.. 큭.. 못 믿겠어? 큭.. 그럼 일루와.. 우리집으로.. 아.. 아.. 싸.. 싼다!!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한참을 멍해져 있다가, 본능적으로 수혁이의 집까지 내달렸다. 누나는 전화를 받지않고, 수혁이는 왠일로 나에게 전화를 했으며, 목소리가 이상하다. 불안하다. 불안해서 가슴이 미칠듯 뛴다. 당황해서 수혁이의 집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허둥지둥 댔다. 놀란 마음과 뛰는 심장을 동시에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수혁이의 집을 겨우 찾아서 별다른 인기척도 없이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왠일인지 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수혁이의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텅빈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천천히 수혁이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평소에 불러봤던 이름이 아닌지라, 목구멍에서 수혁이 녀석의 이름이 쏟아지질 않았다. 그냥 천천히 거실까지 걸어가려는데, 그때, 그러니까 ‘그때‘ 굳게 닫혀있던 방안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 아!!” -그렇게 좋아요? 큭.. 아.. 아.. 윽.. 다시 심장이 뛴다. 거실에서 닫혀있는 방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니, 그제야 굳게닫힌 방앞에 옷가지들이 주섬주섬 널부러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익숙한‘ 옷들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아.. 아!! 큭. 아.. 싸.. 싼다... 세.. 세발째!!!” -아.. 아.. 아.. 또.. 안에다가!! “따뜻하고 좋죠 뭘!! 악!!! -아.. 안돼.. 아아...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쌍의 남녀가 침대위에 부둥켜 안고 쓰러져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남자의 적나라한 뒷태만 눈에 들어온다. 다만 예전 그 파마머리와 마찬가지로, 남자의 등에는 여자의 손이 깍지를 낀채 엉켜있고, 남자의 허리춤에는 여자의 발가락이 교차되어 남자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여자의 발가락이 심하게 뒤틀려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공기는 끈적거리고, 지금막 ‘섹스’를 끝마친 ‘뒤엉킨 남녀’는 여운이 남는지,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방한가득 토해내고 있었다. 반쯤 넋이 나가서 문 앞에 서 있으려니, 남자의 몸이 꿈틀대는게 보였다. [쑤욱] 거짓말 같게도, 남자의 고추가 여자의 성기에서 빠져나올때 저런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꽤나 길고 끈적거렸다. 남자는 여자의 옆으로 미끄러졌다. 남자는 아직까지 번들거리는 자신의 발기된 고추를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여자의 젖가슴을 꾸욱꾸욱 주물렀다. 여자는 여자대로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고선 다리를 활짝 벌린채 누워 있었다. 덕분에 거웃한 털 아래로, ‘끈적한 액체’를 머금고 있는 여자의 갈라진 틈을 볼 수 있었다. 하얀 액체는, 여자의 틈에서 삐져나와 쉼없이 끈적끈적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리에 굳어서는 나는 그런 여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라?. 하아.. 하아.. 큭.. 왔어? 몰랐네..” 자신의 한 손으로 여자의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있던 수혁이 녀석이 그제야 나를 발견했는지, 잔득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누나’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천천히 풀었고, 그리고... 그리고.... 우리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한참을 기분나쁜 정적속에 서 있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결국 말이 한마디도 안나오는 모양이다. 그냥 숨이 턱 막히고 답답하다. 침대에 누워서 굳어버린듯 -다리를 오므릴 생각도 하지 않고-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던 누나와는 달리, 수혁이 녀석은 누나 곁에서 슬금슬금 일어나 앉았다. 그러면서도 좀체 ‘죽지’ 않는 자신의 고추를 가릴 생각도 하지않고, 역시나 내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큭.. 사진을 지워도.. 큭.. 어쩐지.. 이렇게 되어 버렸네? 큭.. 어쩌나..” 수혁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조롱조로 말을 했다. 분하고 화가나는데,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그런 나의 얼굴을 한번 살피는가 싶더니, 누워있는 누나의 얼굴을 슬쩍 내려다봤다. 그리곤 누나의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 하지마!” 내가 소리쳤지만, 수혁이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인지. 정말 왜인지. 누나는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나만 올려다 볼 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누나의 큼지막한 젖가슴을 연신 주무르던 녀석이 활짝 벌려져있는 누나의 다리 사이로 한 손을 가져다 대더니, 누나의 ‘갈라진 틈’ 안으로 손가락을 쑤욱 집어 넣었다. “음.. 음!!!” -하.. 하지말라니까!! 이제야 시원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어쩐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제야 누나도 ‘정신이 들었는지‘ 활짝 벌려진 자신의 두 다리를 있는 힘껏 오므리려 했지만, 수혁이 녀석이 강제로 누나의 다리를 벌리더니, 계속해서 누나의 틈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유린‘했다. 낯뜨거운 소리 -쑤컥 쑤컥 하는-가 귓전을 따갑게 만들었다. “큭... 봐봐!! 큭. 이게 뭔지는 알지? 내 흔적이야. 네 누나 몸속에 있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을텐데. 직접와서 볼래? 큭” 잔인하다. 너무나 잔인하다. 내가 녀석에게 무슨 원한거리라도 샀을까?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러는 걸까? 결국 녀석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러자 수혁이 녀석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그때도 말했지만. 난 협박같은거 한적이 없다니까. 자리 비워줄테니까. 얘기라도 나누던가.” 수혁이 녀석은 나를 지나쳐 방을 빠져 나갔다. 방금전까지 민망한 마찰음이 지배하던 방안에는 이제 나의 울음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 새드 엔딩. 정신없이 울다가 슬쩍 고개를 돌리니 어느샌가 누나가 침대위에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젠 부끄러움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지 여기저기 물린 자극이 그득한 젖가슴과, 아직도 ‘수혁이의 흔적’이 줄줄 흐르고 있는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가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그대로 울면서 누나에게 다가갔다. “왜.. 왜... 왜.. 그런건데!! 왜!!” 누나는 말이 없었다. 그러자 누나도 말없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누나의 눈물을 보니 다시 미칠 것 같이 괴롭다. 누나 바로 옆에 쓰러져서 울고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누나에게 소리쳤다. “사.. 사진이랑.. 동영상이랑 다 지웠잖아. 다 없잖아. 왜.. 왜.. 이제 수혁이 녀석이 누나한테 협박같은거 안하잖아!!! 근데 왜!!” -아... 알고.. 있었어? “그래!! 다 알고 있었어. 근데 왜!! 왜!! 이제 협박같은거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누나가 여기 있는건데!!!” 누나가 놀란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지만,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고 또 야속한 마음에 벌거벗은 누나의 어깨를 잡고 세게 흔들었다. 누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계속 울기만했다. 나 혼자 실컷 떠들고 또 울다가, 그렇게 수혁이네 집을 빠져 나왔다. 수혁이 녀석이 자신의 집 앞에서 나를 보고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눈물범벅인 나는 수혁이 녀석을 무시하고 집으로 걸어갔다. 수혁이 녀석이 다시 누나에게 걸어가든, 그래서 또 누나와 저 침대위에서 뒹굴던 어쩌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뭐랄까. 누나한테 배신당한 느낌이다. 텅 비어 있는 집에 들어와 그대로 쓰러졌다. 누나 생각과 수혁이 자식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다. 바로 어제까지 누나를 완전히 구해냈다고, 그러니까 내가 빠뜨린 구렁텅이에서 겨우 건져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울다가 울다가 그렇게 지쳐 버렸다. 잠이 오지 않아 퉁퉁 부은 눈을 뜨고 그냥 방안에 누워있었다. 어둑어둑해 지는걸로 봐서는 시간이 꽤 지난 모양이다. 헛기침을 한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전화진동이 울렸다. 누나였다.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전화기를 그대로 내려놓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7시다. 숨이 막혀온다. 한동안 울려대던 전화진동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9시쯤 될 때까지 누나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연락하기에도 무언가 두려워서 애꿎은 전화기만 만져댔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전화를 받을걸 하는 바보같은 후회가 밀려왔다. 누나를 만나러 도서관에 갈까, 아니면 그냥 누나가 들어올때까지 기다릴까.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급한듯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후회. 심장이 두근두근 떨렸다. 손이 오돌오돌 떨리고, 핏기 없는 눈은 감았다 떴다를 무의미하게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 두 발은 인근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즉사입니다. 어떻게든 살리려고 저희도 부단히 노력했는데...” 의사의 형식적인 말소리가 귀에 들려오질 않았다. 나는 넋이 나간사람처럼, 이마에 피가 잔득 엉겨붙은채 눈을 꼭 감고 있는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모든게 거짓말 같아서, 목놓아 울수도 없다. 지금이라도 ‘놀랐지?‘ 하면서 벌떡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 같아서, 오열할수도 없다. 하지만, 의사가 하얀 천으로 누나의 얼굴을 완전히 덮었을때 기어이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미친사람처럼 울어댈 수 밖에 없었다. 투신자살. 경찰이 내게 말해준 누나의 사고 원인이다. 경찰이 내게 평소에 누나가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었던건 없는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던적은 없는지 물어왔다. 완전히 누나를 ‘미친년’ 취급하기에, 일언반구 대꾸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경찰들도 귀찮았는지, 그냥 ‘자살’로 마무리 지었다. 누나의 장례식은 3일 후에 치러졌다. 학교 선생님과 평소에 말한마디 섞지 않던 낯선 녀석들이 ‘형식적’으로 식장을 찾아왔다. 나도 별로 달갑지 않아서 형식적으로 그들을 대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수혁이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누나의 장례식을 치르고, 한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걱정이 되신 선생님이 언젠가 전화를 걸었는데, 역시나 형식적인 말의 연속이었다. 그냥 귀찮아서 네, 네 그러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수혁이 녀석들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끝끝내 전화는 커녕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그러니까 이제는 정말 아무도 없는 방안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발밑에 얄궂은 ‘약봉투‘ 두개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언젠가 내가 누나에게 아프다고 했을때, 누나가 지어온 약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누나의 얼마없는 유품을 정리하다가 책상서랍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약이었다. 내 약 봉투를 먼저 집어 들었다. 봉투를 열어 바닥에 쏟아내니, 예쁘게도 접혀진 메모지 하나와 약이 나란히 떨어졌다. 메모지를 집어들어, 접혀있는 종이를 풀었다. 그러자 너무나 예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착한 동생. 어디가 아플까? 바보같은 누나는, 동생이 어디아픈지도 몰라서 일단 소화약을 샀어. 요즘 누나가 많이 늦어져서 속상하지? 미안해. 너무 화내지말고 우리 착한 동생 인호가 누나 좀 이해해줘 알았지? 사랑해 ^^’ 가슴이 미어질것 같아서 버릇처럼 손톱을 입에물고 깨물었다. 손톱을 물고있는 이빨사이로 나지막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 끅.. 먹을.... 편지를 내려놓고, 누나의 약봉투를 꺼내 들었다. 누나는 어디가 아파서 약을 샀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역시나 약봉투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들과 역시나 곱게 접어진 메모지 하나가 방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마찬가지로 천천히 접혀진 메모지를 풀었다. 아까와는 다른, 장문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인호에게. 인호야. 이렇게 우리 동생 이름을 불러보는게 왜 이렇게 낯설고 기분이 묘한지 모르겠어. 우선 미안해. 뭐가 미안하냐면.. 그냥.. 미안해. 누나는 우리 인호가 즐겁고 행복해하면 너무나 즐거워. 혹 지금 하는 말이 거짓이라면 당장 죽어도 좋아. 그만큼 누나는 우리 인호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워. 다만 늘, 나와 우리 인호의 가정환경 때문에, 인호 주위에 친구가 없고 그런게 왠지 모르게 걱정도 되고 미안했어. 그래서 그랬을까? 언젠가 말했던 기억이 있는데, 수혁이라는 애들이 찾아와서 우리 인호 친구라고 했을땐 정말 기뻤어. 그런데... 그런데.. 우리 인호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수혁이랑은 어울려 다니지 않았으면 해. 이유는, 딱히 지금 말하기가 힘든데. 그냥 그랬으면 해. 사실 저번에 누나가 넌지시 우리 인호한테 ‘수혁이를 정말 친구로 생각하냐’고 바보같은 질문을 했을때, 우리 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고 누나 혼자 속앓이를 좀 했거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좀 그런일이 있었어. 누나 참 바보같지? 누구한테 하소연할 사람도 없구, 그렇다구 우리 인호한테 이런 얘기 털어놓자니, 우리 착한 동생 또 걱정할 것 같구. 고민고민하다가, 약국에 갔어. 평소에 알고 지내던 언니한테 요즘 잠이 안온다고 했더니, ‘약’을 하나 지어주더라. 사실은 이 편지를 쓰고 나서 이 약을 먹을 생각인데, 인호야.. 누나 겁나. 그냥.. 겁이나. 마음같아선 인호가 이 편지를 읽는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랬으면 좋겠는데. 자꾸 마음이 약해진다. 인호야 사랑해. 사랑해 내 동생. 미안해 인호야. 미안해‘ ‘사랑해’ 부분이 눈물에 번져서 글씨가 엉망이 되어간다. 결국 누나의 편지를 가슴에 파묻고서는 오열했다. 미안해.. 미안해 누나. # 개새끼들. 내가 다시 학교에 나간건 누나가 죽고나서 10일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내가 없는 사이에 자리를 바꿨는지, 내 뒤에 수혁이 녀석과 진수 녀석이 없다. 장례식장에서 본 듯한 녀석이 손가락질로 나의 자리를 알려주자, 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터벅터벅 내 자리로 걸어갔다. 학교 생활은 별달리 바뀐게 없었다. 그러니까 수혁이 녀석들이 누나와 처음 만나기 전과 비교했을 때. 아이들의 심부름은 또다시 나의 몫이었고, 수혁이 녀석과 진수 녀석은 내 눈치도 보지않고, 지들끼리 키득댈 뿐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학교란 보기 좋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라고 해도 좋을것같다. 어찌되었든, 약자는 결국 약자의 위치에서 평생을 살게 되어있다. 오후 몇 시쯤에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러서 교무실로 갔다. 동정하듯 쳐다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내는 담임의 태도가 역겨워서 그냥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다 나왔다. 교실로 올라가니, 수혁이 녀석과 진수 녀석을 차례대로 마주했다. 진수 녀석은 인상을 쓰며 빠져나갔고, 수혁이 녀석은 나와 눈을 마주하는가 싶더니 역시나 별다른 말 없이 교실을 빠져 나갔다. 왠지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누나가 없을걸 알면서도 방과후에 도서관을 찾았다. 자료실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버릇처럼 ‘누나가 있을’ 데스크를 스윽하고 올려다보니, 새로온듯한 여자 사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다시 책을 읽었다. 누나가 퇴근하는 10시에 자료실을 빠져나왔다. 도서관 문을 나서는데 옆에 누나가 서 있는 느낌이 들어 몇 번이고 걷다가 옆을 살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내 옆엔 아무도 없었다. 땀에 흠뻑 젖어서는 철길 앞에 다가가 앉았다. 열차가 천천히 다가온다. 열차가 스치고 지나가자 시원한 바람이 몇초간 불어온다. 슬쩍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이제 누나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알약’을 만져봤다. 하아.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열차가 오는걸 3번이나 더 보고 나서,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다. 한동안 같은 패턴의 연속이었다. 넋이나간 사람처럼 학교에 가고, 그리고 도서관에 가고, 철길로 간다. 그리고 학교에선 또다시 아이들의 심부름과 무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게 나의 생활 패턴이었다. 어느날의 오후 수업이 끝나가고 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집에 가려고 일어나는데, 수혁이 녀석과 진수 녀석, 그리고 재훈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아까 넘겨 듣기로는 오늘이 수능 100일전이라고 하는것 같더니, 아마도 선배들이랑 100일주를 마시러 갈 모양인것 같다. 애써 무시하고, 아까 선생님이 마시라고 건내준 ‘콜라병‘을 손에 쥐고 일어섰다. 그러자 수혁이 녀석이 힐끔 나를 보는것도 같았지만, 내쪽에서 먼저 무시하고 교실문을 나섰다. 교문까지 손에 콜라병을 쥐고 걸어갔다. 오늘은 일찍 잘까? 노래가사처럼 혹시 꿈에라도 누나가 나타나주면 얼마나 좋을까? 멍한 표정으로 교문을 빠져 나가는데, 낯익은 오토바이 몇 대가 눈에 들어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파마머리 여자애와 ‘오토바이 녀석‘ 패거리가 왠일로 우리학교 앞에 와 있었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오토바이쪽에서 지들끼리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누가 나를 불러세우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걸레년 동생~! 크크크크” 사람이 미치는건 정말 한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소한 연산을 할 틈도 없이 나는 ‘오토바이 녀석’에게 달려들어가 녀석의 머리를 콜라병으로 쎄게 내리쳤다. 유리병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머리위로 캐캐한 탄산이 쏟아졌다. 녀석이 괴로운듯 자리에 쓰러졌고, 병의 입구쯤만 앙상하게 쥐고 있는 나에게 -결코 얼마가지 않아- 여기저기서 발길과 주먹이 날라 들었다. 숨이 탁탁 막히는데, 그 와중에도 귓가에 ‘누가 걸레년 동생아니랄까봐’ ‘수혁이가 존나 따먹었대 그년!’ ‘완전 걸레네 걸레!’ 뭐 이 따위의 말들이 흘러 들어왔다. 반항하지도 못하고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은채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땐 양호실이었다. 양호 선생님이 다가와 ‘이제 정신이 드냐’는 말을 걸어왔다. 놀래서 침대위에서 일어나려는데 몸이 뻐근하다. 선생님이 그냥 누워있으라고 했다. 눈이 부어 있는지, 잘 떠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