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洗腦時代 5장-
[유리]
"자자~ 녹화 지각하면 안되니까 다들 빨리빨리 타라. 순서대로 한명씩 들어가.-지혁"
시간이라는게 언제나 그렇듯이 지혁과 시카의 썸띵이 발생한 날로부터 어느새 2주일이 훌쩍 넘게 흘렀다.
차속에서의 첫 최면은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 불완전한 최면이였기에 보완을 위해 지혁은 시카와 단 둘이 있을때마다
매번 최면을 걸고 암시를 거는 작업을 반복해서 이제는 지혁에 대한 시카의 증오의 감정을 완벽하게 뿌리 뽑은 상태이다.
물론 지혁이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라고 암시를 걸어놓았기 때문에 평상시 지혁에 대한 시카의 태도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혁을 괴롭히지만 않을 뿐 최면 이전과 별다를것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은 시카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혁과 단 둘이 있는 순간 만큼은 츤츤거리면서도 지혁을 챙겨주는 츤데레가 되었다.
첫 최면때와는 달리 설명서 안의 내용을 암기할 정도로 열심히 읽고 최면작업을 여러번 반복 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츤데레가 아니라 자신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노예로 만들수도 있었지만
시카가 츤츤거리면서도 자신을 은근슬쩍 챙겨주는것에 묘한 매력을 느낀 지혁은 그냥 지금 상태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비록 자신의 최면작업 미숙함으로 인해 탄생한 결과물 이지만 자신의 첫 최면 작품이기도 하고
첫번째 최면 성공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 이 상태를 유지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혁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요인중 하나였던 시카가 더 이상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오히려 지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다보니 (풀어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예를 든다면 성관계를 맺는것도 그 방법 중 하나이다.)
전에 비해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줄어든 지혁도 언제나 짜증으로만 가득차있던 옜날과는 달리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는 경우가 늘어나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도 거의 사라지고 소녀시대가 질문을 했을 경우
짜증과 귀찮음으로 대충 대충 대답했줬던 2주일 전과는 달리 상세하고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게 되었다
처음엔 갑작스럽게 친절하게 변한 지혁의 태도에 혹시 무슨 꿍꿍이가 있는거 아니냐고 의심하던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도
이주일 넘게 그런 태도가 유지되자 의심의 눈초리를 풀고 지혁과 (어디까지나 이전에 비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빠 저희 다 탔어요. 이제 출발하죠.-태연"
"어? 유리는? 유리가 안탄것 같은데?-지혁"
"유리언니는 신종플루 때문에 아파서 방에서 혼자 쉬고 있어요. -지혁"
"효운오빠에게 물어보니까 회사에서 알아보고 있다고는 한데 워낙 급작스럽게 신종플루에 걸린거라서... 시간이 좀 걸린다네요.-파니"
"그러면 당장 오늘부터 돌봐줄 사람이 없는거야?-지혁"
"네. 걱정이에요. 아까 방문밖에서 유리언니와 이야기 했는데 들리는 목소리로 봐서는 유리언니 많이 아프신것 같던데.-서현"
"그래? 그렇단 말이지.....-지혁"
유리가 아프다는 서현의 말을 듣고 씨익 웃는 지혁. 하지만 그 웃음은 운전석 바로 뒷좌석에 앉은 제시카 밖에 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물론 제시카는 그 웃는 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같이 미소지어줄 뿐이였다.
유리를 제외한 소녀시대 멤버와 함께 뮤직뱅크 녹화 현장에 도착한 지혁.
문을 열고 소녀시대를 먼저 건물 안으로 들여보낸 뒤 차는 지하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지혁도 뒤따라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소녀시대의 대기실로 찾아가 리허설 준비중인 다른 멤버들과 코디 및 스타일리스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리허설전 간단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제시카를 대기실 밖으로 호출하였다.
"갑자기 무슨일이에요?-시카"
시카가 갑자기 지혁이 자신을 불러낸 이유를 궁금해하며 지혁에게 질문하였지만
지혁은 말 없이 근처에 있는 빈방을 찾아 안으로 들어가더니 시카가 들어오자 곧바로 문을 잠궜다.
하지만 지혁이 걸어둔 암시가 발동되있는 시카는 갑자기 자신을 호출해 빈방에 들어가 문을 잠구는 모습에도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으로 가득찬 눈초리로 지혁을 바라보았다.
"문까지 잠구시고... 헤헷. 또 즐거운거 해주시려고 그래요? 그래도 지금은 무리인데. 저 이제 곧 리허설해야 한다고요.-시카"
귀여운 목소리로 튕기면서도 은근슬쩍 섹스를 요청하는 시카는 어떤 남자라도 덮치고 싶어질만큼 자극적인 모습이였지만
그런 시카를 바라보는 지혁은 별 감정없이 무감각한 목소리로 단 한마디를 말할 뿐이였다.
"[빠져드는 제시카]-지혁"
지혁이 키워드를 말하자 시카는 다시 눈빛이 멍해지며 지혁이 말하는대로 행동하는 '착한 인형' 모드가 되었다.
"제시카.-지혁"
"....네....-시카"
"유리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것이 사실인가?-지혁"
"....네...사실...입니다.-시카"
그 말을 듣고 잠시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부분을 지긋이 누르며 곰곰히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지혁.
"그렇다면 내가 유리를 돌봐주는것은 어떨것 같나?-지혁"
".......-시카"
"역시나 아무런 대답이 없군. 하긴 인형에게 의견을 물어본 내 잘못이지. 시카 너는 이 최면이 풀리면 박효운에게 찾아가서 내가 유리
를 돌봐줘야 한다고 말하게 된다. 알겠나?-지혁"
"저는....박효운에게....찾아...가서... 유리를... 지혁오...빠가... 돌봐줘야... 한다...고.... 말합...니다...-시카"
"이유는 니가 알아서 적절히 둘러대라. 중요한것은 어떻게 해서든 내가 유리를 돌보게 해야한다는거다.-지혁"
".혁은 시카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춰서 최면상태를 해제하였다.
지혁이 키워드를 말했을 때 시카의 상태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먹었을 때의 상태와 같아지기 때문에
최면상태를 해제하는 법 역시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똑같았기 때문이였다.
최면상태가 풀린 제시카를 다시 소녀시대의 대기실로 보내고 지혁은 건물 밖으로 나와 사람들이 안 보이는곳에서 흡연을 시작했다.
아직 박효운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굳이 자신이 직접 찾아갈 필요없이 담배를 피며 기다리고 있다보면 박효운이 지혁을 찾아올 것이다.
암시가 발동되있는 이상 시카는 지혁이 시킨 일을 어떻게 해서든 수행할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혁의 예감은 적중하여 얼마 뒤 담배만 벌써 3개피째 피고 있는 지혁 앞에 효운이 나타났다.
"이곳에는 왠일이십니까 실장님. 설마 벌써 녹화가 다 끝났나요?-지혁"
왜 효운이 자기 앞에 나타났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는 지혁이지만
겉으로는 효운이 자신 앞에 나타난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는 뉘앙스로 효운에게 말했다.
"넌 지금 당장 소녀시대의 숙소로 돌아가라.-효운"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갑자기 저보고 소녀시대 숙소로 가라뇨? 지금 제가 왜 그곳으로 갑니까?-지혁"
효운으로는 속으로는 환호성을 지른 지혁이지만 겉으로는 깜짝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 그대로다. 니가 지금 할일은 소녀시대 숙소로 가서 신종플루로 누워있는 유리를 돌봐주는 것이다.-효운"
"제가 왜 유리를 돌봐줘야 하나요? 그렇게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까? 그리고 제가 가면 운전은 누가 해주고....-지혁"
"지금 급하게 돌봐줄 사람을 알아보고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아직 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갈수는 없으니 너라도 가야하지 않
겠냐?-효운"
"아무리 그래도 로드매니저인 제가 어떻게...-지혁"
"3개월뒤 월급도 차압당하고 싶지 않다면 잔말말고 가라. 어차피 넌 운전을 제외하면 하는일이 없지 않나? 운전은 내가 대신 해주면
되니 어서 가! 사실 나도 니가 유리를 돌봐준다는게 불만이지만 평소 너를 싫어하던 제시카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유리를 돌봐줄 사람
으로 널 추천하는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효운"
"아..알겠습니다.-지혁"
"차는 놔두고 가라. 소녀시대 다음 스케쥴도 있으니까.-효운"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그럼 전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지혁"
효운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서는 지혁. 돌아서는 그의 입가에는 차와 건물안에서도 나왔었던 썩은미소가 걸려있었다.
'계획대로야.....'
.................
소녀시대의 숙소 앞. 그리고 그 앞에 서있는 지혁.
"소녀시대의 로드매니저일을 한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는데.... 숙소 안까지 들어가보는건 이번이 처음이군.-지혁"
새삼스럽게 감회에 젖어 잠시동안 숙소 문 앞에 서서 지난 1년동안을 회상하는 지혁.
그러나 지난 1년동안 소녀시대의 로드매니저 일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이라고 해봤자 기분 나쁜 기억밖에 없었기에
곧 정신차리고 주머니에서 효운에게 받아온 숙소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깔끔한 하얀색 벽지에 소녀들 특유의 체취가 풍기는 아름다운 집.....은 무슨 그냥 평범한 가정집 거실이 보였다.
"소녀시대의 숙소도 좀 크다는걸 제외하면 일반 가정집과 별 차이가 없군. 그나저나 유리방이 어디지?-지혁"
원래 유리는 윤아와 같은 방을 쓰지만 유리가 신종플루에 걸린 이후 유리는 독방을, 윤아는 써니와 함께 방을 쓰고 있다고 한다.
방은 창고방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6개 밖에 안되기에 좀만 찾아본다면 금방 발견할수 있을것이다.
지혁은 문을 닫고 거실 안쪽으로 들어와서 주위를 둘러보자 유리의 방을 금방 찾을수 있었다.
왜냐하면 방문 앞에 떡하니 '위험 신종플루. 유리 제외 다른 소녀시대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인가. 농담인줄 알았더니 진짜로 다른 멤버는 접근도 못하게 해놨군.-지혁"
끼이익.
혹시나 유리가 잠자고 있을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용히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지혁의 걱정은 기우였던듯 문을 열자 안에서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신종플루로 아프다는 것이 사실인듯 그 목소리는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그마한 목소리였다.
"누구? 어? 지혁오빠?-유리"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다행히 수면중은 아니였던듯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일으킨 유리가 지혁을 보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 비해 소녀시대와 지혁의 사이가 괜찮아졌다고 해도 그건 말그대로 어디까지나 이전에 비해 괜찮아 졌을 뿐
아직 단 둘이 있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사이인 지혁이 들어오자 유리는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유리가 자신이 온것을 보고 대놓고 싫어하는 표정을 짓자 은근히 화가나는 지혁이였지만 그래도 이정도 반응은 예상했던 것이기에
그리고 벌써 부터 화내기엔 자신은 좀 더 큰 목적이 있었기에 꾹 참고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오늘 하루, 너의 간병인으로 왔다.-지혁"
"오빠가 제 간병인이라고요?-유리"
"그래.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은 너에게 접근도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간병인이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야.-지혁"
"분명 그렇긴 하지만...-유리"
"가뜩이나 신종플루 때문에 힘들텐데 그만 말하고 누워서 쉬어라. 난 머리에 얹을 수건부터 빨아올테니.-지혁"
지혁이 자신의 간병인이라는 소리에 뭔가 불만이 있는듯 유리가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불평하려 했지만 지혁은 유리의 말을 무시하고
유리를 침대에 눕힌 뒤 이마에 있던 이미 말라버린 수건을 차가운 수건으로 갈아주기 위해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도 한참동안이나 분주하게 움직이며 지극 정성으로 유리를 간병했다.
처음에는 지혁의 존재에 불편함을 느끼던 유리도 워낙 정성을 다해서 간병을 하자 곧 긴장을 풀고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픈데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것과 없는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아무리 평소에 불편한 사이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간병인이 있는것이 환자 입장에서는 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수건도 갈아주고 필요한 물건도 근처에 놓는등 일단 기초적인 것을 마치고 죽까지 끓여서
유리에게 먹여준 지혁은 잠시 침대 근처 의자에 앉아서 유리와 대화를 하였다.
"고마워요 오빠. 덕분에 잘 먹었어요. 오늘 오빠가 아니였으면 저 혼자 정말 힘들었을거에요.
-유리"
"이런거 가지고 뭘 고맙다고 그래. 간병인으로써 이정도는 당연한거지. 자 그릇은 나에게 주고 이제는 약 먹을 시간이다.-지혁"
"히잉. 저 약먹기 싫은데...-유리"
"그래도 빨리 나으려면 약 먹어야지. 약은 어디 있어?-지혁"
"약은 저기 부엌 식탁 위에 있어요. 봉투에 신종플루라고 적혀있으니 금방 찾을수 있을거에요.-유리"
"그래? 잠깐만 기다려라. 내가 물이랑 같이 가져오마.-지혁"
문을 닫고 부엌으로 나가니 유리의 말처럼 식탁위에 올려져 있는 신종플루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약봉투가 보였다.
그 안에 있는 약을 꺼내니 점심용이라고 적힌 비닐 안에 일반 알약과 캡슐에 담겨있는 알약이 함께 담겨져 있었다.
"이건가.-지혁"
지혁은 그중 캡슐에 담겨있는 알약을 분해 시켜 가루를 빼내고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내용물로 채웠다.
"이걸로... 준비 완료.-지혁"
그렇게 준비를 끝낸 지역은 내용물이 바뀐 신종플루 약과 따뜻한 물 한컵을 들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자 유리야. 약 먹을 시간이다.-지혁"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