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洗腦時代 19장-
[서현]
"깨워."
"옙!"
'촤아악'
상관처럼 보이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명령에 바로 지혁에게 물을 끼얹는 다른 남자.
"크억.."
찬물을 끼얹자 나지막한 신음 소리와 함께 지혁이 깨어난다.
"이곳은..?"
깨어난 지혁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절하기 전 맞은 각목 때문에 뒤통수가찢어지는 바람에 이마에 흘러내렸던 피가 검붉은 색으로 굳어 있어 섬뜩한 느낌이 든다.
"만나서 반갑네, 지혁군. 피차간에 얼굴은 알고 있었겠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구먼."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들 뒤에 서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지혁에게 말을 건다.
"당신은... 코어엔터테인먼트 김광수 사장? 당신이 이곳에 왜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이곳은 어디고 내가 왜 이 꼴이 된 거야!!"
흐릿한 눈빛으로 김광수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하던 지혁은 점차 눈에 초점이 잡히더니 당장에라도 덤벼들듯 한 표정으로 소리친다
'퍽'
"윽!"
하지만 수갑과 뒤쪽 의자에 묶여 있는 밧줄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오히려 뒤에 서 있던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서서 그의 가슴을 발로 차버렸다.
"가만히 있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어디 한두 군데 부러지고 싶지 않다면."
"캑캑!"
지혁을 발로 찬 남자는 경고를 남긴 채 다시 뒤로 들어갔고 지혁은 가슴의 충격 탓에 숨쉬기가 어려운지 계속해서 캑캑 거렸다.
"이봐 이봐, 진정하라고. 오늘 자네와 내가 나눌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벌써 이렇게 흥분하면 좋지 않아."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지혁에게 충고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김광수는 빙글 뒤돌아서 조금 전 지혁을 발로 찬 남자를 향해 명령했다.
"조금 전에 모셔왔던 여성을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다치지 않게 공손히."
김광수의 명령을 받은 남자는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입에 재갈이 물려 있는 여성과 함께 들어왔다.
"수고했어. 난 이 둘과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만 나가 있어 주겠나?"
"저희가 나가 있어도 괜찮겠습니까? 혹시라도 저들이 반항한다면.."
"괜찮아, 괜찮아. 저 꼴로 무슨 반항을 할 수 있겠나?"
"그렇다면 이 여성을 이곳에 묶어두고 가겠습니다."
"음,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김광수의 허락을 맡자마자 남자는 데리고 온 여성을 의자에 밧줄로 묶기 시작했다.
다 묶고 나서 혹시라도 어디 잘못 묶은 곳은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한 남자는
별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의 상관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인제야 우리 셋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구먼. 일단 서로 간에 잘 아는 사이일 텐데 인사부터 나누는 게 어떤가?"
그들 사이를 가리고 있던 남자들이 나간 덕분에 이제서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지혁과 여성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서현아?"
"읍!읍읍!"
지혁의 입에서 나지막하게 여자의 이름이 흘러나왔고 서현은 재갈이 물린 상태라는 것도 잊은 채 소리 질렀다.
"이런. 재갈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군."
김광수가 서현에게 다가가 재갈을 풀어주자 그녀는 김광수를 신경 쓰지도 않고 바로 지혁을 불렀다.
"지혁오빠..? 오빠가 왜 이곳에 계세요? 설마 아까 저랑 통화한 것 때문에 오빠까지..."
"그건 아니야... 이런 말 하긴 창피하지만 아까 너와 전화 통화하고 난 뒤 나도 바로 납치당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이곳에 있는
거야?"
정확히는 전화를 받고 직접 찾아갈 용기가 없어 효운에게 연락하다가 납치당한 것이지만 차마 그걸 사실대로 그녀에게 말할 수 없었다
"저는 저녁에 공원을 산책하다가 다리가 아파서 잠깐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그대로 정신을 잃었어요. 정신을 차렸더니 이곳이
었고요."
"이런 일 발생 할까 봐 안 그래도 회사에서 요즘 위험하다고 혼자 산책 나가지 말라고 주의를 줬잖아. 경고해도 말을 안 듣더니 기어
코.."
"자, 서로 간 인사는 끝났나? 잔소리는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 하고 일단 내 말부터 듣는 게 어때?"
지혁과 서현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려고 할 무렵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광수가 슬며시 걸어나와 사이를 가로막았다.
"뭐, 일단 둘 다 상황파악은 끝난 것 같으니 바로 본론부터 꺼내지. 이 남자가 누군지는 알고 있겠지?"
김광수는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지혁과 서현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에는 남자 한 명이 찍혀 있었다.
"이 사람은?"
"저번에 경찰서에 넘겼던..."
사진에 찍혀 있는 남자는 소녀시대가 일본진출 하기 며칠 전 공원에서 서현을 덮쳤던 40대 남성이었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가던 지혁이 그녀의 비명을 듣고 구해줬기에 망정이지 지혁이 없었으면 서현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들이 경찰에게 넘긴 이후 조사 결과 정신 이상자로 분류되 정신병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긴 바로 그 남자였다
지금 시행 중인 소녀시대가 혼자서 저녁 외출 나가는 것을 금지한 규칙도 저 사건 이후 만든 것이었다.
"역시 알고 있군. 하긴 둘 다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겠지, 특히 서현양은 더욱더. 그렇다면 이게 뭔지도 알고 있나?"
이번에 김광수가 꺼낸 것은 사파이어 같은 청색으로 빛나는 침이었다.
"예쁘다.."
"저건..!"
김광수가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낸 것은 아까와 똑같았지만, 그 물건을 본 지혁과 서현의 반응은 조금 전과 달리 엇갈렸다.
침을 처음 보는 서현은 아름답게 빛나는 사파이어 빛에 반해 몽롱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이 사진 속 사내의 목 뒤에 꽂혀 있었던 것과 똑같은 물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혁은 침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역시 지혁군은 이게 뭔지 알고 있군. 아마 이 침의 효과와 사용법까지 알고 있겠지. 뭐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
김광수의 말에도 아무 말이 없는 지혁.
"하긴 자네도 이것과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만큼 이 침의 효과를 파악하기도 쉬웠겠지. 바로 이것을!"
"!!!"
김광수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본 지혁의 눈이 커졌다. 그가 꺼낸 것은 평소 지혁이 가지고 다니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였기 때문.
"자네는 이것을 어디서 구했나?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사이트가 맞나? www.killerjo.net."
"..."
지혁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내가 자네를 조사하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저 때부터였었지. 내 계획을 방해한 사람이 어떤 놈인지 궁금했거든. 처음에는 그냥 한번
손만 봐줄 생각이었는데 조사하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이 나오더라고."
이야기하던 김광수는 목이 타는지 탁자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마 지금은 자네도 눈치챘겠지만, 그때 그 남자는 내가 침을 이용해서 암시를 심어 놓았던 거였다. 자네 역시 그 물건을 구매했을때
같이 왔던 설명서에 남자 상대로 물건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겠지? 자네는 아직 남성을 상대로 그것을 써본
적이 없어서 부작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겠지만 나는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지. 설명서에서 말하는 부작용이 바로
자네들이 본 그 남자의 모습이야. 남성을 상대로 그것을 쓰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고 스스로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인형이 돼버리지."
"잠깐만요, 질문이 있어요. 아까부터 부작용, 부작용 그러는데 대체 그게 뭐기에 그러는 거죠?"
그때였다. 그가 한참 목소리를 높여가며 지혁에게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서현이 끼어들어 그에게 질문하였다.
"이게 뭐냐고? 글쎄 그건 저기 앉아 있는 지혁군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이봐 지혁군, 자네가 직접 설명하는 게 어때?"
"..."
김광수의 말에 그녀가 지혁을 쳐다보지만 지혁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이런, 이런. 아무래도 지혁군은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나 보군. 귀찮지만 할 수 없지, 내가 직접 설명해 주는 수밖에. 그러니까
이건 간단히 말하자면 최면용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최면이라고요? TV에서 봤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거나 하는 그런 거요?"
"아니, 그런 건 애들 장난 수준이고. 이건 그런 장난감이 아닌 진짜 최면을 걸 수 있지. 뭐든지 가능해. 예를 들면 최면하기에 따라서
한 여자를 나만을 위한 성 노예로 만들 수도 있다. 대신 남성에게 쓰면 부작용이 생기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야.
"그..그런.. 말도 안되는..."
"내 말이 믿어지지 않나?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저기 보이는 지혁군에게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보도록. 이건 어디까지나 지혁군의
물품이고 지혁군이 이 물건을 자네에게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다른 소녀시대 멤버에게는 여러 번 사용했으니 말이야."
"오..오빠. 거짓말이죠? 저 사람이 하는 말 전부 사실이 아니죠? 오빠는 저런 건 사용한 적 없죠?"
서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지혁을 바라보며 질문하였다.
그녀의 눈빛은 제발 지혁이 거짓말이라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지만
야속하게도 지혁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외면한 채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였다.
"이럴수가.. 지혁 오빠가.. 저런..."
서현은 그의 반응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더듬거리기만 할 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곁으로 김광수가 다가가 악마의 유혹처럼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너도 느낀 적이 있었을 텐데. 주위 멤버들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 이상하다거나 변한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지 않았나? 별일이 없었
는데도 갑자기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던지 그에 대한 언급이 잦아진다든가 하는 변화 말이야."
"거짓말.. 거짓말이야! 지혁 오빠가 그런짓을 했을리가 없어!"
"억지로 부정하려 하지 마라. 너도 머리로는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걸 인정하기가 싫을 뿐이지."
"아니야!! 아니라고!!!"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그의 말을 거세게 부정하는 서현이었지만 눈빛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마음으로는 그의 말을 부정하고 있지만, 머리에서는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가? 걱정 하지 마라. 내가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
서현을 보며 악마처럼 웃은 김광수는 조금 전에 꺼냈던 침을 들어
그녀가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반항할 틈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그녀의 목에 꽂았다.
그러자 고개를 졌고 있던 그녀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춘 채 축 늘어졌고
소란스럽던 방안이 갑자기 조용해지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혁이 고개를 들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보았다.
"...서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그건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지금 그녀의 상태는 트랜스 상태. 그러니까 지혁군의 경우로 표현하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먹이고 난 직후의 상태라고 해야겠군. 방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트랜스 상태가 되면 심적 장벽이 약해지기 때문에 암시도 훨씬
더 잘 먹히거든."
"뭐...? 설마 겨우 이거 하나 때문에 그걸 보여줬던 거냐?"
"왜 그렇게 놀라고 그러나. 이건 자네도 잘 쓰는 방법의 하나일 텐데."
"이 개새끼야!! 서현이에게 손끝하나라도 댔다간 가만 안둔다!!!"
김광수의 말에 흥분해서 당장에라도 수갑이 부서질 듯이 거칠게 달려들려고 하는 지혁!
하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는 김광수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쯧쯧, 아까도 경고했지만 다치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처리해 버리고 싶지만,
자네는 서현의 변화를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아직 죽으면 안 된다고. 내 계획을 방해한 사람을 그렇게 편하게 보내줄 수는
없지."
그는 다시 뒤로 빙글 돌더니 문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자네는 잠시 잠들어 있어줘야겠어. 최면작업 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난입하면 작업이 복잡해지거든. 잠에서 깨면
변해있는 서현양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그거나 기대하면서 잠들라고. 이봐, 밖에 누구 없나? 와서 지혁군 좀 데려가도록!"
말을 마친 김광수는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흥신소 직원들을 불렀다.
그동안 지혁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수갑과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그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
이제 곧 그들이 방안으로 들어오면 지혁은 밖으로 끌려가고 서현은 김광수와 단둘이 남아 철저하게 세뇌당하리라.
그러나...
"뭐야? 밖에 아무도 없나?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지?"
김광수가 흥신소 직원을 부르고 한참이 지나도 방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혹시 자신의 말을 못 들었나 라고 생각한 김광수가 다시 한번 문밖의 흥신소 직원들을 불렀지만, 여전히 그들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이것들이 단체로 잠들기라도 했나. 귀찮게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자 결국 김광수는 짜증을 내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쪽으로 다가섰다.
그때였다. 그가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덜컹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 것이다.
"너..넌 누구냐? 밖에 성진파가 지키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네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지?"
문이 열리고 김광수가 가장 먼저 본 광경은 자신 앞에 서 있는 검은색 후드를 둘러쓰고 있는 사람 한 명과
그 뒤에 쓰러져 있는 흥신소 직원(이라고 쓰고 성진파 조직원들 이라 읽는다)들 이었다.
"대답하지 못해? 대체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거냐!"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에 흥분한 김광수가 '그'의 멱살을 잡으려고 달려들자
'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더니 '딱'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더러운 모르모트 주제에 어따 대고 반항하는거냐."
"크아악?! 으아아악!!"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멱살을 잡으려고 달려들던 김광수가 머리를 감싸고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조작해 놓았던 기억을 다시 원상복귀시켰다. 아마 원상복귀 되는 과정이 조금 아플 거다."
무감각한 눈빛으로 머리를 감싼 채 괴로워하는 김광수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서현에게 다가가 조금 전에 김광수가 꽂아 놓은 목 뒤에 꽂혀 있는 침을 빼냈다.
"다행히 아직 별 암시를 심어 놓지 않았군. 아무리 나라도 심어놓은 암시를 원래대로 복구하는 일은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었는데 수고
를 덜 수 있게 됐군. 이래야 내가 서두른 보람이 있지."
서현의 목에서 침을 빼낸 '그'는 뽑은 침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의 손에 의해 바닥을 뒹굴며 이내 곧 푸른빛에서 붉은빛으로 바뀌어가는 침.
그런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그'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지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시죠?"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눈빛도 그렇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검은 후드티를 눌러 쓰고 있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구분이 안 되는 존재였기에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공손한 말투로 질문하였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많이 공손해졌구나 배지혁. 그때는 앞뒤 안 가리고 내게 덤벼들었는데 말이야. 흐음, 내가 만든 저것들이
피 시전자 이외에 시 전자에게도 영향을 주는 건가.."
"제가.. 당신과 만난적이 있다고요?"
"그래, 내가 기억을 조작해놨기 때문에 넌 기억 못 하겠지만 우리 둘은 분명히 만난 적이 있지. 지금 뒤에서 내게 달려드는 바로 저놈
처럼."
'그'는 지혁과 대화하는 도중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고
뒤에서 '그'를 향해 황소처럼 달려들던 김광수의 몸은 거짓말처럼 멈추고 말았다.
"지금 그 눈.. 눈을 보니 기억이 돌아온 모양이군, 김광수."
"이 새끼가! 감히 나를 농락해? 가만두지 않겠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이려고 시도하며 소리 지르는 김광수.
그러나 그의 몸은 그의 의지를 철저히 배반하며 전혀 말을 들지 않았다.
"모르모트에 어울리지 않는 그 말투.. 정말 맘에 들지 않는군. 잊고 있나 본데 아무리 네가 똑똑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너는 모르모
트고 나는 과학자다. 그리고 과학자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모르모트를 없앨 수 있지. 예를 들면..."
고개를 돌려 김광수를 바라보며 말을 하던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김광수의 심장을 향해 겨눴다.
"바로 지금 처럼."
'탕!!'
"커억?!"
김광수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발사된 총알은 그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고 순식간에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리고 김광수는 그대로 외마디 비명 한마디와 함께 쓰러졌다.
"쓸데없는 짓만 안 했어도 지금보다는 좀 더 살았을 것을. 괜히 나서서 자기가 자기 수명을 단축하는구나. 어차피 실험가치가 떨어져서 이제 곧 정리하려 했지마는."
쓰러져있는 김광수의 시체 앞에서 무감각한 눈빛으로 김광수를 바라보는 '그'.
한참을 그렇게 김광수를 바라보던 '그'는 잠시 뒤 몸을 돌려 지혁에게 말을 걸었다.
"표정을 보니 궁금한 점이 많아 보이는구나.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도록. 오늘은 특별히 대답해 주지."
'그'의 말에 멍한 눈빛으로 지금까지의 광경을 지켜보던 지혁이 황급히 질문하였다.
"...당신은 누구죠?"
"조금 전에 말했듯이 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너는 모르모트고."
모르모트? 실험?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지혁이였지만 왠지 되물어 봐서는 안될 것 같은 분위기에 꾹 참고 다른 질문을 했다.
"왜 그를 죽인거죠?"
"원래 내가 짜둔 계획에 따르면 모르모트끼리는 만나면 안 된다.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변수가 발생한 모르모트는
더 이상 모르모트로서의 가치가 없지. 변수도 제거하고 실험체로서의 가치도 다 떨어지고 해서 겸사겸사 정리했다."
"이곳의 위치는 어떻게 알고 오신 거죠?"
"모든 모르모트에는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내가 암시를 심어 놓았지. 모르모트 2명이서 접촉하는 것을 느끼고 찾아 온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지혁의 질문에 대답해주던 '그'가 갑자기 밖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오는군.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너 말이야 내가 왜 이런 사실들을 너에게 말한것인지 알고 있나?"
"아뇨 모릅니다. 무엇 때문이죠?"
"그건 말이야.."
'그'는 조금 전 김광수를 쏜 총을 다시 지혁에게 겨누며 말했다.
"어차피 네가 깨어났을 때는 이 모든 사실을 전부 기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지."
'탕'
"크억!"
"그리고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로 조작하려면 너도 한방 정도는 맞아야 한다. 대신 선물로 저기 있는 여성의 기억을 조작해주고 가지.
네가 평소에 최면을 거는 그 형식으로."
지혁의 오른쪽 다리에 총을 한 방 쏜 '그'는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지혁 쪽에 한번 서현 쪽에 한 번씩 튕겼다.
"네가 깨어났을 때 너는 네가 저 여성을 구하고 최면시킨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아니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가 만든 거겠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지는 '그'.
그리고 방안에 남겨진 지혁은 총을 맞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그'에 의해 다시 깜깜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두 손들어! 경찰이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경찰이 외치는 듯한 소리를 들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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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오늘의 뉴스입니다. 오늘 코어 엔터테인먼트 사장 김광수 씨와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주현 양이 서울의 조직폭력배 집단
인 성진파에 납치되는 일이 발생해 연예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서주현 양이 납치된 후 가장 먼저 소식을 받은
그룹 소녀시대의 매니저 배지혁 씨가 성진파의 아지트에 홀로 난입해 서주현 양을 구하는 영화 같은 일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김광
수 씨는 배지혁 씨가 도착했을 때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배지혁 씨가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고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
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있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서현 洗腦完了=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