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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아랫배와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엘리제의 가장 깊은 곳을 제 것으로 빠듯하게 채우고 그녀가 적응하길 기다렸다. 새벽까지 쉼 없이 그를 품었던 안쪽이 굵직한 페니스에 달라붙어 졸라댔다. 더욱 큰 쾌감을, 즐거움과 만족감을 선사하라고.
이를 아는지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몰아붙였다. 퍽, 퍽, 소리가 날 만큼 강하고 빠르게 박아댔다.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드레스의 앞섶을 찢듯이 벌린 그가 드러난 가슴을 움켜쥐고 희롱했다.
귀두가 입구에 걸릴 만큼 주욱 빼낼 때마다 안에 고인 액이 투둑 떨어져 내렸다. 콱 박고서 도로 빼내면 아까보다 더 많은 양이 다리 사이를 적셨다.
소변을 싸는 것처럼 끊임없이 밀액이 쏟아졌다. 그만큼이나 그의 행위는 자극적이었다. 쌓였던 갈증이 해소되며 엘리제는 희열에 몸부림쳤다.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삽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엘리제는 절정에 다다랐다. 그제야 그는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
엘리제의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하고는 이전보다 더욱 깊숙이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굵고 둥그런 귀두가 자궁 경부를 꾸욱 꾸욱 눌러댔다. 뭉근하게 허리를 돌려 속살을 휘저으며 틈을 벌렸다.
가쁜 숨을 내쉬느라 벌어진 그녀의 입술을 머금고 혀를 엮으며 타액을 흘려 넣었다. 그러며 크고 단단한 손으로 연신 그녀의 어깨와 등,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아까의 난폭함은 거짓이었다는 듯 농밀하게 몸을 비볐다.
“으응, 기분 좋아요….”
미약에 취한 것도 아니건만 정신이 혼몽했다. 그의 입술이 귓불에 닿는 게 느껴졌다. 자근자근 씹어대며 간지러운 숨결을 흘렸다. 목덜미에 깊숙이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감싸 끌어당기자 그녀의 고개가 절로 젖혀졌다.
극치의 쾌감 속, 아래가 온통 축축했다. 접합부는 물론 엉덩이와 허벅지 모두 엉망으로 젖었다. 벌건 자욱이 남을 만큼 밀착된 가슴과 아랫배에도 땀이 맺혔다. 그의 몸이 너무 뜨거워 이대로 녹아내릴 것 같았다.
그 상태에서 블레이크가 뒹굴, 몸을 굴렸다. 순식간에 그가 그녀 밑에 깔렸다.
“엘리제.”
사나운 욕망이 들끓는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그녀의 뺨을 쓰다듬는 손길은 다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엘리제는 본능대로 몸을 움직였다. 생전엔 섹스의 주도권을 놓은 적이 없던 그녀이기에 올라탄 자세는 익숙했다.
맹수를 조련하듯 풀었다 조이기를 반복하며 허리를 돌렸다. 스스로 찾은 쾌락점에 그의 것을 비볐다. 그의 단단한 복부를 짚고 고개를 젖히자 맺혀 있던 땀방울이 그녀의 가슴골을 타고 흘렀다. 봉긋 솟은 유두가 서늘한 공기에 노출돼 바르르, 바르르 떨렸다.
스스로 그를 담고 엉덩이를 들썩이는 그녀의 아찔한 자태에 블레이크는 그대로 홀려버렸다. 정녕 그녀는 그의 여신이었다. 하나뿐인 신앙이었다.
더는 담는 것이 불가할 만큼의 마음이건만 나날이 커져가 그를 잡아먹고 그의 세계를 집어삼켰다.
“으응, 흐읏, 아….”
달콤하게 신음하며 그녀가 몸을 숙였다. 하나로 느슨히 땋아 내린 연보랏빛 머리칼이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흘러 내려 그의 뺨을 간질였다. 복부에서 미끄러진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팍에 닿았다.
“당신, 가슴도… 읏, 마음에 들어요.”
야하게 웃으며 엘리제가 그의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비틀었다.
“윽, 엘리제….”
처음 느껴 보는 자극에 그의 허리가 움찔 튀었다.
“입술도 마음에 들고….”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입술을 더듬었다. 본능적으로 혀를 내어 핥자 웃음을 터뜨린다. 그의 입 안에 스며든 손가락이 뜨끈한 안쪽을 휘저었다. 타액을 잔뜩 묻혀 빼내더니 젖어서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제 입으로 가져간다.
“실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요.”
붉은 혀를 내어 그의 타액이 묻은 손가락을 길게 핥았다.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입 안에 넣고 쪽쪽 빠는 모습이 지독히도 관능적이었다.
상체를 일으킨 그가 그녀와 입술을 겹쳤다. 그녀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빠르고 강하게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며 거칠게 그녀의 입 안을 탐했다.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을 타고 줄줄 흘렀다. 쩍쩍 소리를 내는 아래에서 거품이 일었다.
절정이 얼마 남지 않음을 서로가 알 수 있을 만큼 안쪽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였다. 갑작스레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린 그는 제 것을 쑤욱 빼냈다. 찾아올 쾌감을 기대하던 그녀의 속살이 아쉬움에 뻐끔댔다.
“응…? 왜 그래요?”
“잊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의아해하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서 그가 손을 뻗었다.
그것은 다른 것들과 확연히 차이 날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상자에 들어 있었다. 달걀만 한 크기의 투명한 유리구슬을 상자에서 꺼낸 블레이크가 엘리제를 보며 말했다.
“이것이 내가 오늘 경매에 다녀온 이유입니다.”
아마도 호신용 마법 아이템인 듯한 그것을 왜 하필 지금, 이러한 타이밍에 꺼낸 것일까.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자 블레이크가 엘리제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의문에 답해 주었다.
“이것은 체내에 들어가는 순간 생명을 갖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그 부위를 강화하지요. 이왕 그리할 거라면 입 안에 심는 것보다는 이곳이 낫지 않겠습니까?”
“질 속에 그걸 넣는다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훗날 아기를 출산할 시에도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될 겁니다.”
엘리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뭐 그런 좋은 아이템이 다 있단 말인가. 물론 그의 아이를 낳을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본래 입 안을 염두에 두었습니다만, 이빨이 하나 더 생기는 것보다는 이편이 낫겠지요?”
입 안이 강화돼 봤자 딱히 유용할 것 같지 않았기에 엘리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넣겠습니다.”
그녀의 허락에 그가 ‘그것’을 그녀의 질구에 가져다 댔다. 서늘할 거란 생각과 달리 유리구슬 같은 그것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따뜻했다.
엘리제는 그제야 그가 왜 이것을 지금 꺼냈는지 알 것 같았다. 생각보다 컸던 것이다. 평소처럼 꽉 다물린 상태에서 넣으려면 매우 고생해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 한번 절정에 올라 부드럽게 풀어진 데다가 흥건히 젖어 있는 그녀의 안쪽은 그것을 통증 없이 삼켰다. 거북하긴 해도 참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기에 엘리제는 얌전히 다리를 벌린 채 그것이 질 안에 완전히 들어오길 기다렸다.
손가락으로 가능한 데까지 밀어 넣은 그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잡았다.
“좀 더 밀어 넣겠습니다.”
그러고서 빼냈던 성기를 도로 쑤욱 삽입했다. 커다란 것이 밀려들어오며 안쪽이 벌어지는 느낌에 엘리제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허리를 움직여 그것을 가능한 한 깊은 곳까지 밀어 넣었다. 배 속에서 벌어지는 일임에도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자궁 쪽에서 무언가가 반응했다. 삽입된 마법 아이템이 형태를 바꾸는 듯했다. 거북함이 사라진 대신 안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
배 속에서 치미는 열기를 토해 내려는 듯 그녀가 입을 벌려 숨을 내뱉었다.
그런 그녀를 유심히 살피던 블레이크가 살짝 몸을 물렸다. 이대로 빼내는 줄 알았더니 곧바로 푹, 찔러 넣는다.
“흐읏!”
그는 천천히 진퇴를 이어 갔다. 쿵, 쿵, 쿵, 그의 것이 깊은 곳을 찧을 때마다 엘리제의 몸이 움찔거리며 튀어 올랐다.
“이, 이상해요, 블레이크.”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진 안쪽이 뜨겁고 간지러웠다. 귀두가 내벽을 긁는 감각이 너무도 생생했다.
“곧 괜찮아질 겁니다.”
“하지만 너무, 으응, 아…!”
빠르게 차오른 쾌감이 한계를 넘었다. 뭍에 오른 물고기처럼 펄떡대는 그녀의 몸을 그가 다치지 않게 끌어안았다. 다정히 그녀의 등을 쓸어 주며 속삭였다.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요.”
“흐으응, 읏….”
절정이 멈추질 않았다. 이대로라면 심장이 멎어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녀의 안쪽은 더한 쾌감을 쫓아 그의 것을 계속해서 씹어댔다. 단단히 부푼 그의 것이 정액을 질질 흘려댔다. 아찔한 자극에 신음하면서도 블레이크는 그녀를 안고 연신 도닥였다.
발작에 가까운 그녀의 오르가즘은 몇 분이나 계속됐다. 그의 사정 또한 그만큼 길어졌다. 배 속이 그득 들어찬 기분이었다.
겨우 진정되고 나자 너무 지쳐 축 늘어지고 말았다.
“잘 견뎠습니다. 이제 괜찮지요?”
눈물로 시야가 흐렸으나 닦을 힘도 없어, 엘리제는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눈가에 닿았다. 그녀의 눈물을 훔치고 붉어진 눈가에 입을 맞췄다. 뺨을 어루만지고 달라붙은 머리칼을 조심스레 넘겨 주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내일 알려줄게요. 오늘은 일단 푹 쉬십시오.”
엘리제는 이번에도 힘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겹쳐 있던 그의 상체가 살짝 들리며 서늘한 공기가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가려나 보다 무심코 생각했는데, 잠시간 부스럭대더니 다시 곁에 누워 그녀를 품에 당겨 안았다. 상자들이 널려 있는 침대 위를 대충 정리한 모양이었다.
이런 불편한 자세로 자면 다음 날 목과 어깨가 결린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엘리제는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며 늘씬한 허리에 팔을 둘렀다.
‘기분 좋아.’
나쁘지 않은 나른함이었다. 안쪽에서 여전히 무언가 맥동하는 게 느껴졌지만 딱히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
이마를 내리누른 뜨끈한 그의 입술과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려 할 때였다.
돌연 하나의 확신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세계에서의 일이 끝나 그녀가 먼저 그를 떠날 수는 있어도 블레이크는 절대로 그녀를 먼저 버릴 수 없으리라는, 몹시도 이기적이고도 못된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더 없이 만족스러워, 배부른 미소가 지어졌다.
***
어제 막 제도에 도착한 시에나는 카밀라의 재촉에 늦잠도 자지 못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했다. 황태자 생신 축하 연회에 입고 갈 드레스와 장신구들 중 장갑 하나가 마음에 안 들어 사러 가자는 것이다.
사람을 저택으로 불러 맞출 시간이 없었기에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런 연유로 의상실이 모여 있는 중심가에 당도한 게 벌써 몇 시간 전이었다.
시에나의 가문인 라우디아 백작가의 영지는 제도에 비하면 시골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처음엔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경하느라 신이 나서 다리가 아픈 줄도 몰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슬슬 눈이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대낮임에도 드레스가 돋보이도록 밝혀 둔 조명에 장식된 보석들이 반짝이며 빛났다.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눈이 부셔 괴로웠다.
“저기, 카밀라.”
“응? 왜?”
장갑 한 쌍 사러 와놓고 어느새 야한 커플 속옷에 정신이 팔린 사촌은 시에나의 부름에도 돌아보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나 밖에 좀 구경하러 다녀올게.”
“너 혼자? 조금만 기다리지. 거의 다 골랐는데.”
그 얘기는 한 시간 전에도 들었다.
“돌아보다 여기로 올게.”
“흐음, 그래. 알았어. 금방 와야 해? 오늘 저녁때 귀한 손님이 오실지도 모르거든. 일찍 들어가서 준비해야 해.”
“응. 걱정하지 마.”
슬립을 제 몸에 대보는 카밀라를 뒤로하고 시에나는 가게를 나섰다. 서늘한 바람을 쐬자 그제야 숨이 좀 트였다.
‘귀한 손님이 누구기에 선물로 속옷을 고르는 거지?’
순박하게만 살아온 시에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약혼자도 아닌 사내와 커플 속옷을 맞춰 나눠 갖겠다니, 상상만으로도 뺨이 홧홧해졌다.
그래도 어젯밤 카밀라와 한 침대에서 자며 들은 말에 의하면, 적응해야 하는 사람은 시에나였다. 제도에서 숙맥처럼 굴었다간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할 거란다.
‘절대 그럴 순 없어.’
부모님의 실망이 문제가 아니었다. 최신식 드레스를 매번 바꿔 입으며 파티에 참석하는 것은 막대한 돈이 드는 일이다. 그걸 두 해 더 했다간 틀림없이 소박한 영지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니 이번 사교 시즌에 상대를 찾지 못하면 시에나는 다시 제도에 오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인접한 귀족 가문에서 결혼 상대를 구해야 한다는 소린데, 그건 절대로 싫었다.
‘내 눈이 높아서가 아니야.’
너무 나이가 많거나 초혼이 아닌 건 예사였다. 그들의 면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어떻게든 번듯한 남편감을 구해 돌아가야지.’
다시금 각오를 다지던 시에나는 문득 멈춰 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생각에 빠지면 무조건 직진만 하는 안 좋은 버릇 탓에 중심가에서 너무 벗어났다. 뒤돌아 쭉 걸어가면 되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일단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해야 했다.
다소 한적한 골목, 자그마한 상점들을 눈으로 쭉 훑던 그녀는 이질적인 광경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주변의 다소 허름한 상점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몹시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건물을 발견한 것이다. 1층은 의상실처럼 보였고 2층과 3층은 차와 음료, 케이크 등을 파는 디저트 가게 같았다.
골목 안쪽에 있음에도 그 건물이 눈에 띈 건, 입구 쪽이 대로변처럼 넓었기 때문이다. 건물 한두 채는 더 세워도 될 만한 공간이 공터처럼 비어 있어, 안쪽에 있는 상가 건물이 유독 부각됐다.
시에나는 홀린 듯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