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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腦時代 13장-

[수영]

저녁 6시 반 서울의 한 동네에 있는 지혁의 집.

공원을 지나가다 우연히 어떤 남자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었던 서현을 도와줬던 날로부터

3일이 지났고 그 사흘 동안 지혁이 한일은.... 물론 문명이었다.

문명을 시작한 첫날 간디에게 수도를 점령당하는 굴욕을 당해 문명을 끄며 복수를 다짐했던 지혁은 다음날 다시 문명을 시작해

간디에게 핵까지 날려주며 완벽하게 복수에 성공, 더불어서 다른 문명들까지 정복하며 정복승리를 달성하였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지난 오늘 그는 5시간의 노력 끝에 로켓 발사 준비를 거의 끝마쳐 과학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좋아 이제 ss 스테이시스 챔버만 완성하면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과학승리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

이제 곧 지난 5시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본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우스로 빠르게 다음턴을 클릭하는 지혁.

그러나 아직은 그가 승리를 맛볼 때가 아니라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핸드폰에서 벨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 시간에 대체 누가 전화를 한거... 제시카? 지금은 휴가기간일 텐데 왠일로 나한테 전화를 다 했지?"

딱히 짐작 가는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전화를 안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는 하고 있던 컴퓨터를 잠시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시카?"

"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오빠?"

"안 본 지 며칠이나 됐다고, 나야 잘 지냈지. 그나저나 웬일이야? 쉬는 날에 나에게 전화를 다하고?"

"오빠 쉬는 날에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한데요. 급한일이 있어서 그런데 지금 저희 숙소로 와주시면 안 돼요?"

"지금 당장? 나 바쁜데... 박실장님에게 부탁하면 안 돼?"

"아까 효운 오빠에게도 전화해 봤는데 효운 오빠는 회사일 때문에 바쁘셔서 못 오신대요."

"에휴.. 이 사람은 진짜 필요한 순간에는 없다니까, 어쩔 수 없지. 뭔 일인데 그래?"

"음, 말로 설명하긴 힘들고 일단 빨리 저희 숙소로 와주세요. 급한 일이란 말이에요."

"알았어, 나 지금 하던 것만 끝마치고 바로 갈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면 안되냐?"

"남자가 안 갈 거면 안 간다, 갈 거면 간다라고만 하면 되지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아요! 잔말 말고 당장 오세요! 그럼 오시는 걸로

알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뭐? 야! 야!! 잠깐만! 끊지 말아봐!"

'뚝'

끊지 말라는 지혁의 외침에도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니 사람을 호출하려면 최소한 부르는 이유 정도는 말해 줘야지, 이유도 설명 안 해주고 다짜고짜 오라니...."

잠시 문명이 켜져 있는 컴퓨터 모니터와 방문을 번갈아 보며 고민하던 그는 결정을 내렸는지 컴퓨터를 끄고 외출 준비를 하였다.

"에이씨,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가줘야겠지. 안 갔다가 나중에 잔소리 듣는 것도 두렵고... 아쉽지만 문명은 다녀와서 끝내야겠구먼."

투덜거리면서도 여름이라 별로 춥지도 않고 소녀시대 숙소가 자신의 집에서 그렇게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금방 준비를 끝마친 지혁은 입고 있던 추리닝 차림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로 나를 부르는 걸까? 뭐 가보면 알겠지."

잠시 자신을 호출한 이유를 생각해보다 특별히 생각나는 이유가 없자 이내 다시 소녀시대의 숙소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지혁이였다.

같은 시각 소녀시대 숙소.

지혁과의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는 제시카와 옆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통화가 끝나자 그녀에게 다가가는 서현.

"뭐래요, 언니? 지혁오빠 오신대요?"

"아 몰라! 짜증 나게 올 거면 온다, 안 올 거면 안 온다 확실하게 말할 것이지 남자가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은 것인지 원."

"어? 안 오신대요? 그러면 안되는데... 지혁오빠가 오지 않으시면 지금까지 저희가 준비했던 것들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저희가 지혁

오빠 집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내가 언제 안 온다고 했니? 방금 통화해보니 지금 집에 있대. 아마 오긴 오실 거야. 내가 이렇게까지

부탁했는데 설마 안 오시진 않겠지."

마지막 말은 확신에 가득 찬 말이 아니라 자신감 없는 중얼거림에 가까웠지만 서현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헤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지혁오빠네 집은 우리 숙소랑 가까우시니까 집에서 출발하셨다면 금방 도착하시겠네요."

"내 생각에는 전화받으시고 바로 출발하셨다면 대략 10분 안에 도착하실 것 같은데? 그럼 이제 우리도 다른 애들 도우러 가볼까? 지혁

오빠 도착하시기 전에 준비는 끝내놔야지."

"네, 언니!"

제시카와 서현은 웃으면서 문을 열고 함께 다른 멤버들이 무언가를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부엌으로 나갔고 그로부터 10분이 흘렀다.

10분 안에 도착할 거라는 제시카의 예측대로 지혁은 소녀시대 숙소에 도착해서 문 앞에 서 있었다.

도착하고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멍하니 숙소의 문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지혁.

'1년 동안 매니저 일을 하면서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곳이었는데 벌써 2번째의 숙소 출입이다. 게다가 이번엔 소녀들에게서

직접 와달라는 요청까지 받았고... 내 위상도 참 많이 달라졌군.'

쪽지에 적힌 사이트에 접속했던 이후로 아니 정확히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구매한 이후로 자신과 자신 주변이 참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지혁이였다.

"그래, 분명히 내가 조금쯤은 변한 건 사실이지만... 괜찮겠지. 그럼 이제 무슨 일로 쉬는 날에 나를 호출한 것인지 알아볼까나."

'띵동'

지혁이 자신 앞에 있는 초인종을 클릭했지만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문이 열릴 기미는 전혀 없이

숙소 안쪽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녀들의 목소리만 계속해서 들려왔다.

"뭐야, 쉬고 있던 사람을 불렀으면 최소한 문은 바로바로 열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

한참을 기다려도 안쪽에서 목소리만 들려오고 문이 열리지 않자 지혁이 문을 두드리며 항의했고

잠시 후 소란스러웠던 숙소 안쪽이 조용해지더니 인터폰으로 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해요 오빠, 손님 맞이하기 전에 급하게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그것들 좀 정리하느라 그랬어요.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지금

바로 문 열어 드릴게요."

태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잠겨져 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지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빠방!'

그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지혁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양쪽에서 유리와 태연이 폭죽을 터트렸고 그와 동시에 부엌 안쪽에서 다른 멤버들이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지혁오빠, 생일 축하 합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파악하지 못한 지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런 그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는지 자기들끼리 신나서 생일축하 노래까지 다 부른 소녀들은

노래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지혁을 재촉하였다.

"뭐하세요, 오빠. 얼른 촛불 끄셔야죠."

"어? 어 알겠다."

'후우~'

"와아아아!"

자신보고 촛불을 끄라고 재촉하는 태연의 말에 지혁은 얼떨결에 입김을 불어 촛불을 껐고 소녀들은 그 모습을 보며 좋아했다.

그제야 가출했던 정신이 집에 돌아온 지혁은 사태파악을 위해 자신은 신경 쓰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좋아하고 있는 소녀들을 불렀다.

"지금...이게 뭐하고 있는 거냐?"

"보면 모르세요? 생일파티 하고 있잖아요!"

그의 말에 대표로 나서서 대답해주는 티파니. 그러나 지혁은 티파니의 말에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지 다시 반문하였다.

"생일파티 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 오늘 누구 생일이었어? 너희 중에 6월 6일이 생일인 사람은 없을 텐데?"

자신의 대답에도 이해가 안 된다는 지혁의 대답에 티파니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아니, 그걸 진짜 몰라서 묻는 거에요?"

"그럼 몰라서 묻는 거지, 알고 있으면 묻겠냐?"

지혁이 아직도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답답했는지 이제 티파니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까지 나서서 외쳤다.

"오늘 오빠 생일이잖아요, 6월 6일 배.지.혁의 생일!"

"뭐?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그래요! 어떻게 사람이 자기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를 수가 있어요?"

"그야 내가 특별히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걸 챙기지 않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 생일은 대체 어떻게

알고 이런 걸 준비한 거야? 너희에게 내 생일이 언제인지 알려준 기억은 없는데."

"어휴,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자기 생일이 언제인지 정도는 알아야죠. 그리고 저희가 오빠 생일을 어떻게 알고 준비했느냐면요...."

-2일전 소녀시대 숙소-

모처럼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거실에 모여서 다 같이 TV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멤버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제 있었던 노숙자 습격 사건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

"서현아 너 진짜 괜찮은거지?"

"네. 어제도 말했잖아요, 저 진짜 괜찮아요. 처음엔 저도 깜짝 놀랐었는데 지혁오빠가 금방 달려와 줘서 아무 일도 없었어요."

별 이상 없다는 서현의 말에도 어제 지혁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라서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소녀시대 멤버 중에서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수영과 평소에 다른 멤버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 자주 외출하고 다녔던 서현에게

언제 한번 이런 말을 할 기회가 오기를 벼르고 있었던 효연이 양옆에서 붙어 그녀에게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우리가 평소에 좀 조심해서 다니라고 말한 거잖아. 내가 언제 한번 이런 일 생길 줄 알았어. 그나마 이번엔

지혁오빠가 근처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무도 없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나갈 거면 우리에게 나간다고 말이라도 해주고 가던가, 이러다가 잘못하면 우리 휴가 날에도 경호원들이랑 같이 보내게 생겼잖아,

스케쥴 때 경호원들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만 해도 지긋지긋한데 쉬는 날까지 그렇게 되는 건 진짜 최악이라고!"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수영. 그리고 그런 수영의 반응에 더욱 침울해진 서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태연은 서현이 너무 위축되는 것 같자 나서서 한 번 더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그녀들을 제지했다.

"자자, 이 이야기는 어제도 실컷 했으니까 이제 그만하자. 서현이도 많이 반성하고 있는 것 같고 같은 이야기 계속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서현이 너도 다음부턴 이런 일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알겠지?"

"아직 우리 막내에게 해줘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았는... 쳇 알았어, 이제 그만할게."

"네 죄송해요, 언니. 다음부턴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

태연의 말에 불만을 표하려던 수영이었지만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에 금방 수긍하였고 서현 역시 죄송하다고 대답했다.

이제 좀 조용해지고 상황이 정리될 무렵 갑자기 티파니가 나서서 말을 꺼냈다.

"지혁오빠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요즘 지혁오빠가 옜날 이랑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음..그러고 보니 옜날 이랑 달리 화도 잘 안 내시는것 같고 우리에게 짜증도 안 부리시고."

"지각도 잘 안 하시고."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우리 앞에서는 담배도 잘 안 피시더라?"

"확실히 많이 변한것 같아. 그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들 어느 정도 그런 점을 느끼고 있었는지 티파니의 말에 너도나도 동의하는 멤버들.

다들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티파니는 신이 나서 자신이 생각해두었던 것을 이야기했다.

"에헴,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서현이 일도 있고 하니까 우리가 지혁오빠 생일파티 열어주는 건 어때?"

"뭐? 지혁오빠 생일파티를 열어주자고?"

"생일파티 좋지. 근데 지혁오빠 생일이 언제였지?"

"나도 모르겠는데... 누구 아는 사람 없어?"

그제야 1년 넘게 같이 지낸 지혁의 생일을 알고 있는 멤버가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공황상태에 빠진 소녀시대.

그 모습을 본 티파니는 지혁의 생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우월감에 휩싸여 팔짱을 끼고 혀를 찼다.

"쯧쯧, 어떻게 9명이나 되는 멤버중에서 1년 넘게 알고 지낸 사람의 생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수 있지."

"그렇다고 너무 뭐라고 하진 마. 솔직히 옛날 지혁오빠의 행실을 보면 우리가 지혁오빠에 관한 내용을 관심 가지는 게 더 이상한

거였잖아"

"하긴, 나도 어제야 알게 되었으니까... 너희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네."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혁오빠 생일이 언제기에 생일파티를 열어주자는 거야?"

유리의 질문에 대답 대신 손가락 2개를 펴보이는 티파니.

"2일 뒤? 아니면 2주일 뒤?"

"당연히 2일 뒤지 바보야. 2주일 뒤면 내가 지금 생일파티를 열어주자고 말했겠어? 어제 회사에 물어보니까 지혁오빠가 6월 6일이

생일이시더라고. 오늘이 6월 4일이니까 2일 남았어."

"2일 남았으면 생일파티 준비야 지금부터 준비해도 넉넉하니까 별문제 없을 것 같은데 당일 지혁오빠는 어떻게 부르려고요? 게다가

만약 그날 지혁오빠가 어디 먼 곳에 계시기라도 한다면 우리 망하는 거 아니에요?"

지혁을 어떻게 불러내야 할지 걱정하는 윤아를 안심시켜주기라도 하듯이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있던 제시카가 나섰다.

"아아 그건 나랑 서현이가 담당할게. 서현아 할 수 있지?"

"네? 무..물론이죠. 안 그래도 지혁오빠에게 뭐라도 보답을 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생일파티를 열어줄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쁜걸요. 그리고 윤아 언니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어제 숙소로 돌아오면서 지혁오빠랑 이야기했는데 이번 휴가

기간에는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실 생각 이랬거든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자자, 다들 주목! 그럼 모두 지혁오빠 생일파티 열어주는 거에 찬성한 거지?"

"난 찬성."

"나도 뭐 반대할 생각은 없어."

"좋아, 이번 일은 내가 제안한 거니까 총 계획은 내가 담당하겠어. 그럼 지금부터 뭘 준비해야 하느냐면...."

-다시 현재-

"이렇게 된거에요."

지혁은 티파니의 설명을 다 듣고 잠깐 벙찐 표정이 되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다시 질문하였다.

"파니 네가 내 생일을 알고 있었다고?"

"히히, 사실 저도 원래는 언제인지 모르고 있었어요. 서현이가 돌아오고 나서 문득 오빠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회사에 물어봤더니 회사에서 오늘이라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게 된 거구나. 모두 고마워. 내가 너희하고 같이 보낸 지난 1년 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애걔? 저희가 이렇게까지 준비해 줬는데 반응이 고작 그게 다에요?"

"그럼 내가 뭐 어떻게 해줘야 하는데? 감동했으니 울어줄까? 흑흑흑...."

"하하하, 그게 뭐예요. 그런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어색한 우는 연기 따위는 필요 없네요. 거기 멀뚱멀뚱 서 있지 마시고 얼른

안으로 들어오기나 하세요."

"알겠다, 알겠어. 그럼 너희 먼저 들어가라. 그래야 나도 따라서 들어가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우는 연기를 하는 지혁을 보고 웃어버린 멤버들은 먼저 안쪽으로 들어갔고 그는 제자리에 가만히 멈춰 섰다.

겉으로는 감동하지 않은 척 멀쩡한 척했지만 사실 지금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매우 감동한 상태였다.

'누가 내 생일파티를 열어준 게 얼마 만이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께서 해주신 이후로 한 번도 없었으니까 대략 15년 만인가...'

소녀들이 보지 않을 때 남몰래 살짝 미소 지은 지혁은 먼저 들어간 그녀들을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우와~ 이게 다 뭐야?"

부엌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그녀들이 준비했는지 음식업체에 주문했는지는 몰라도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많은 양의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잡채에 미역국에 불고기에 아귀찜까지? 대단한데? 이것들 전부 너희가 준비한 거야?"

"네, 맞아요!...라면 얼마나 좋겠습니다만 사실 저희가 준비한 건 얼마 없어요. 대부분 전문업체에서 주문한 거에요."

"하긴 너희가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반찬을 다 준비하기엔 무리겠지."

"그.래.도! 여기 이 미역국은 저랑 서현이가 정성 들여 끓였다고요! 그러니까 먹으실 때 저희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남기지 마시고

맛있게 드셔야 해요. 알겠죠?"

반찬에 대해서 지혁과 윤아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의 수고를 강조하는 써니.

그리고 그 모습이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써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피식하고 웃어버리는 지혁이였다.

"자자~ 다들 자리에 앉자. 오빠도 얼른 앉으세요."

웃고 떠드는 사이 먼저 자리에 앉은 태연이 다른 사람들을 재촉했고 효연을 마지막으로 모두 자리에 앉자 다시 진행을 시작하였다.

"오늘은 다들 알고 있듯이 우리 지혁오빠의 생일입니다! 모두 다시 한번 생일을 맞이하신 오빠를 축하해 주시고 그럼 이제 먹읍시다!"

"와아아아~"

태연의 외침을 신호로 다들 며칠 굶은 사람 마냥 음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

'털썩'

방금 그 소리는 마지막까지 남아서 지혁과 다이다이 뜨던 윤아가 쓰러지는 소리였다.

윤아가 쓰러짐으로써 이제 소녀시대 숙소에서 뻗지 않고 멀쩡하게 남아 있는 사람은 지혁을 제외하면 수영이 유일하게 되었다.

"딸꾹! 헤에~ 오빠 보기보다 술 쌔네요?"

아니 멀쩡하다는 말은 취소.

수영 역시 얼굴도 빨개지고 눈도 약간 풀려 있어 술 몇 잔만 더 마셨다간 금방이라도 뻗어버릴 것 같은 상태다.

"원래 내가 술이 좀... 끄윽! 쌔거든."

"히히, 난 오빠처럼 술 잘 마시는 남자가 좋더라아."

원래 술버릇이 애교인지 술에 취해 혀가 꼬인듯한 닭살 돋는 말투로 지혁에게 딱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리는 수영.

"너 지금 대충 봐도 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마시고 들어가서 자는 게 낫지 않겠어?"

"싫어요오~ 수영이는 더 마실 꼬에요!"

"하아~ 싫으면 말고. 그나저나 무슨 어린애들이 술이 이렇게 쌘 거냐?"

"구건 말이죠, 히히. 저희가 성인 되고 나서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술깨나 많이 마셨거든요. 그래서 은근히 다들 술 잘 마셔요오~."

저녁 식사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생일파티처럼 진행되던 지혁의 생일파티는

수영이 냉장고 안에 있던 맥주 캔과 소주병들을 꺼내오면서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술 게임을 하면서 게임에 걸린 사람이 벌칙으로 가볍게 한두 잔 마시는 식이었지만

일단 다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그때부턴 너나 할 것 없이 무서운 속도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술판이 벌어지자 주량이 얼마 안 되는 태연, 티파니 그리고 겉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술이 약했던 효연은

얼마 가지 않아 금방 쓰러졌고 술은 건강에 좋지 않은 거라고 혼자서 끝까지 마시지 않으면서 버티던

서현은 써니에게 붙잡혀 맥주 한잔을 억지로 마시자마자 만취상태가 돼버려서 뻗어버렸다.

그 뒤로도 서현을 보내버린 써니는 혼자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던 제시카를 불러 같이 술을 마시더니 둘 다 동시에 쓰러져버렸고

유리와 윤아는 뭔 자신감인지 차례로 지혁에게 다이다이를 신청. 그리고 그 결과는 다들 보다시피 윤아와 유리의 패배.

결국, 새벽 2시가 넘도록 이어졌던 술판의 최종 생존자는 지혁과 수영이 됐다.

"헤헤헤....."

게다가 최후의 생존자 중 한 명이신 수영 양도 상태가 정상이 아니시다.

"밤도 깊었고 이제 슬슬 술판도 정리하고 잠든 멤버들도 방에 들여놔야 할것 같은데."

슬슬 뒷정리에 대한 걱정이든 지혁은 옆에 앉아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헤헤거리며 웃고만 있는 수영을 얼핏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일하게 살아 있는 수영이도 상태가 이렇고... 결국은 나 혼자서 다 정리해야겠구만."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난 지혁은 일단 근처에 있는 술병이랑 기타 안줏거리부터 치우기 시작했고

대충 술병과 안주 및 기타 쓰레기 정리가 끝나자 그다음부터는 잠든 멤버들을 한 명씩 들어서 방안의 침대에 눕혀놓았다.

각 방문 앞마다 방주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의 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상태가 별로 안 좋긴 해도 어쨌든 깨어 있는 수영이를 제외하고도

8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들어서 옮겨야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지쳐서 옮기는 중간마다 휴식을 취해야 했다.

어쨌든 그 고생을 해가면서 멤버 7명을 모두 침대에 옮겨 놓은 지혁은 마지막으로 제시카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렇게 자는 모습을 보니까 확실히 시카가 예쁘긴 예쁘구나. 진짜 성격만 좀 더 귀염성있는 성격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참 동안 잠든 시카 앞에 주저앉아서 자는 시카를 바라보던 지혁은

이렇게 예쁜 소녀가 자신의 말 한마디에 복종한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래도 뭐.. 지금 같은 츤데레 모드도 나쁘진 않지."

지혁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번지는 미소와 함께 시카를 안으려고 팔을 뻗다가 저번에 서현이 말한 경고가 생각나 잠깐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까 서현이가 저번에 말해주길 시카는 자고 있을 때 건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던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동안 고민하던 지혁은 옆에서 여전히 헤헤거리며 웃고 있는 수영을 불렀다.

"수영아 혹시 시카가 자고 있을 때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헤헤헤헤...."

자신의 질문에도 대답없이 여전히 웃고만 있는 수영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지혁.

"모르겠다.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일단 방에다 옮겨놓아야겠어."

일단 그녀를 들어서 옮기기로 한 지혁이 제시카를 들기 위해 팔을 뻗어 옆구리를 붙잡은 순간 자고 있던 그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

"허..허억! 뭐..뭐야 갑자기! 무섭게 왜 갑자기 눈을 뜨고 그래!"

지혁이 깜짝 놀라 제시카에게 소리쳤지만, 그녀는 그가 뭐라고 말하든

신경 쓰지 않는지 눈을 비비며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우응~ 누가 날 깨운거야... 지혁오빠? 벌써 그거 할 시간이야?"

"응? 그거라니?"

"히히... 알면서어~ 평소에 잘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그래에~ 평소에는 표현 안 했지만 나도 사실 그거 좋아한다고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한다아?"

"아니, 난데없이 그거라고 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읍!"

깨어나자마자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만 계속하는 시카에게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질문하려던 지혁의 시도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입술을 덮쳐오는 그녀의 입술에 의해서 저지되었다.

시카와 단둘이 있었으면 얼씨구나 하고 그녀를 덮쳤을 아니 정확히는 그녀가 자신에게 키스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자는 그녀를 덮쳤을 지혁이지만 지금은 취했다고는 해도 어쨌든 깨어 있는 수영이

옆에서 지켜 보고 있기에 당황해서 자신의 입속으로 혀를 밀고 들어오는 그녀를 밀쳐냈다.

"히잉~ 다른때는 잘만 하던 사람이 왜 그래에~ 자꾸 그러면 나만 창피하자나아~ 봐봐 몸은 솔직하자나."

수영과 마찬가지로 혀가 풀린 말투로 애교를 부리던 시카는 지혁의 츄리닝 바지 한쪽을 가리켰다.

"응? 아 이..이건!"

지혁이 시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바지 가운데 부분이 불쑥 튀어 올라와 있었다.

시카와 관계를 맺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키스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그곳이 발기한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 지혁이 입고 있는 옷은 츄리닝...그러다 보니 물건이 발기하자 그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던 것이었다.

"헤헤.. 역시 오빠도 좋은거여써. 그럼 계속한다아?"

지혁도 즐기고 있다고 판단한 시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으면서 그의 츄리닝 바지를 벗겨 내려고 시도했다.

"으아아아! 시카야 너 진짜 왜 이러는 거야!"

"왜에? 입술 말고 아래쪽을 빨아주길 바란 거 아니었어?"

"당연히 그런 게 아니지. 내가 말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아 쫌 가만있어 보라니깐!"

그렇게 지혁은 한참 동안 시카와 승강이를 벌였고....

"쳇 알았써~ 그럼 여기 입술에 뽀뽀."

'쪽'

"이제 됐지? 시카야 이제 그만 자자~"

"응. 나 이제 그만 잘께에...."

끝까지 펠라치오를 하려고 하던 시카를 진정시킨 지혁은 그녀를 겨우 다시 잠들게 하였다.

"후우~ 이제 좀 살겠네. 시카가 원래 저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술 때문에 잠자던 본능이 깨어난 건가...응?"

얼마나 당황했는지 이마에 식은땀까지 났던 지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바로 옆쪽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헉!"

그러자 그곳에는 언제 다가왔는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웃고만 있던 수영이 바로 옆에 붙어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오빠아~ 방금 시카랑 둘이서 뭐하고 있던 거야?"

"아, 그러니까 수영아 이건 말이지 어떻게 된거냐면.... 그니까 말이야... 어..."

뭐라고 변명은 해야겠고 할 말은 떠오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자꾸 횡설수설만 하게 되는

그를 말없이 계속해서 쳐다보고만 있던 수영이 조그마한 입술을 벌려 말했다.

"방금 그거 재밌어 보이던데 나랑도 같이 하면 안되에?"

"방금은 내가 의도한게 아니라 시카가... 뭐?"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