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색 액체가 그녀의 가슴골을 타고 조르륵 흘러내렸다.
오목한 배꼽에 고이는가 싶더니 범람하여 아랫배를 적시고,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 아찔한 광경을 루카스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봤다.
허락을 구하듯 고개를 들자 그녀가 다리를 벌려 들어올 틈을 만들어 주었다. 그는 무릎걸음으로 기어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흥건하게 젖어 반들거리는 밀부가 드러났다.
블레이크의 존재도 잊고, 그는 엘리제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의 아래를 기쁘게 핥았다. 머금어 빨아들였다. 혀를 내어 고인 액을 먹어치웠다.
“으응….”
엘리제는 입술을 벌려 달콤한 신음과 더운 숨결을 함께 흘려보냈다.
루카스의 부들부들한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엘리제는 블레이크를 힐끔 쳐다봤다. 외면할 거란 예상과 달리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열어젖힌 가운 외엔 걸친 것 없이 벗은 몸으로 다른 사내에게 아래를 빨리고 있는 아내를, 미동치 않고 응시했다.
블레이크에게 시선이 가 있음을 눈치챈 걸까. 루카스가 그녀의 허벅지 아래에 손을 넣었다. 들어 올려 활짝 벌어지게 만들고선 더욱 바짝 몸을 붙였다.
다물린 질구를 벌리며 파고든 혀가 예민하게 달아오른 안쪽을 헤집었다. 샅샅이 더듬다가 쑤셔댔다. 그가 빨아먹는 족족, 아래에서 애액이 쏟아졌다.
“조금만, 으응, 천천히….”
“하지만 참기가… 하아, 너무 힘듭니다.”
뜨거운 숨결과 젖은 목소리가 아랫배를 화끈거리게 했다. 흥분제의 약효가 퍼진 탓인지도 몰랐다. 그리 깊게 삽입된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기분이 좋았다.
눅진히 풀어진 입구에 그가 깊숙이 혀를 밀어 넣었다. 음핵이 그의 콧날에 눌려 비벼지자 야한 물소리가 점점 더 요란해졌다. 귀를 막아도 들릴 정도였다.
물론 블레이크는 귀를 막거나 눈을 감지 않았으니 아주 잘 들릴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젖어 있는지,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모를 리 없다. 그러한 사실이 그녀를 기쁘게 했고 더 흥분케 했다.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거세게 치밀어 오르는 쾌감에 엘리제는 시트를 쥐었다.
“아…!”
눈앞이 희게 변했다. 고개가 젖혀지고 허리와 엉덩이가 들렸다. 발끝까지 힘이 들어가 바르르 떨렸다. 오늘 밤, 블레이크 앞에서 다다른 첫 절정이었다.
루카스는 고개를 들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홀린 듯 바라봤다.
엘리제의 살에서 풍기는 향기는 수백 송이 꽃이 만개한 양 농밀했다. 사내의 욕망을 부추기고 미혹하여 끝내 미치게 하는 미약과 같았다. 그는 독주와 흥분제를 섞어 마신 그녀보다 훨씬 질 나쁘게 취해 버렸다.
취한 이들이 의례 그렇듯, 중독되어 멈출 수 없었다. 그녀를 제 아래 가두어 더욱 완벽히 소유하고 싶었다.
제 바람을 따라 침대 위에 무릎을 올렸다. 독주의 흔적을 쫓아 아랫배를 핥고 배꼽을 후볐다. 그러나 갈증은 점점 더 심해질 뿐이었다. 가슴골까지 거슬러 올라와 마지막 한 방울까지 훔치고선 그녀의 한쪽 가슴을 베어 물었다. 젖을 조르는 아이처럼 머금고 쪽쪽 빨아댔다.
빠져나간 혀 대신 아래를 채운 건 기다란 손가락이었다. 갈라진 틈을 더듬어 내려가 좁다란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뜨겁기까지 한 속살이 손가락을 끊어낼 듯 달라붙었다.
느릿하게 한 마디 밀어 넣었다가 빼내고 다음엔 두 마디, 그러고 나선 끝까지 박고서 휘저었다. 제게 존재하는 줄 몰랐던 가학적 쾌감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흐윽…!”
쑤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녀는 더 예쁜 소리를 냈다.
“엘리제, 하아, 엘리제….”
그녀의 이름을 거듭하여 부르며, 그는 바지가 터질 지경으로 부푼 제 것을 엘리제의 허벅지에 비볐다. 그것만으로도 꽤 자극적이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고통에 가까운 괴로움에 눈물까지 맺혔다.
어떻게 해야 해소되는지 미처 몰랐던 과거였다면 치유의 힘을 마구 남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엘리제만이 제 괴로움을 해소해 줄 수 있음을. 세상에 다시없을 즐거움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음을.
그녀의 안이 제 것을 수월하게 물 수 있을 정도로 눅진히 풀어지자 그는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곤 손바닥에 고여 주륵 흘러내리는 말간 액을 핥았다. 그저 달큼한 음액일 뿐이건만 단숨에 아랫배까지 뜨거워졌다. 불덩이를 삼킨 듯 숨이 가빠 헉헉거렸다.
“더… 더, 허락해 주십시오. 제발….”
애원했다.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비며 제 괴로움을 알아 달라 호소했다.
그런 루카스의 등을 다독이며 엘리제는 블레이크를 쳐다봤다. 넘실대는 흥분으로 흐릿해진 시야에 정물처럼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그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무슨 생각으로 저기에 서 있는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고요히 바라보고 있는지.
겉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속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불쾌하지 않을까. 새로 맞춘 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새 침대를 다른 남자와의 색사에 사용하고 있으니.
그럼 함께 쓰면 되지. 엘리제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망한 거, 인제 와서 조신한 척할 생각은 없었다.
성애로 인해 발그레해진 얼굴 가득 미소를 덧씌우며 그녀가 손짓했다.
“블레이크, 이리로 와줄래요?”
그녀의 부름에 그의 눈동자가 흠칫, 흔들렸다.
가까워질수록 참기 힘들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닿고 싶은 욕망은 그의 근원을 이루는 본질과도 같았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
동요를 숨기고 담담함을 가장했다. 정적에 대한 살의를 억누르고, 절망과 슬픔을 흔적 없이 짓밟은 연후에야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엘리제.”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 봐 그는 그녀의 이름만 겨우 입 밖에 냈다. 흐트러져 다른 남자 밑에 깔려 있는 지금도, 그녀는 견딜 수 없이 아름다웠다. 당장이라도 저 붉고 도톰한 입술에 입 맞추고 제게로 빼앗아 오고 싶을 만큼.
“마지막으로 확인하려고요. 귀찮더라도 부디 답해 주세요.”
마디 굵고 길쭉한 그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며 그녀가 노래하듯 속삭였다.
“정말로 내가, 허락하길 원해요?”
그 순간, 블레이크는 저를 쳐다보는 루카스와 눈이 마주쳤다. 보통은 무심하며 아주 간혹 누그러지던 루카스의 녹안에서 맹렬한 경계심과 들끓는 탐욕을 발견했다.
“…….”
그는 그런 루카스를 잠시간 쳐다보다 다시금 엘리제와 시선을 맞췄다. 무구하여 사랑스러운 연보랏빛 눈을 들여다보자니 흐리게나마 웃을 수 있었다.
그녀가 화를 내주었기에. 저를 시험하려는 듯, 혹은 괴롭히려는 듯 거듭하여 묻고 또 물어 주었기에 오히려 안도할 수 있었다.
“싫지 않다면… 그러길 바랍니다.”
블레이크는 엘리제가 저를 버리지 않을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거면 되었다. 그녀가 오래오래 살아 제 곁에 있어 준다면, 남은 욕심과 치졸한 질투심 따위 들키지 않게 억누를 수 있었다.
“당신은 정말 너그러운 남편이네요.”
그녀가 천진한 낯으로 웃었다. 새삼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예쁜 미소였다. 그리 생각한 건 저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루카스가 셔츠 단추를 풀었다. 모두 풀어낸 후엔 재킷과 베스트까지 한 번에 벗어 침대 아래 던져 놓았다. 바지와 드로어즈 역시 벗어 던졌다. 그녀 앞에서 나신이 되는 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제국의 손꼽히는 기사답게 잘 짜인 몸이 늘씬했다. 제 몸이 제법 봐줄 만하다는 것을 알고서 옷을 탈의한 것임이 분명했다. 선택받기 위해 화려한 외관을 뽐내는 공작새와 다를 바 없었다.
허락을 구하고 허락을 받았으니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루카스는 두 번 다시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침대 위에 둘뿐인 것처럼 엘리제만을 보며 그녀의 아래에 제 것을 맞추었다.
루카스가 천천히 허리를 밀어 올렸다. 주인을 닮아 예쁘장한 굵은 기둥이 그녀의 몸을 갈랐다.
“엘리제….”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가 거세게 허리를 쳐올렸다.
“흐읏…!”
철퍽, 소리와 함께 아래가 틈 없이 맞붙었다. 하아, 긴 숨을 내쉬며 그는 저를 문 속살을 마음껏 만끽했다. 뜨겁게 달라붙는 안쪽에 자신을 새기듯 꾹꾹 힘주어 누르다 입구에 귀두가 걸릴 때까지 주욱 빼냈다.
고여 있던 액이 후두둑 떨어져 시트를 적셨다. 그리고 다시 또 끝까지 박아 넣고 문지르다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왔다.
“으읏, 으응….”
거듭할수록 진퇴의 속도가 빨라졌다. 퍽, 퍽, 빠르고 강하게 박아댈 때마다 그녀의 몸이 흔들리며 밀려났다.
블레이크는 저도 모르게 몸을 틀어 엘리제의 어깨를 감쌌다. 단단한 나무판에 부딪히거나 침대에서 떨어져 자칫 연약한 몸이 상할까 봐 염려됐다.
루카스의 우악스러움에 화가 났지만, 뭐라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배려 없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몰아붙이라고. 가장 깊은 곳까지 찔러 넣고 휘저으라고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저였다. 어쩐지 그날 도통 갈 생각을 않더니만 아주 제대로 배운 모양이다.
“루카…스, 윽, 조금만, 살살….”
블레이크에게 상체를 기댄 채 엘리제는 루카스의 팔을 붙들었다. 지나친 자극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쾌감이 폭우처럼 쾅 쾅 밀어닥쳤다. 결국, 엘리제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밤의 두 번째 절정에 이르렀다.
파드득 몸을 떠는 엘리제를 위해 루카스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녀의 가슴골과 턱 끝에 입을 맞추며 경직된 허벅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절정의 여운이 가라앉아 갈 때쯤, 위를 올려다본 엘리제의 눈이 동그래졌다. 여태껏 블레이크에게 기대 있었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엘리제… 기분, 좋습니까?”
그가 그녀의 뺨을 다정히 쓰다듬었다.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던 엘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배시시 웃었다.
“당신, 흥분했네요?”
“…….”
말문이 막힌 듯 그의 눈썹이 비스듬히 들려 올라갔다.
“내 남편은 아내의 불륜에 흥분하는 음란한 남자네.”
엘리제의 놀림에 블레이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긴. 이렇게 바지까지 젖었는데.”
“…….”
뒤통수 아래로 손을 넣은 그녀가 불룩 솟은 그곳을 살며시 더듬었다.
“만져 줄까요?”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새파란 눈동자가 요동치며 흔들렸다. 이러한 상황이 닥칠 거라곤 조금도 예상치 못한 얼굴이었다.
“괜찮죠, 오라버니?”
“엘리제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좋습니다.”
루카스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가 저를 받아들여 하나가 된 것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상태였다. 부드럽게 풀어진 질 안에 저를 깊숙이 파묻은 채 그녀를 끌어안고 비비적대기 바빴다.
엘리제의 예상대로 블레이크의 페니스는 잔뜩 성이나 말간 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바지를 내리자 꺼내 주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꺼덕거렸다. 손으로 감싸 쥐고 흔드니 질척질척 젖은 소리가 났다.
“하아, 엘리제….”
억눌린 목소리가 블레이크의 잇새로 새어 나왔다. 손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흘리는 액의 양이 많아졌다. 다 쥐어지지도 않는 것을 열심히 훑어대던 그녀가 문득 혀를 길게 내어 기둥의 선단을 핥았다. 갈라진 틈을 혀끝으로 쑤셔대자 퐁퐁 솟아나던 액이 그녀의 혓바닥 위로 도르르 흘러내렸다.
“잠깐, 읏….”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의 것을 머금어 입 안 깊숙이 빨아들였다. 그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며 베고 있던 허벅지가 돌처럼 단단해진 것이 느껴졌다. 만족스러운 심정으로 엘리제는 연신 그의 것을 핥고 빨아댔다.
처음엔 어쩔 줄 몰라 하던 블레이크도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의 입 안에 욕정을 풀어냈다.
엘리제의 관심을 완전히 빼앗길 새라, 루카스도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기둥을 입 안 가득 머금고 있는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허리를 돌려 엘리제가 좋아하는 곳을 쿡쿡 찌르고 비비며 문질렀다.
그러나 그러한 움직임은 서로를 감질나게 할 뿐이었다. 눈치를 살피며 각자 조금씩 욕심을 부렸다. 더 깊이, 좀 더 빠르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한계점을 찾아내고 나자 그 이후로는 거침없었다. 위와 아래를 가득 채운 채 엘리제는 정신없이 흔들렸다. 숨결이 거칠어지는 만큼 여유 또한 없어졌다. 온몸이 성감대가 된 양 예민하여 쾌감이 지나쳤다. 그녀는 두 번이나 홀로 절정을 맞이했다.
루카스가 제 것을 빼내어 그녀의 배 위에 파정하였을 때, 블레이크 역시 엘리제의 가슴 위에 정액을 토해 냈다.
한동안 헉헉거리는 숨소리만이 정적을 메웠다. 그리고 그 후로는, 모두가 절제력을 잃었다.
번갈아 가며 그녀를 안고 정신없이 부대꼈다. 입을 맞추고 가슴을 빨고 구멍을 쑤셨다.
그들이 몇 차례에 걸쳐 사정할 동안 엘리제는 셀 수 없을 만큼 가 버렸다. 지나치게 기분이 좋아 미칠 지경이었다. 이 좋은 걸 살아생전 왜 안 했나 싶었다. 아쉬울 틈이 없었고 끝도 없이 채워졌다. 섹스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충족되었다.
지독하게 쌓아 올린 쾌감은 한계를 몰랐다. 피로감에 지칠 만하면 루카스가 치유력을 퍼부어 몸을 회복시켰다.
야한 냄새가 온 방에 가득 차고 여분의 시트까지 모두 젖어 버렸다.
어느덧 동이 터왔다.
흥분제의 약효는 진즉에 끝났고 술기운까지 사라졌다. 엘리제는 하도 울어 붉어진 눈가를 문지르며 두 남자를 쳐다봤다. 내버려 뒀다가는 이틀이고 사흘이고 덤벼들 태세였다.
“…….”
몸은 쌩쌩한 와중에 정신적인 피로감이 몰려왔다. 언제 색욕에 빠졌었냐는 듯, 만사가 귀찮았다. 어차피 정액투성이인 몸. 엘리제는 더럽혀진 이불을 아무렇게나 몸에 감고 웅크렸다.
추울 새 없이 가까운 곳에서 뜨끈한 체온이 느껴졌다. 등에 닿는 단단함,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손길, 이마에 닿는 부드러운 입맞춤.
벅벅 긁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저지른 일에 대한 수습은 자고 일어난 후의 자신이 해줄 것이다. 아무렇게나 떠넘기며 엘리제는 뻑뻑한 눈을 내리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