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이런일이 터질 기회를 꼬투리 삼아 이별을 준비해 온듯한
싸늘한 어감의 [민서]누나의 편지를 읽었다.
'정신병..??....'
'그간..우리의 사랑이 정신병이라니....훗...'
쓴웃음만 지어졌다.
은근히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지금의 현실이 착잡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이게 [민서]누나의 본심일까..
앞으로 서로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게 김희준과 김민서가 둘 다 행복해 지는 것이라고..
1995년 3월
2학년의 시작
한낮 초봄의 따스함이 한풀 움추러든 동장군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교정의
곳곳으로 돋아나기 시작이다.
2학년에 오르자 못보던 얼굴들이 많이 나타났다.
복학생들과 예비역들이다.
그동안 워낙에 조용한 아웃사이더여서 그랬는지.. 나를 복학생으로 보는 학우들도 있었다.
김민서..
이젠.. 그 이름조차 떠올리는 것 조차 지쳐버렸다.
오래전.. 나의 딸딸이치던 그 손끝에서 잠시나마 잊혀졌듯..
이제는 내 머리속.. 가슴속에서 조차 지워버리려 노력중이다.
아마 평생을 못있을 정도로 이미 뼛속 깊숙히 새겨져버린 얼룩진 첫사랑이었지만
나역시 [민서]누나처럼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음을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다.
개강을 하고 학우들의 얼굴들을 보니 무척 반갑기도 했다.
물론 인사까지 하며 기나긴 겨울방학동안의 안부를 물을 정도의 친한
학우은 아직도 없는건 마찬가지이다.
여학생들의 비중이 많은 우리과의 못난이들도 이제는 제법 고삐리티가 없어지고 성숙한
여대생의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보이고 자세히 보니 제법 이쁜 여학생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민서]누나 생각 때문에 다른 여자에게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아서 우리과의
여학생들의 외모에 대해 내가 너무 몰랐었나 보다.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는 항상 일찍 강의실로 오고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없는 날에도 책을 펴고..
강의시간에도 열공모드이고..
강의가 끝났어도.. 책을 읽다가 시끌벅적스런 학우들이 나간 후에야 책을 접는다.
이 모든 이유는 딱 한가지 이다.
심심하니까..
아웃사이더 최대의 적은 오티나 엠티.. 또는 조별스터디이다.
이 아웃사이더의 생활도 익어갈 무렵.. 나같은 아웃사이더들이 상당히 교정에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둑이 도둑을 알아본다고.. 주변을 살펴보니 빈벤취에 혼자 앉아 이어폰을 꽂은 채 책을 읽는 여학생..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치는 두꺼운 안경잡이 남학생..
이 모든 이들이 나같은 아웃사이더들이다.
그리고 2학년에 올라 우리과의 아웃사이더 여학생을 알게 되었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하는건가..
물론 처음에는 그런 생각자체를 하지 않았으니까..
아웃사이더인 나는 우리과 학우들이 없는 교양과목을 하나 수강했고.. 그 첫수업이 끝나고 애들이 왁자지껄
강의실을 빠져나갈 무렵이었다.
텅빈 내 앞자리를 보며 책가방을 챙기고 일어나려는데.. 뒷자리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길다란 생머리에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왠 여학생이
나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늦게와서 강의계획서를 못받았는데.. 복사좀 하려는데.. 잠깐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네..."
반쯤 접어 대충 책속에 끼워둔 A4용지를 건네주었다.
"그냥.. 가지세요.... 저는 이거 필요없을것 같네요.."
"........아..아니.."
가방을 챙기고 일어나려는데.. 이 여학생이 따라 일어나더니..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미안해서.. 그러는데... 대신.. 밥..쏠께요..."
"........??..."
이 정체모를 학과의 정체모를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165센티의 키에 45키로 정도의 몸무게..살짝 염색한듯한 길다란 생머리.. 하얀얼굴..
두눈이 안보이게 푹.. 눌러쓴 야구모자에 오똑한 콧날.. 그리고 작고 도톰한 입술의 작은 얼굴에
새하얀 목선아래.. 라운드 티셔츠와 팬던트 목걸이..
몸에 붙는 짧은 자켓과 청바지.. 그리고 흰색 운동화차림이었다.
둘이 어정쩡하게 떨어져서 학교식당으로 걷는다.
마치.. 오래전 [민서]누나를 기다리기 위해 목포하당의 갓바위 공원에서 지켜봤던
내 앞을 지나던 중년 커플처럼... 그렇게 거리를 둔채 나란히 걷는다.
"저.....여기요.."
식당입구에서 이 여학생의 작고 하얀 손이 식권을 건네주었고 나란히 줄을서서 식판에
밥을 배식받아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았다.
이놈의 학교에 들어와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건 처음이었다.
이상야릇한 지금의 이 상황이 익숙하지가 않기만 할 뿐이다.
밥을 먹으며 문득 이 여학생을 쳐다봤는데.. 야구모자창 아래의 커다란 두눈과 순간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이쁘게 생겼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당시 이 여학생에게 강한 호감이 느껴졌던건 아니었다.
잊으려 노력중이지만 여전히 나의 돌덩이 처럼 얼어붙은 가슴에는 [김민서]라는 이름만이
깊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밥을 먹던중 이 여학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다음 강의시간 벡터해석이죠??..."
"..네??????......"
순간 화들짝 놀랬다.
아니... 어떻게 우리과 우리학년의 강의시간표를 이 여자가 어떻게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아니에요??...."
".............."
모자창 아래.. 커다란 두눈이 더 커지며 되묻는다.
"...흐음.. 맞는데.. 그걸 어떻게 아.. 시나요??..."
"............흐음..... 저.. 수학관데...2학년이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여 여학생의 얼굴을 보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몰랐네요... 복학생이셨나 봐요..."
".......저....복학생.. 아닌데...."
"아...하하..... 흐음...94학번... 이셨나요??.."
"..........훗.........."
이 정체모를 여학생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난감하다는 두눈을 모자창 아래로 감춰버렸다.
이름 최현주..
알고보니.. 이 여학생은 나와 같은 학번 동기였다.
작년에 몸이 아파 강의를 많이 빠졌다는 [현주]역시 나처럼 아웃사이더였던 것이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누가 먼저 제안하지도 않았는데..
나란히 남산아래의 교정까지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 받았다.
나처럼.. [현주]역시 그동안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 내일은.. 내가 점심 쏠께.."
"....그래.."
그렇게해서 친구가 하나 생겼다.
우리는 눈물나도록[?] 그리웠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며 항상 붙어다녔다..
나처럼 내성적일듯 보였던 [현주]는 알고보니 무척 성격도 좋도 장난끼 많은 친구였다.
나는 더이상 빈강의실이나 도서관에서 혼자 쳐박혀 열공을 하지 않아도 남아도는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건수가 생겨 신이났고.. [현주]역시 그래 보였다.
그당시 우리집은 아버지가 직원수 50여명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쬐금 있는 집안이라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었고.. [현주]네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집안이었는지.. 다른 학우들처럼
시간제 알바를 나간다거나 과외교습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각을 하고 뒷문으로 기어들어온 [현주]가 내 뒤에 헐레벌떡 앉았고.. 뒤에서 무언가
꼼지락 거리며 열심히던 이 지각생이 교수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내 어깨를 툭.. 치며
무언가를 건넨다.
"짜샤... 이거 받아.."
"............"
"큭크크....."
"..이씨!..뒈진다??...."
[현주]가 건넨건 어젯밤 술자리 내기에서 졌던 벌칙으로 나에게 주기로 한 일주일치
식권이었는데 장난식으로 낙서되어 위조된 가짜 식권 뭉탱이였다.
남녀간의 사랑없는 우정이란게 가능할까..
그당시 우리는 우정에 목말라서 였는지.. 진짜 친한 친구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친구..
가끔은.. 나와 [현주]는 우리과의 몇몇 커플들처럼 CC라는 오해도 많이 받게 되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신경을 쓰지않고 우리의 우정을 키워나가기만 했다.
학창시절의 재미가 몸에 익어갈 무렵.. 우리외에 다른 학우들과도 종종 어울리게도 되었다.
난 그렇게 [김민서]를 잊어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잊으려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아니면 문득 떠오를 때.. [민서]누나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민서]누나가 마지막 보낸 편지의 싸늘한 글귀를 억지로 떠올리며.. 차라리 잘쩜舅繭窄?br />
스스로를 위안하려 하기도 했었다.
어느덧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시즌이 도래되었다.
방학기간 도서관에서 만난 [현주]와 교정뒷쪽 남산아래의 한적한 벤취에 나란히 앉았다.
"무슨..남자가.. 면허증도 없냐?.."
"차도 없는데.. 그딴거 있음 뭐해?... 군대나 갔다와서 따야지 머...."
"그럼 버스로 가자.."
"기차가 좋을꺼 같은데..??"
"야..!!.. 영주까지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가는데 여덟시간 걸려.. 확실히 알고나 말해.."
"여덟시간이면 어때..."
그놈의 기차..
얼마나 지겹게 타보았던가..
잠깐이었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부푼 희망을 안고 목포로 향했던 하행선과..
비참하고 암울한 길고도 지루한 상행선이 떠올랐다.
"짜식은...??...후딱 가서 신나게 놀아야지... 으이구..."
"하하.....근데.. 진짜.. 우리끼리 가는거냐??..."
"종현이네 애들 때문에???....난 왠지 걔네 싫어....너랑나랑..둘이 그냥가자.. 친구끼린데.. 뭐어때??"
"훗..그래그럼..... 까짓거.."
모자밖 길다란 생머리에 커다란 링 귀걸이..
가슴골이 쪼금은 부담스러운 탱크탑과 타이트한 핫팬츠에 빨간 메니큐어의 발가락이 삐져나온..
굽달린 샌달..
이 부담스러운 학교친구와 단둘이 동해안으로 피서를 가게 될줄이야..
아무리 친구라지만.. 이성간인데.. [현주]의 시원스런 결정이 왠지 슬쩍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의 요구사항인데.. 더이상 튕길수는 없다.. 그리고 궂이 그럴 필요도 없는거였고..
"회비는 각자 40만원이야... 어때??..."
"40만원??.... 그럼 니랑 나랑 80만원인데.. 그 많은 돈으로 뭐하게??..."
"최소한 민박정도는 잡아줘야지.. 하루저녁에 15만원씩 이틀이면 30만원 왔다갔다 차비 20만원..
가면서 먹고.. 거기가서 먹고 놀고... 그것도 빠듯해.. 그런것도 계산 못하냐??.."
"그러니까.. 대가리수가 많아야 하는건데... 쩝..."
"왜??... 힘들어??.. 이..누나가 좀 보태줘??.."
"하이고... 됐네..아줌마야.. 나중에 뭘로 등꼴을 뽑아먹을까봐..그게 겁난다.."
"그럼..다 끝난거야.. 말바꾸기 없는거다... 알았지??.."
"오케이..."
[짝!!!!...]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벤취에서 일어났다.
왠지 마음 한켠으로 우울함이 슬쩍 스쳐지났다.
[김민서]와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여행...
그전에 꼭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동해안 해수욕장을 결국은 못가보고 헤어진 것이었다.
[현주]가 울창한 교정길을 나란히 걷던 내 목을 길다란 팔로 획!! 감아 조르며
장난을 친다.
순간 [현주]의 팔목을 잡아 뒤로 꺾어버리다 그냥 놔 주었다.
"악!!.. 이씨... 일루와!!..."
"아!!!... 하하.. 쏘리쏘리... 아퍼!!..놔줘..."
"주우거..."
"씨이... 여자한테..!!..... 아후..아퍼!!..."
"니가 여자냐???....."
"................"
1995년 7월말
[현주]와 고속버스에 올라 강릉으로 향한다.
어제 동창모임에 간다더니만 도대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아침에 터미널에서
만날때부터 눈이 퀭하고 피곤해 보였는데.. 버스에 오르자마자 내 어깨에 기대어 기절한듯..
자빠져 자고 있는 [최현주]..
"흐음.... 음냐..음냐..."
"아흐... 이자식..진짜...!!.. 쫌.. 일루 이렇게.. 자빠져 자라..좀...!!...."
내어께에 기댄채 실컷 자던 [현주]가 머리를 숙여 빨지도 않은듯한 냄새나는 생머리를
자꾸.. 내 코에 들이대려 하자 유리창 쪽으로 기대게끔 해주고 있다.
순간.. 잠든 [현주]를 바라보았다.
짙은 갈색으로 물들인 생머리..와 커다란 귀걸이
부담스런 가슴을 떠받친 팔짱은 버스안 에어컨 바람이 추운건지.. 더욱더 가슴골을
아찔하게 조이고만 있었다.
버스에서 일어서서 내가방에서 긴팔남방 하나를 끄집어 내었다.
그리고는 [현주]의 아찔한 두허벅지위와 가슴위 어깨까지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흠냐..흠냐.......흐음..."
"훗... 짜식..."
순간 왠지 미소가 머금어 졌다.
'다행이다..최현주.. 너를 만나서..'
분명히 이쁘고 섹시한 얼굴과 체형인데.. 이렇듯.. 단짝 친구로 알고 지내게 되었다는게
나에게는 큰 행운이고.. 어쩌면 다행일 지도 모른다.
내가 간혹 얘한테 느껴지던 호감을 키워.. 사랑이라는 부담을 이녀석에게 들이대는 순간..
또한번의 시련을 겪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훗.. 바보같이.... 이런녀석에게.. 사랑은 무슨....'
'참..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구만... 미친새끼..병신새끼...에효...'
어느덧.. 저멀리.. 시원하고 새파란 수평선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가 이제 태백산맥의 동쪽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이다.
"야!!... 내리자... 일어나!!...."
"............"
고속버스가 강릉의 터미널에 도착하자 [현주]가 실핏줄이 잔뜩 거미줄쳐진 피곤한 두눈을 크게뜨며
한동안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리고는 크게 기지개를 펴며 창밖풍경을 바라본다.
분주하게 짐을 챙겨들고 터미널에서 경포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세간살이 건넌방들을 개조해서 만들어 놓은 듯한 후질구레한 민박집에 긴 여정을 풀고
대짜로 뻗어 들어눕자 [현주]가 벌써부터 바닷가로 가보자고 재촉을 하며 안달이 났다.
"..머해???.... 빨리 나가자... 빨리..."
"쫌만 쉬었다 가자.. 아님 혼자 갔다 오던가.."
"씨이... 재미없게..."
"난 한숨도 못잤단 말야.. 절루 비켜바.. 선풍기 바람 막지 말고.."
누운채로 발바닥을 뻗어 선풍기앞의 [현주]의 종아리를 걷으려 하자 [현주]가 갑자기
아랫입술을 슬쩍 물더니.. 나에게 덤벼들었다.
"씨이.. 일루와.. 주우겄어..!!..."
"악!!... 야!!.. 아하하!!!...으히히!!!..."
[현주]가 내 앞에 쪼그려 앉아 내 얼굴을 덮을 정도로 긴머리를 나에게 늘어뜨린채..
두손으로 나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고 있다.
"빨랑.. 일어나.. 빨랑.."
"으히히!!...야!!!...아하하...아라써..!!..스톱!!.. 아라써..!!..."
순간.. 내눈앞에는 [현주]의 깊게패인 가슴골과.. 쪼그려 앉은 종아리 사이의 너무나 선명한
하얀 핫팬츠의 씹두덩....의 신선한 충격..
"빨랑 일어나.. 배도 고프단 말야...."
"........응........."
순간.. 불현듯 머릿속으로 아련한 추억속 기억들이 스쳐 지났다.
큰집의 건넌방안에서.. [민서]누나가 내 배위에 올라 미끈하고 탱탱한 그 허벅지 살결을
부비대며..나에게 장난을 쳤었던..
씁쓰름한 미소를 머금고..[현주]를 따라 방문밖을 나선다.
시원스레 펼쳐진 파란 동해안의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7월말의 그야말로 살인적인
뙤약볕의 더위가 가시는듯 하다.
깨끗한 백사장과 밀려드는 파도에..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현주]가 바다로 뛰어들며 순식간에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에 잔뜩 신이 나있다.
그렇게 [현주]와 바닷가에서 놀고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고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민박집에 다다랐을 때.. 우리옆칸방에 왠 젊은 커플들이 한짐을 지고 방안을 둘러
보고 있었다.
이들과 잠깐 눈이 마주치자.. [현주]가 슬쩍 내 옆구리에 팔짱을 낀다.
"이방말구..다른데 없어여??.."
"그방이 딱 하나 남은 방이래요...."
"어떡하지 오빠??.. 너무 좁은데...."
"그냥.. 여기서 묵자.."
"다른데 가봐도 방크기는 똑같을 꺼래요... 우리집이 바닷가도 가찹고 샤워실도 있어 그나마
나을꺼래요.."
"그럼.. 쪼금.. 깎아주면 안돼요??.."
"안돼요.. 다른데 가보든지요...."
민박집 주인 아줌마가 젊은 커플들에게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잘꺼면 자고..안잘꺼면 말라는
퉁명스런 어투를 내뱉었고 잠시 망설이던 이 커플은 결국 이방을 쓰기로 결정을 본것 같아 보였다.
우리 옆에 새로 온 젊은 커플들은 우리처럼 그냥 친구사이가 아닌 애인사이같아 보였다.
하긴.. 우리같은 커플들이 있을까..
남자는 까마잡잡한 피부와 스포츠머리에 무척이나 우람한 근육과 큰키의 몸짱이었고..
여자역시..놈씨에게 걸맞는 이쁘장한 얼굴에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였다.
팔다리가 긴게.. 순간.. [민서]누나가 떠올랐다.
너무 이 커플들을 빤히 훑어보는거 같아.. 서둘러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현주]가 툇마루에 앉아 이 커플들을 지켜보더니 옆에 앉은 나에게 속삭인다.
"저..여자.. 가슴에 뽕이다.."
"훗........"
"에이컵도 안돼보이는게.. 힘만주면 다야?? 수영복입으면 다 뽀록날텐데..."
"큭큭... 에효..진쨔....씨이.."
내가 [현주]를 여자취급 안하듯.. [현주]역시 나에게 가끔은 이렇게 대놓고 스스럼없이
대하기도 한다.
순간 [현주]의 시원한 파란색의 탱크탑의 가슴골이 두눈에 들어왔다.
오후에는 바닷가에서 실컷 놀고 민박집으로 와서 샤워를 한 후 저녁겸 쇠주한잔을 알딸딸하게
걸쳤다.
[현주]에게 술좀 사오겠다고 말한 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바다를 바라보며
술과 안주거리들이 가득 찬 비닐봉지를 들고 백사장의 모래 언덕위에 앉았다.
넘실대는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 낮에 잠깐 [현주]와 실랑이를 벌였던 일 때문에.. 아까부터.. 지금까지 [김민서]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민서]누나와 함께 이 바닷가를 찾아왔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쯤 도대체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지금의 나처럼 가끔은 내생각이 나기는 할까..
[취익!!!..츄르르르....]
캔맥주의 뚜껑을 따자 맥주가 손등으로 흘러내린다.
"벌컥..벌컥..벌컥........크하아...... 커어억!!!....."
시원스레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담배 하나를 꼬나 물고 라이타불을 땡겼다.
이제는 제발 잊고도 싶은데.. 그게 이렇듯 뜻대로 되지가 않으니..
지금의 이 괴로움을 평생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하는 내 신세가 불쌍하기도 하다.
이번학기가 끝나면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데.. 그전에 제발 볼 수만 있다면..
어느덧 비워진 캔맥을 우그러 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어두워진 바닷가..무더운 열대야의 후덥지근함을 간간히 시원한 바닷바람이 날려주고 있다.
민박집 툇마루에 오르자 [현주]가 잔뜩 뾰루퉁한 얼굴로 방문을 열어재낀다.
"이씨!!... 술사러갔다오는데.. 30분이냐??.. 슈퍼가 코앞인데??...
개인플레이 하기 없다 그랬지???...."
"미안해..."
[현주]가 왠지 우울해 보이는 내 표정을 읽는듯.. 조심스레 비닐봉지를 받아들며 나를 ?아
방문을 닫고 들어온다.
"자... 우리 희주니.. 뭐 때문에.. 우울해 할까??..."
"....훗......"
[현주]의 말 한마디에 순간 머리속으로 또다시 [민서]누나가 떠올랐다.
[하이고..우리 희준이...뭣땀시 또 골나부렀쓰야???.....]
김민서의 향기..
[민서]누나는 지금 내앞에 있는 [현주]에게도.. 아까 옆방의 그 늘씬녀에게도..
이 건넌방안에서도..
내 주변을 오늘따라 떠나지 않고 있다.
"자... 오늘은 첫날이니까.. 죽도록 마셔보고.. 내일 점심때까지..퍼질러 자는거야.."
"좋아..콜..."
[취히익!!... 취힉!!..]
"크하아... 쩝쩝쩝... 우리 옆방 사람들 있잖아...."
".....응.."
"아까 옆방여자하고 잠깐 얘기나눠봤거든.."
"언제???...."
"씨이..니놈 나갔다가 안올때.. 여기 마루에 앉아있는데.. 지들이랑 술한잔 하자 그러더라??.."
"그래서???..."
"그냥.. 친구오면 말해보겠다고 했는데.. 글쎄... 너.. 놀라지 마라..???..."
"어... 뭔데??..."
"큭큭.... 저 커플.. 남자가..세상에...큭크크.."
"........."
"울학교 경찰행정학과 3학년이래.. 나이가 있는데 복학했나봐..."
"그래????......"
"여자애는 우리랑 동갑인데 중대 1학년이래.. 재수했다 그러더라?.."
"..하하.. 잼있군.. 그래서 얘기했어?? 학교후배들이라고??....."
"미쳤냐???... 이런데까지와서..??..옴마니반매훔 찾고 앉아있게...."
"...그래..잘했다...... 그럼 학교 얘기하지말고.. 옆방사람들이랑 같이 한잔 할까??.."
"시러..."
"우리끼리 심심하잖아??..."
"난 안 심심한데???...
"에이.. 그래도 이런데 놀러와서 옆방쓰는것도 인연인데...."
"왜???... 옆방 기집애 끌리냐??.."
"내가??......"
무섭다.
진짜 무섭다.
이래서 여자들의 직감은 무서운거다.
"솔직히 말해... 응??.."
"....내 스타일 아냐..."
순간 동그란 두눈을 크게 뜨며 내 두눈을 바라보는 [현주]의 눈빛은 대충 장난으로 내뱉는
말이 아닌것 같아 보였다.
아까.. 옆방 사람들이 방구경을 할때.. 옆방 여자의 전체적인 라인과 몸매를 찬찬히 훑어보며
[민서]누나 생각에 젖었던 내 눈길과 표정을 기억하고 있는듯 해 보였다.
"에효... 내년에는 나도 옆방 울학교 선배처럼 듬직한 남자 하나 만들어서 놀러와야겠당..."
"..훗....."
"넌 운동좀 해라.. 이게 뭐냐?? 남자가.. 어떻게 나보다 더 마른것 같애..."
"하하... 니가 찐건 아니고??..."
"뭐??.. 내가 어디가 어때서????.. 이씨!!.. 갑자기 열받네?? ..."
"큭큭... 아라써... 현주가 그래도 몸매랑 얼굴 ?오지.. 우리과에서 50번째??...."
[퍽..퍽..]
"하여간..매를 벌어요..매를... 일루와!!!..."
"야!!!....우씨!!!!.... 술 흘렸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현주]의 몸매는 마치 자석처럼 지나는 남학생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스타일이었다.
거기에다 가슴까지 좀 있어서.. 상당히 글래머스러운 편이었다.
여름이 되자 [현주]는 자기 몸매를 은근히 뽐내듯.. 시원스레 벗어재낀 스타일의 옷차림으로
우리학과의 남학생들의 침을 꼴까닥하고 삼키게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나를 보던 학우들의
눈빛은 증오와 멸시를 빗댄 질투를 담은듯 해 보였다.
거기에 비하면 옆방의 여자는 기럭지만 크고 그저 비쩍 마른.. 몸매였다.
하지만.. [민서]누나를 떠올리는 그 몸매 때문에.. 같이 술자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어디갔다 왔냐??..."
"그냥.. 바닷가에..잠깐 바람이나 지..머.."
"치이... 혼자.. 왠 청승... 가만보면.. 말못할 사연 많이 있어보여..."
"훗... 그래보여??..."
"군대가는거 때문에??..."
"그거야 뭐.. 어차피 때되면 가는거니까.. 별 신경도 쓰이지 않아.."
"그럼 2학기 마치고 바로 가는거야??.."
"그럴려구... 저번주 신검도 받았으니까... 방학시작하면..뭐 군대 가는거지.."
"씨이... 그럼 나 어떡하냐?... 너없으면.."
"하하...벌써부터... 훗......."
[현주]는 나보다 애들에게 인기도 좋고 성격도 밝아 내가 없더라도 금새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것만 같아 보였다.
[현주]는 문득 군대얘기에.. 나보다 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종이컵에 담긴 맥주를
원샷을 해버린다.
그러고보니.. 이친구랑 반년정도 잼있었는데.. 반년후.. 내가 군대를 가고 복학하면..
[현주]는 4학년 졸업하고 학교에 없을 것이다.
문득.. [현주]에게.. [민서]누나와의 얘깃거리를 들려주고 고민을 털어놔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주야.. 있잖아..."
"있잖아..뭐?......."
"고민이 하나 있어서.. 이걸 말해야 할지.."
"고민??.... 여자문제??..."
"어떻게 알았어???...."
"훗...그거야 뭐.. 뻔하지.. 옆방여자 게슴츠레하게 침 죌죌 흘리면서 쳐다볼때부터..내가
알아봤다..."
"씨이...진짜.. 아니라니까..."
"그래서 여자친구 하나 해달라는거냐??? 어차피 니놈은 여친도 없었던 놈 같고..."
"뭐뭣??... 세상에..."
"그거잖아.. 치히... 동창애들.. 많긴 한데.. 왠지.. 니놈 소개팅 해주고 나 욕먹을 꺼
같아서 싫다... 고민 끝... 오케이???..."
[민서]누나 얘기는 하지 말아야 겠다.
매사에 진지한 얘기를 주고 받은적이 없어서 그런지.. 얘한테는 아직까지는..
밤이 꽤 깊었다.
시원한 파도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듯.. 주변의 고요함을 우리끼리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미안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먹자... 너무 피곤하다...하암!!..흠냐..흠냐.."
"훗... 죽어보잘때는 언제고... 그래... 그러자.."
술도 파장이 났고.. 각자 화장실을 다녀와서 이불을 깔고 배게를 툭..툭.. 던져 놓는다.
좁은 방이지만.. 깔개를 넓직하게 펼쳐놓아서 그런지.. 배게 간격이 넓어 보이긴 하다.
각자의 얇은 이불을 하나씩.. 내려놓자.. [현주]가 방문을 열고 이불이 펼쳐진 방안 분위기에
어색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들어온다.
문쪽으로 자리를 잡고 누운채 천정의 형광등을 바라보고 있다.
[현주]는 잠들기전 뭐가 분주한지.. 짐꾸러미안의 무언가를 챙겨들고 작은 협탁의 화장대앞에
앉아서.. 얼굴에 무언가를 찍어 바르고 있다.
"잘테니까.. 불꺼..."
"응...."
눈을 부치려는데.. [현주]가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듯.. 내 머리위로..
두다리의 가랭이가 지나쳤다.
아주짧은 시간이었다.
너무나 짧은 그 스치는 순간이 잠깐 떳던 두눈의 망막에 맺혀버렸다.
핫팬츠와 허벅지 사이의 벌어진 틈의.. 깊숙한 곳.... 주름진 짙은 살결과 팬티...
'하아.....씨바......'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잠시후.. 방안에 불이 꺼지고 [현주]역시.. 바스락..거리며 내 옆의 어둠속으로 드러누워버렸다.
온통 고요한 밤.. 파도소리와.. 선풍기의 바람소리.. 그리고 이따금씩.. 해변쪽 술취한 놈년들의
웃음소리..
한창 잠이 들었을 때였다.
꿈속에서 [민서]누나의 그 길다란 허벅지 하나를 내 어깨위에 걸치며.. [민서]누나를 옆으로
돌려 눕혔다.
[민서]누나는 처음 잡아보는 자세에 긴장한채..두눈을 꼬옥 감으며 손가락 하나를 입속에 가져다
대며.. 나의 자지가 보지속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서]누나의 다리하나를 잡은채.. 좃대를 질펀한 보짓속에 집어넣었다.
[아흐윽!!!!.......]
순간 눈을 떴다..
그만 잠을 깬 것이다.
'..이런.. 꿈이...!!!...'
어둠속.. [민서]누나와의 섹스 꿈을 꾼것도 당혹스러웠는데.. 아까 꿈속에서의 그 신음소리는
여전히 들려오는 것이었다.
"아흐읍!!...아읍!!!...옵빠!!!...아흐읍!!..."
[찌거..찌거..찌거..찌거..찌거..]
누운채 꼼짝도 않고 두눈을 말똥거리며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을 했다.
바로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아흐흐읍!!..으흥흥..아퍼..아프단 말야.. 아흐흥..아흐흐..."
[찌거..찌거..찌거..찌거..찌거..]
'씨바...젠장.. 저것들이...진짜...'
후질구레한 민박집이다 보니.. 아까 옆방 말소리조차 웅웅거리며 들리더니만..
야심한 새벽녘의 고요함은 기여히.. 옆방에서의 섹스소리를 스테레오서라운드로
내 귓가로 쳐박혀 들어오게 만들고 있었다.
"좋아??...응??..."
"아흥...오빠!!..아흥..오빠!!..너무좋아..너무좋아..으으으윽... 하아..하아..."
[찌거..찌거..찌거..찌거..찌거..]
문득.. 내 옆.. 오른쪽 1미터 떨어진 곳에 누워잠들어 있는 [현주]생각이 났다.
이 기집애도 나처럼 자다 깨어나 있다면.. 지금의 이 소리를 듣고 있을 텐데..
몸을 뒤처기며 옆으로 돌려 누우며 눈을 뜨자... [이크!!!!.....]
[현주]의 번뜩이는 눈빛과 그만 마주쳤다.
이 기집애는 내쪽으로 돌아누운채.. 두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슬쩍 무안함을 미소로
때워 보내어 주는 것이다.
이 기집애가 언제 깨어났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누우며 두눈을 깊게 감으며
잠을 청하려는 듯 하다.
나 역시.. 그상태로 두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하나..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옆방에서의 섹스소리..
아마 그소리를 잠결에 들어서였는지.. 무의식중에.. [민서]누나와의 섹스씬이
꿈속에 떠올랐을 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조심스레.. 팬티속 좃대를 움켜쥐었다.
물컹한 좃대가.. 아까의 꿈속 아찔함으로.. 좃대가리 끝.. 살짝 미끈함이 묻어있는 듯
해 보인다.
옆방의 섹스소리를 들으며.. 좃대를 만지고.. 꿈속의 [민서]누나의 몸뚱아리와..
그 몸뚱아리속에.. 내 좃을 쳐박는 생각을 억지로 하려하고 있다.
내 좃대가 신기하게도.. 빳빳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주]옆에서.. 후끈 달아오르는 성욕을 잠재우기 위해 자위권을 발동시켜
딸딸이를 칠수는 없고 그냥 그상태로 조심스레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우후.....우후....사랑해....사랑해...우후......"
"아흐읍......사랑해옵빠!!...미치..도록!!...아흐으응...너무좋아..하아..."
[퍽!!..퍽!!..퍽!!..퍽!!..퍽!!..퍽!!..퍽!!..퍽!!..]
도대체 개색끼라도 되는건지.. 옆방의 섹스는 몇십분이 지났을 법도 한데.. 계속해서..
떡을 쳐대더니만.. 이제서야 마무리가 되는듯 해 보였다.
"우후...씨바..우후......으윽!!!....윽!!!!.."
"아흐흥......으으으윽...하아..옵빠!!!...아흐읍... 하아..하아..."
옆으로 돌아누운 상태에서 슬쩍.. 실눈을 떳다.
창으로 스미는 달빛이 눈에 익어갈 무렵.. [현주]의 모습이 두눈에 들어왔다.
이불을 턱 아래까지 올린듯.. 바로누운채.. 두눈을 꼬옥 감고.. 있는듯 하다.
다시 눈을 감고 있었다.
옆방에서 뒷처리를 하며.. 농담을 주고 받는 소리까지 다 들리고 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옆방 커플이 기척이 없다.
파도소리와.. 선풍기의 똑..똑.. 거리는 목아지뼈 끊어지는 소리만 들려온다.
이제는 진짜 잠이 올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어둠속.. 정막을 깨는듯한 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그것은 아주 작은 무언가의 규칙적인 빠른 마찰음이었고.. 불규칙적인 미세한 숨소리였다.
설마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실눈을 떴다.
창밖 달빛이 다시 어둠속 방안을 천천히 밝히기 시작이고.. 이불을 턱 아래까지 뒤집어쓴..
[현주]의 모습이 실눈사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눈을 다시 감으며 들려오는 소리에 온통 신경을 집중시켰다.
파도소리.. 선풍기목아지 뿌러지는 소리..
그리고.. 정체모를 아주 작은 소리들이 이제는 제법 선명해지기 시작이다.
[찌거..찌거..찌거..찌거..찌거..]
"...흐읍....흐읍......읍......."
다시 실눈을 뜬채.. [현주]의 이불을 바라보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주]를 덮은 이불속.. 무언가의 빠른 손놀림이 분명하였다..
'헐.......'
창문으로 스미는 오전의 햇살에 몸을 뒤척이며 늦잠을 자려한다.
어제.. 옆방에서의 섹스소리와.. 내 두눈으로 보고 듣고도 믿겨지지 않는 [현주]의
자위행위 때문에 아침이 밝을 때 까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었다.
[현주]는 방금전 깨어났는지 들락날락 거리며 무언가에 분주하더니..
젖은 머릿결을 드라이로 말리기까지 하며 가뜩이나 나의 아침잠을 방해하였다.
지금은 어디에 나갔는지.. 잠시 잠잠하다.
얼마후.. 방문이 열리며 [현주]가 들어오더니 나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이다.
"짜식이.. 빨랑 일어나... 기상!!.."
"........쫌만 더 자고..."
"밥먹어야지... 일어나.. 배고프단 말야.."
"......야.. 우리 늦잠 자고 점심먹기로 했잖냐... 좀.. 자자..."
"지금 열한시 반이야.. 점심 먹어야지??..."
".........머????....."
눈을 뜨니.. 어느새 눈앞에는 정돈된 머릿결에 은 화장까지 마치고 외출준비를 완벽하게 끝낸
[현주]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에이........ 그래.. 졌다.. 나가자..."
"내가 이불갤테니까.. 빨랑 씻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가 남자 샤워장 안으로 들어가니.. 옆방 남자놈이 하필이면 샤워를 하고
있었다.
나와 한번 흘끔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 대수롭지 않게 각자 하던일에 열중이다.
내 옆에서 샤워를 하는 옆방 남자.
하필이면 우리학교 3학년이라니..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에.. 커다란 키와.. 엄청난 근육..
온몸에 거품칠을 하며.. 사타구니의 부랄과 축쳐진 시커먼 말자지를 열심히도 닦는다.
어제 저 시커먼 말자지가 [민서]누나의 몸매를 닮은 옆방 여자의 몸속으로 존나게
개색끼처럼 오랫동안 쳐박혔다는 걸 떠오르니.. 왠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찬물에 오그라든.. 내 뻔데기 자지와 삐쩍 마른 몸매가.. 초라하게 옆방 남자의
옆 칸에서 샤워를 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툇마루에 앉아 있던 [현주]가 나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오며
또 옆방사람들 얘기를 꺼낸다.
"옆방..울학교 선배.. 진짜!! 몸 짱이다.. 그치??..."
"헬쓰 다니나보지..머..."
"에효... 참.. 니놈은 이게 뭐냐?? 이게..."
"나??... 체.. 야.. 나도 맘만 먹으면.. 한달 운동하면 저렇게 돼..."
[현주]에게 있는 힘껏 숨을 들이키고 팔에 힘을 주며 없는 알통을 만드려는듯
허풍을 떤다.
"호호... 웃겨..."
"체!!..내기해??.. 한달치 식권내기??..어때???..."
"하이고.. 됐다.. 됐어... 펭귄이 나는거 내기 하자고 해서 이기면 뭐하냐??.."
"이게 진짜.... 듣고보니 열받네..??.. 죽을래??..."
[현주]를 눕히고 그위로 올라타.. [현주]의 두팔을 무릅으로 제압해 버렸다.
"꺄아...아퍼!!...미안... 미안!!..."
"....... 내가 제일 몸짱이고..멋있다고.. 말해!!!..."
"꺄아....시러!!!...난 거짓말 못해..!!!..."
"이런...이래두????...."
[현주]의 목과 옆구리를 간지럽히기 시작이다.
"큭크크!!!...야!!!...너 진짜!!!.....아하하!!!!..."
순간.. 지금의 내행동이 누군가 나에게 했던 짖꿎은 장난을 답습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민서]누나...
"..흐음.....이번만 봐줄꺼야..."
점심을 식당에서 때우고 [현주]와 함께 해변으로 향했고 임대한 파라솔 아래에 미리 입고온
수영복만 남기고 훌훌 겉옷을 벗어던지기가 무섭게 파도가 밀려드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제보다 바람이 좀 불어서 그런지.. 파도가 꽤 높아보이기도 했다.
[스르르르르....철썩!!!!!!.....]
"와아....꺄아!!!!!......."
"으흐흐..온다....우후!!!!...."
수영복을 입은 [현주]를 공기매트에 태운채.. 가슴위 턱까지 오는 깊이의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꺄아... 무서워.. 얕은데로 가자.. 빨랑.."
"안깊어.. 내 목까지야..."
"이씨!!..깊잖아..바보야...빨랑 나가자..빨랑.."
"우후!!!....싫어...."
나와 [현주]를 실은 공기매트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비교적 조금 깊은 곳이었다.
내가 그때 왜 [현주]를 그리 깊은 곳까지 데리고 갔는지..
물론 한참이나 지난 지금에야 설명이 가능한 얘기겠지만.. 왠지.. 조금이나마 얘 앞에서 남자다워
보이고 싶었던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스르르르르....철썩!!!!!!.....]
"또온다.... 무서워...꺄아!!!!..악!!!.."
"............우후우..!!!!.....!!..."
이런.. 공기매트가 뒤집어 지면서 [현주]가 그만 물에 빠져버리고야 말았다.
순간 높은 너울로.. 발이 땅에 안닿을 듯 했었고.. 물속에 빠진 [현주]는 다행히도
내 손과 매트를 꽉 붙잡고 있었지만.. 이미 꼬로록하며... 물속에서 몇초간 처박혀 버린 것이다.
물살이 순식간에 썰려 나가면서 나와 [현주]가 바다로 떠내려갔는지..
계속해서 발이 땅에 닿지가 않을 정도의 깊이였고.. 물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공기매트를 움켜
잡은 [현주]가 얼굴이 쌔파랗게 질려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아흐흐으!!!...어떡해!!!..무서워!!!...살려줘!!!..."
"꽉 잡고있어!!!... 괜찮아!!!.. 괜찮으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괜찮은 상황은 결코 아니었고.. 망루에 앉아 이를 지켜보던 새까만 피부의
안전요원들이 마치 물개처럼 우리에게 뛰어들어.. 나와 [현주]가 붙잡고 있던 매트를 잡아끌며
해변으로 올 수 있었다.
쪽팔리게도 많은 사람들이 안전요원들에게 끌려나오는 나와 [현주]가 매달린 공기매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빨만 하얗게 보이는 안전요원중 한녀석이 [현주]와 나에게 한마디를 내던진다.
"파도휩쓸리는게 제일 위험해요... 수영 자신 없으면 가슴높이 이상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현주]는 아직도 새파랗게 질려.. 모래사장으로 오르면서도 벌벌 떨며 울고 있었다.
나역시 방금전까지 많이 겁도 났고.. 놀라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은 왠지
쪽팔려 죽을 지경이었다.
가족들과 놀던 꼬맹이들도 우리를 쳐다봤고.. 해변의 여러 커플들도 다 우릴 쳐다보고 있었고
해변 모래사장위.... 썬텐을 하고 있는 옆방 커플들의 선그라스도 우릴 향하고 있었다.
파라솔 아래의 우리자리에 앉자마자.. [현주]가 내속을 긁어대기 시작이다.
"이잉잉...나쁜새꺄... 내가 깊은데 싫다고 했잖아..!!!...."
"미안해... 아니.. 파도가..갑자기....."
"잉잉잉...병신.. 수영도 못하면서..."
"....아니..체....야!!!..그럼 니는 수영 잘하냐????...."
"씨이... 나는 여자잖아..병신아...!!..."
"............그래.. 난 남잔데.. 병신처럼 수영 못한다..됐냐????..."
갑자기 열이 확 받는다.
'...가뜩이나 쪽팔려 죽을 지경인데.. 이 기집애가..'
눈물을 훔치며 어느정도 흥분을 가라앉힌 [현주]가 울그락불그락 거리는 화난 내 표정을
읽으며.. 잠자코 있다.
그냥.. 확.. 짐을 싸들고 혼자 올라가버릴까 하는 속좁은 생각마져 들정도로..
무척이나 쪽팔리고 열받아 있는 상황이다.
순간.. 목포에서 [민서]누나의 서운한 말 몇마디에.. 그만 토라져서 혼자 그자리를 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 그때처럼.. 기분대로 행동했다가 일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경험에..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씨발...진짜...기분더럽네.....'
[현주]가 작은 아이스팩에서 음료수를 하나 건네며.. 내 얼굴을 살핀다.
"자... 이거...."
"됐어...니나 먹어..."
"삐졌어???...."
"............."
"흐음...미안해....."
"............."
"치이... 남자가 그런일로 삐지구... 응?????...."
"............."
[현주]가 건넨 음료를 받아 뚜껑을 따서 입에 가져다 댄다.
[현주]도 음료를 마시려 하는데.. 긴 손톱으로 캔뚜껑이 잘 안따지려나 보다.
곁눈질로 [현주]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현주]음료를 빼앗았다.
"줘바....."
"........."
[취힉!!...]
"자....."
"......."
"큭!!....."
[현주]가 방금전까지의 놀라고 흥분된 얼굴은 어딜갔는지..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또...왜에???..."
"큭크.... 그냥......"
"............."
"큭큭......호호호...하하하하..."
"미쳤나??...진짜.....씨이.."
"호호... 니 진짜.. 웃겼어..방금... 알어???..."
"내가 뭐???...."
"으휴... 귀여워....진짜....호호호..."
방금전.. [현주]의 표정과 말투가 어디서 들어본.. 귀에 익은 말 처럼 들렸다.
[으휴... 우리쭈니..귀여워 디저블겄다잉.....]
[현주]는 왜 웃었을까???
꼴에 남자랍시고.. 음료캔을 따준것 때문에??.. 아님 도대체 왜???...
하여간.. 어떻게 만난 친구인데.. 이런일로 서로 토라져 있을 이유는 아니기 때문에
그날의 그 일은 그냥 웃고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자꾸 옆집 남자와 나를 비교하는 [현주]의 못마땅한 태도는 왠지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어제처럼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횟집의 창가에 나란히 마주앉았다.
"우리..머 먹을까??.. 어제는 꽃게탕 먹었으니까.. 오늘은 해물찜 어때???..."
"그래.. 아무거나 먹자.. 배고파 죽겠다.."
"여기요!!!...꽃게찜 주세요.... 쐬주한병하구요.."
"네에...."
식사주문을 마치자 [현주]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얼굴을 살피며 화장을 살피고 있다.
[현주]와 동거동락을 하는 이틀째..
누나나 여동생이 없는 나로서는 남자와 여자의 평소 습성과 행동에 대해 많은걸 알게 되었다.
"나.. 어깨에 좀 탄거 같아 보이지??..."
".....그냥..좀 벌겋긴 한데..."
"그게 탄거잖아.....씨이.. 썬크림 비싼거라는데.. 울 언니꺼.. 아무래도 싸구련가봐.."
"........"
"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피부가 하얘서.. 잘 타지는 않나봐..."
"그런거 같긴 해.. 옆방 남자는 시커멓던데... 원래 피부가 까마잡잡하면 햇빛에 더 잘탄데..."
[현주]는 옆방커플의 남자얘기가 나왔는데도.. 내 말꼬리를 붙잡고 더이상 나를 인신공격해대지는
않았고 우리는 매콤한 해물찜에 쇠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휴가지의 마지막 날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창밖 해변으로 어둠이 차오를 때.. 난장판이 되어버린 테이블 위에는 쇠주병이 벌써 두병이 비워
졌다.
"훗...희준아..우리 한병 더 할까??..."
"그냥..어제처럼 방에 가서 먹자.."
"아... 이상하게 오늘은 좀 취하네??... 어제는 멀쩡했는데.."
"어제는 한병이었잖냐... 짜식...."
나와 [현주]는 어제처럼 각자 샤워를 하고.. 민박집 근처 슈퍼에서 술과 먹거리를 사들고
우리 숙소로 다시 들어왔다.
이불을 펴놓고.. 조촐한 밥상위에 술상을 세팅하고 마주앉아 우리둘만의 마지막 여름휴가
술파티를 맞이했다.
문득.. 어젯밤 옆방에서 났던 섹스소리 생각이 떠올랐다.
그 소리를 자던중 들었던 나는 [민서]누나와 섹스하는 꿈을 꾸었고.. [현주]는 분명
자위행위를 했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어젯밤 우리가 들었던 그 소리에 대해 서로가 일절 얘기하지는 않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니.. 나와 눈이 마주치는 이 여자가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훗...지금 내 앞의 이 기집애는 그소리를 듣고.. 자위행위를 했었으니...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캔맥 몇개가 비워지자.. [현주]가 슬쩍 옆방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흐음... 어제.. 너.. 옆방 소리.. 들었지...?..."
"훗..........."
"큭크.... 녹음이라도 해서 들려줄까 생각도 들더라....큭..."
"하하... 여기 방음이 잘 안돼나봐...."
"그냥.. 우리.. 친구니까.. 물어보는건데...."
"............."
순간... 내 두눈을 피하며 쑥쓰럽고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현주]의 물음에 온세상이
얼어붙듯.. 조용함이 느껴졌다.
"훗... 아냐....."
"뭐야??... 얘길 꺼냈으면.. 말을 해야지??..."
"그냥.. 친구니까..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응...."
[현주]가 자꾸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면서 뜸을 들이는 통에 종이컵에 담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너.. 여자랑 그거 해본적 있어??..."
"풋!!!!!.......켁켁!!!...."
"에이 진짜!!... 더럽게...."
"흐음......응.. 있어.....훗..."
말을 내뱉기는 했는데.. 무척 쑥쓰러웠다.
괜히 쉽게 대답을 해버린게 아니었나 하는 후회도 들었긴 했지만 어차피.. 친구끼린데..
다 지난 옛날 얘기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 니가????......"
"훗......."
[현주]가 내입에서 뿜어져 나온 맥주거품을 수건으로 닦으며 동그란 두눈으로 내눈을 바라보며
믿겨지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에이... 거짓말..."
"치.... 넌 내가 하는 말 다.. 안믿더라??..."
"흠!!.... 진짜면... 몇번??... 누구랑??..."
"글쎄...."
나를 스쳐지났던 [민서]누나와 수학선생인 [홍여진]..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섹스상대에 대해.. 더이상의 구체적인 대답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났다.
"거봐.. 거짓말이지..."
"믿거나 말거나다.......그러는 너는???......"
나의 이런 물음에 [현주]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워 하면서 발그레해진 두볼을 아래로
떨구며 나즈막히 속삭이듯 대답을 했다.
"나??.... 훗.. 아직 없어.."
"........거짓말..."
"호호... 진짜야.. 해봤으면 해봤다고 말하지... 니앞에서.."
"그럼..숫처녀야???....이야..천연기념물이라...훗... 아다라고도 하지...."
"호호호호.... 씨이!!... 왠지 그런말 기분나뻐... 비밀이다.. 알았냐??.."
"훗.........."
"이짜식...머냐???...그 기분나쁜 웃음은???...."
"아냐.. 자.. 마셔...천연기념물........."
남자와 여자..
아무리 친구사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나와 [현주]는 비좁은 이 방안에서
둘만의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취해.. 가슴두근거리는 알 수없는 기운을 느끼고 있었고
그걸 또 억지로 감추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저걸 확!!.. 따먹어버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 분위기를 몰아가서.. 자빠트리고 키스를 퍼부으며.. 애무를 하고..
살살 달래면서 좃대가리를 파악!!!.. 꽂아버린다면...
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지금껏 쌓아온 우정이 한번에 깨져버릴 수 있을 것이다.
순간 욕정에 못이겨.. 그런일을 벌인다는건 왠지 아닌것 같았다.
그렇게 피끓는 21살의 청춘 남녀들이 또 어제처럼.. 이불을 깔고 누워 불을 끄며
잠을 청하려 한다.
하지만 왠지.. 오늘은 분명히 어제와 다른 방안 분위기의 기류에 우리는 서로 말이 없어진듯하다.
[현주]가 어제처럼.. 부산스럽게 들락거리더니.. 방안 불이 꺼지고.. 바스락 거리며
어둠속으로 누워버렸다.
파도소리.. 이따금의 폭죽소리.. 선풍기모가지 뿌러지는 소리..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또.. 옆방에서의 섹스신의 영상이.. 리얼하게 서라운드로 벽을 뚫고 울려퍼져 우리의 머릿속
스크린에 투영되는 것이다.
"하압..하으읍!!..옵빠!!.."
"후우우....후우읍........"
아니 저것들은.. 오늘도???
하긴.. 피끓는 청춘들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
분명 나같아도 애인과 함께 놀러왔다면.. 밤이면 밤마다.. 아니.. 어쩌면 낮에도..
기회만 있다면 저렇게 불꽃처럼 뒤엉켜 타올랐을 것이다.
문득 [현주]를 바라보았다.
[현주]가 어둠속.. 미소를 머금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큭... 저커플들.. 진짜.. 대단하네.. 큭큭..."
"뭐..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이해해야지.."
"너... 있잖아....'
"....응..."
"진짜 해봤어??..."
"....응...."
"저거 하면.. 기분 어때??..."
"훗........."
"거봐... 해본적도 없는놈이..."
"기분... 좋지.... 무아지경이랄까.. 그런 경험이지 뭐..."
"치....무아지경??....."
"그래..무아지경..저 여자 신음소리 들어봐봐...거의 반쯤 미쳤으니까..저런소리 나오는거야.."
"그래???... 그냥.. 아퍼하는것 같은데??..."
"아픈게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좋다는느낌.. 그런거 이상이니까..저러는거야.."
"훗..짜식...어디서 주워들은건 있어가지구..."
"에효... 아직 애가 뭘 알겠냐??... 저런 기분을...... 한번 빠져들면 못 헤어나오지... 암......"
"너.. 가만보면.. 은근히.. 나랑 저런 기회 만들려고 말 유도하는거 알어???..."
"이런..!!.. 웃기시네.. 니가 먼저 말꺼냈잖아..!!..... 니가 저러고 싶지?? 그치??...."
"쉿!!..조용..옆방 커플들.. 우리말 다 듣겠다..."
"쟤네들 지금 무아지경이라니까??.. 우리 얘기 들리지도 않을껄??..."
"큭.........."
"하하...."
지금 나를 빤히 쳐다보는 어둠속 [현주]의 눈빛은 섹스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불타오르며.. 나의 적극적인 공세를 기다리는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쉽지가 않다.
분명히.. 후회할 것이다.
분명히..
어둠속.. 나를 바라보는 [현주]에게 다가가자.. [현주]가 흠칫 놀래는듯한 표정으로
각본을 읽는듯.. 여자들의 그 흔하디 흔한 의미없는 저항의 대사를 슭箏諭?시작했다.
"머야??..너.. 갑자기..??..."
"좋은 친구 뒀다 생각해라...... 무아지경이 뭔지 가르쳐 줄테니....."
"어마?? 너.. 미쳤냐??..... 우웁!!!!..."
"쪼옵...쪼옵......."
"욱!!!!....파하..하아..하아..!!.. 잠깐!!..희준아..!!.. 이러지마!!!...응???...우웁!!.."
"쪼옵..쪼옵..쪼옵..."
[현주]의 갸느다란 두팔목을 잡은채.. 입술을 덮친지..
1초..2초....3초........
어느덧.. [현주]는 나의 혀를 받아들이며.. 두눈을 꼬옥 감은채.. 서툴게 나와의 키스를 수동적으로
나누고 있다.
도톰한 [현주]의 입술속으로.. 깊숙히 파고들던 혀에 드디어 [현주]의 수줍은 혀가 나타나
엉키기 시작했고.. 주먹을 쥔채 가슴위에 모아둔 두손을 걷으며.. 풍만한 젖가슴위에 조심스레
내 손을 얹어 쥐었다.
"쪼옵..쪼옵....후움...후움..쪼오옵..."
어느덧.. 탱크탑위의 손이.. [현주]의 맨살을 파고들어 초저녁에 잠깐 보았던 [현주]의
칼라풀한 스포츠인어웨어속에 담긴 커다란 젖가슴과 젖꼭지로 슬며시 파고들어 덮쳐진다.
[현주]의 저항은 없다.
너무 싱거울 정도로...
[현주]의 젖가슴을 덮고 있던.. 브라와 탱크탑을 들어올리며.. [현주]와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현주]의 풍만하고 아름다운 젖가슴이.. 달빛을 받으며 세상으로 나타나 버렸다.
[현주]가 발그레하고 게슴츠레한 두 눈으로.. 무척이나 떨리는듯한 표정으로.. 거친숨을
나즈막히 내쉬고 있었다.
[현주]의 젖가슴..
어둑한 달빛이 스며들어 비춰주는 밝기였지만..
새하얗고.. 탱글탱글한 젖가슴은 무척이나 이쁘고 탐스러웠다.
[현주]는 들려진 상의아래.. 자기 젖가슴을 만져드는 내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어주었다.
그리고는 나머지 젖가슴으로 향하는 내 입술이 목줄기를 타고.. 내리자.. 찌릿함을 느꼈는지..
순간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차츰..안정을 되찾으며.. 나의 뒷머릿결을 슬며시 쥐어만져든다.
[현주]의 그 풍만하고.. 탱글한 젖가슴에 드디어 입성했다.
마치.. 지난날 수학선생인 [홍여진]의 젖가슴이 떠올랐다.
"하아....으흐으......으흐음......살살......아퍼살살.......으흐으음.......하아...."
"쪼옵...쪼옵....후움...후움......."
계속해서.. 젖가슴을 빨아대는 내 입술을 느끼며.. [현주]의 몸이 리듬을 타듯..
베베 꼬아가며.. 내 머리통을 움켜잡는다.
"하아.....으으흠......으흠......"
"쪼오옵...쪼옵...."
순간.. 왠지 장난기가 돌아 젖꼭지에서 입을 떼고 [현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우..짜!!... 너 제대로 샤워 안했지??..."
[현주]는 젖가슴을 애무하던 나를 버얼겋게 상기된 두볼에 게슴츠레한 두눈으로 내려다 보며..
쑥쓰러운듯..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머금으며.. 내 어깨를 툭 쳐댄다.
"큭크... 씨이...."
[탁!!...]
마치.. 잔말 말고 하던거 계속하라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다시 [현주]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빳빳하게 치솟은 작은 젖꼭지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불처럼 달아오르며 떨리는 [현주]의 몸뚱아리와 불규칙적인 숨소리..
[현주]는 진짜 숫처녀가 맞는것 같다.
'..씨바 요기집애.. 진짜..숫처녀 맞군 그래.... 너 오늘 무아지경이 뭔지.. 한번 겪어봐라.....'
참.. 오랜만에 겪는 여체이다.
그게 하필.. 내옆에 있어주었던 친구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까지 달아오른 황홀한 진행형은 어떻게 멈출 수가 없다.
이윽고.. [현주]의 바지가 벗겨지고.. 칼라풀한 섹시한 팬티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나
[현주]의 새하얀 두다리가 꼬아져 버리며.. 두손이 어쩔줄 몰라하며.. 다급하게 나를 잡으려 한다.
[현주]의 입술을 다시 찾아 키스를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