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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는 그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여자였다. 시에나가 알려 줘서 깨닫긴 했지만, 갑작스레 생겨난 감정이 아니란 건 자신이 더 잘 알았다.
냉정함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 리 없었다. 담백한 태도로 해야 할 일들을 말하는 그녀를 앞에 두고, 그는 발정했다. 그런 저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깊게 홀려 버렸다.
“리본 보이죠?”
엘리제가 몸을 이쪽으로 한번, 저쪽으로 한번 틀어 보이며 리본의 위치를 그에게 알려 줬다.
“이걸 풀면 돼요.”
루카스가 손을 뻗었다. 떨리는 손으로 천 위를 더듬었다. 엘리제의 말대로 양쪽 골반에 당겨 풀 수 있는 매듭이 있었다.
한쪽 끈을 살짝 잡아당기자 쉽게 풀어져 틈이 벌어졌다. 마찬가지로 반대쪽 끈도 당겨 풀었다. 가장 은밀한 곳을 감싼 자그마한 천이 간단히 떨어져 나갔다.
이제 그녀는 나신이나 다름없었다. 배에 걸린 슈미즈 한 장은 여체의 비밀스러운 곳을 조금도 가려 주지 못했다.
지독히도 아름다웠다. 숨이 멎을 만큼 향기로웠다. 수많은 여자와 남자 중에 오로지 그녀 하나만 이토록 특별했다.
“여자의 아래는….”
엘리제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연약해요. 잘못 만지면 쾌감은커녕 매우 고통스럽죠. 손으로 만질 땐 특히 힘 조절을 잘해야 해요. 그러나 잘만 만지면 삽입하지 않고도 쾌감의 극치에 다다르게 할 수 있어요.”
제 발치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며 엘리제가 살포시 눈을 접어 웃었다.
“먼저 한번 보여 줄 테니 잘 기억해 둬요.”
그녀가 아래쪽으로 손을 뻗었다. 검지와 약지로 다물린 틈을 벌려 숨겨진 속살을 드러냈다.
“요 자그마한 돌기 보이죠? 이게 음핵이에요. 자극하면 부풀어 오르죠.”
엘리제가 중지로 톡톡 그곳을 건드렸다. 얌전히 숨어 있던 음핵이 발기하여 커졌다.
“이걸 문지르면 기분이 좋아요. 당신 몸의 귀두와도 비슷해요. 여자의 몸에서 가장 예민한 곳이니까 빼놓지 말고 만져 주세요. 이렇게요.”
그는 그녀가 스스로 제 음핵을 비비는 걸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자그마한 살덩이를 뭉개며 몸을 들썩이는 광경은 아찔하도록 야했다. 몸이 달아 미칠 것 같았으나 사슬에 옭매인 양 그는 꼼짝할 수 없었다.
흥분한 탓일까. 그녀의 몸이 발긋하게 물들었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 다디단 신음이 흘렀다.
“이렇게 자극하다 보면 젖어 드는 곳이 있어요.”
엘리제가 조금 더 아래쪽 날개를 벌렸다. 젖어서 번들거리는 구멍이 드러났다.
“이곳이 질구예요. 섹스할 때 사용하는 구멍이죠. 좁아 보이지만 아기를 내보낼 만큼 늘어나기도 해요. 위치를 잘 기억해 둬요. 괜히 다른 곳에 들이댔다간 뺨 맞으니까.”
“그래.”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전엔 수도원 다리 밑에서 아기를 주워오는 줄 알았지만, 이제 그에게도 그 정도 상식은 있어 놀라지 않았다.
“시에나는 처음일 테니까 페니스를 넣기 전에 질구를 풀어 줘야 해요. 안 그럼 정말 아프거든요. 어떻게 하는지 잘 봐요.”
젖은 입구를 살살 문질러 액을 충분히 펴 바른 그녀가 중지를 쑤욱 밀어 넣었다. 틈 하나 없던 구멍이 그녀의 손가락을 매끄럽게 집어삼켰다.
“손톱에 속살이 긁히지 않도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삽입해요. 경험이 없는 아가씨에겐 그마저도 버거울 테니 다른 곳을 함께 애무해 주는 편이 좋아요. 키스를 해도 좋고, 가슴을 빨거나 음핵을 자극해도 좋아요.”
그가 잘 볼 수 있게 다리를 활짝 벌리고서, 엘리제는 자신의 구멍을 느릿하게 들쑤셨다.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이리저리 이지러지는 하얀 살덩이가 탐스러웠다. 그 중독성 있는 말랑거림을 익히 알고 있는 그이기에, 견디기 힘든 갈증이 일었다. 만지고 싶은 욕망을 힘겹게 억눌러야 했다.
한껏 밀어 넣었다가 빼낸 그녀의 손가락은 축축하게 젖어 반들거렸다. 다시 넣어 휘젓고 빼냈다가 빠르게 푹 꽂아 넣었다. 상기된 그의 아름다운 얼굴과 탄탄한 가슴 근육, 잔뜩 부푼 아랫도리를 찬찬히 훑으며 점점 더 빠르게 쑤셔댔다.
질컥질컥, 물소리가 요란해졌다. 하아, 나른한 한숨을 내쉬며 그녀가 고개를 젖혔다. 혀를 내어 입술을 핥으며 요염이 몸을 비틀었다.
“적당히 풀어지면 손가락을 하나 더 넣어 흔들어 주는 편이 좋아요. 충분히 젖어서 당신 것을 매끈히 삼킬 수 있도록 인내하며 공을 들이세요.”
그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깜빡임을 잊은 탓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달음박질했다. 쾌감에 헐떡대는 건 그녀인데 제가 더 숨이 가빴다.
아래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한번 겪어 보아서 알 수 있었다. 손 한번 대지 않았는데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힘들면 바지 내려요. 속옷도 같이.”
입술을 짓씹는 그에게 엘리제가 지시했다. 다급히 버클을 푼 그가 바지와 속옷을 허벅지까지 내렸다. 빳빳하게 힘이 들어간 페니스는 딱할 지경으로 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귀두는 물론이거니와 기둥 전체가 흥건히 젖어 번들거렸다.
“쥐고 흔들어요.”
기둥을 감싸고 훑는 손짓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도 못 견디게 기분 좋은지 그는 끙끙대며 신음했다.
젖은 소리가 묘하게 뒤섞였다. 질척한 욕망에 휩싸여 그녀는 그를,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담은 마음의 종류는 극명하게 달랐다. 엘리제는 금욕의 화신이나 다름없던 그의 타락에 배덕감을 느꼈고, 그래서 흥분했다. 반면에 그는 온전히 그녀를 욕망하여 망막에 새겨 넣으며 탐욕스레 범하고 또 범했다.
그런데도 차오르는 쾌감의 속도와 방향은 동일하여 함께 신음하며 함께 달아올라 뜨거운 숨을 나누어 가졌다.
“으응…!”
“윽.”
엘리제가 거센 절정에 몸을 떠는 순간 그 역시 사정했다. 희뿌연 탁액이 그녀의 벗은 몸에 점점이 튀었다. 가쁜 숨을 내쉬는 그의 눈가가 붉었다.
“이리 와요, 칼.”
젖은 손을 아래에서 빼내며 엘리제가 다정히 그를 불렀다. 안겨 오는 그에게 쪽, 입을 맞추고선 뺨을 어루만졌다.
“관계 후엔 이렇게 애정을 표하도록 해요.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해지니까.”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던 그가 그녀의 어깨를 한쪽 팔로 감쌌다. 그러곤 힘주어 끌어안았다.
입술이 겹쳐졌다. 그녀의 입술을 통째로 머금었다가 놓아주고, 다시 또 빨아들여 핥았다. 야하게 젖어 부풀어 오를 때까지 거듭하여 입을 맞췄다.
다시금 단단히 부푼 기둥이 그녀의 아래에 맞붙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들썩여 갈라진 틈에 제 것을 문질렀다. 흥건히 젖은 아래는 미끈미끈했다. 질구를 스칠 때마다 당장이라도 파고들 것처럼 몹시도 아슬아슬했다.
엘리제는 낮게 신음하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입술을 탐하는 것으로 부족하여 속살까지 침범해선 타액을 섞고, 뜨거운 숨결을 나누었다.
빠르게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하나로 합쳐졌다. 그는 그녀 또한 저와 같다고 생각했다. 같은 걸 바라기에 이토록 비슷하다 생각했다.
“넣고 싶어, 엘리제.”
어둑하게 잠긴 목소리로 그가 자신의 바람을 말했다.
“네 몸이 나를 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안 되나?”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비비는 거로 부족해요? 내가 만져 줄까요?”
“아니. 자극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너와 하나가 되고 싶은 거야.”
“왜요?”
“네가 좋아. 아주 많이 좋아.”
엘리제는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얘가 대체 뭐라는 건가 싶었다. 너무 좋아서 하나가 되고 싶다니. 선수들이 많이 쓰는 레퍼토리 아닌가.
어쨌든 그녀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안 돼요. 삽입은 시에나와 해요. 당신의 동정을 내가 가져갈 순 없어요.”
“엘리제.”
“당신에게 여자를 가르친 게 나라서 몸이 반응하는 거예요. 착각해선 안 돼요, 칼.”
말투는 나긋했으나 단호한 거절이었다.
첫정, 첫 경험에 집착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엘리제는 저와 섹스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을 여럿 만나 보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녀 곁에 남지 않았다. 사랑을 떠들다가도 결국엔 떠났다.
엘리제는 그의 굳은 얼굴을 부드러이 쓰다듬어 달랬다.
“일단 시에나와 관계를 갖고 나면 많은 게 달라질 거예요.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임무를 완수하는 거잖아요. 500년 경력을 망칠 셈이에요?”
그의 눈동자가 와르르 흔들렸다. 그는 엘리제가 말하기 전까지 임무에 대한 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이는 매우 놀라운 깨달음이었다.
그는 임무 수행에 실패한 적 없는 완벽한 요원이었고 그만큼 타인에게 무관심했다. 자기 할 일만 끝내면 그만이었다. 협조해야 할 일엔 협조했지만, 제 일처럼 나서서 도와준 적은 없었다. 공사가 분명하고 냉정하다는 평을 받는 건 그래서였다.
그러나 이번 임무에서만큼은 달랐다. 요원이 된 후 처음으로 혼자선 헤쳐 나갈 수 없는 곤경에 처했고 사사건건 엘리제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그는 완전히 그녀를 의지했다. 도움이 필요 없는 일조차 상의하고 확인받았으며 ‘잘했다’ 말해 주길 바랐다. 또한 제 일이 아닌 그녀의 일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그녀가 소중했다. 다치는 게 싫었고, 아파하면 괴로웠으며, 우는 모습에 안절부절못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생소했으나 기뻤다. 다른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감정이었다. 찬란히 빛나 무채색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였다.
심지어 그녀가 임무에 대한 걸 상기시켜 준 지금도 그는 여전히 엘리제에게 키스하고 싶었다. 달싹이는 입술이 너무도 예뻐서 한껏 머금고선 비벼대고 싶었다.
“엘리제, 넌 내가 싫은가?”
절로 울적함이 배어 나왔다.
“…그럴 리가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그가 느끼기에 그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를 향한 엘리제의 눈빛은 언제나 다정했다. 그를 위해 몇 번이나 위험을 무릅쓰기도 했다.
“다만, 전에도 말했다시피 사랑이란 감정은 내게도 어려워요.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나를 좋아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라는 확신은 없잖아요.”
“…지금보다 더 깊고 짙은 감정이란 게 존재한다는 소린가?”
“잘은 모르지만, 그런 것 같더라고요.”
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했지만, 카인 리베르토의 사랑이 그러했다.
“그럼 이 정도 마음으로는 애인이 될 수 없어?”
애인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애인인가. 이 세계에서 엘리제에겐 이미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시나리오가 끝나면 그들은 각자 윗세계와 중간지대로 돌아가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칼.”
엘리제는 한숨을 섞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나와 적당히 즐기는 건 괜찮아요. 어차피 연습은 필요하니까.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루카스 클랜튼’이 의붓동생이 아닌 시에나와 맺어졌듯 당신 또한 그래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죠?”
3프로의 균열이 무엇 때문에 발생하였는지 알 수 없는 만큼 변수가 될 만한 모든 걸 조심해야 했다.
“일단은 시에나와 성공적으로 섹스하는 데에만 집중해요. 그 후에도 당신의 마음이 지금과 같다면 나도 심각하게 고민해 볼게요.”
그녀는 요령 좋게 그를 달랬다.
“…정말인가?”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