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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가장 먼저 열어본 상자에는 주최 측에서 선물로 준 커플 정조대가 들어 있었다.







“경매장에 속옷도 팔아요?”



“그게, 음, 그러니까….”







그가 뭐라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며 말을 고르는 사이 엘리제는 속옷을 꺼내 들었다. 입어도 속살이 거의 다 비칠 것 같은 소재인 건 둘째 치고 가려지는 부분이 어째 음문뿐이었다.







‘뭔가 수상한데.’







힐긋 블레이크를 쳐다보자 안절부절못하는 게 한눈에 보였다.







“단순한 속옷이 아닙니다.”



“그럼요?”



“커플 정조대…라고 하더군요. 이건 내가 산 게 아니에요. 경매를 주관하는 측에서 시제품이라며 준 겁니다.”







엘리제는 ‘정조대’라는 말에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 성적으로 꽤나 자유분방한 이 세계에 중세 시대처럼 정조대가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다.







외양은 박물관에서 봤던 것들과 달리 흉악스럽지 않았다. 그저 특이한 디자인의 속옷처럼 보이는 것이 어떻게 ‘잠금’ 기능을 하는 걸까.







‘뭔가 마법적 억제력이 있는 걸까.’







여성용 정조대를 내려놓은 엘리제는 이번엔 남성용을 들어 올렸다.







“정조대라니. 이런 건 처음 봐요.”



“나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그리 말하고서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그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입어 보길 바라는…거지요?”







엘리제는 아무 대답 없이 생긋 웃기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그가 있는 쪽으로 예의 그것을 밀어놓고 있었다.







“부인이 원하면 뭐든 못하겠습니까.”







작게 헛기침을 한 블레이크가 가방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일단 옷을 먼저 벗어야겠군요.”



“그러게요.”







미소 띤 표정 그대로 그녀가 냉큼 대답했다.







엘리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블레이크는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재킷과 베스트를 벗어 의자에 걸쳐 두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버클을 풀고 바지를 벗었을 때, 그녀의 시선은 절로 그의 중심을 향했다. 뭘 했다고 드로어즈가 이미 티 나게 불룩했던 것이다.







“엘리제, 이건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바지를 벗다가 건드려서 그런 거라며 블레이크가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았다. 약에 취해 짐승처럼 군 게 새벽의 일인데 벌써 그녀를 향한 음심을 드러내는 건 아무리 그래도 양심 없는 짓이었다.







“괜찮아요. 건강한 게 뭐 어때서요.”







그녀의 말에 안도한 블레이크는 드로어즈도 마저 끌어 내렸다.







퉁, 하고 튕겨 나와 아랫배에 바짝 올라붙은 그의 페니스는 벌써부터 말간 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다른 뜻이 없다고 보기엔 너무 적나라한 모습이었으나 블레이크와 엘리제 모두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







‘근데 저건, 다 내가 남긴 흔적인가?’







지난 밤, 그녀 역시 많이도 깨물고 할퀸 모양이었다. 워낙에 단단한 몸이라 흐릿하긴 해도 붉은 실선이 곳곳에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엘리제는 블레이크가 어째서 제 몸에 그리도 흔적을 많이 남기는지 알 것 같았다. 어쩐지 뿌듯했던 것이다. 저 잘난 남자가 오로지 자신의 소유처럼 느껴졌다.







엘리제의 시선이 고정된 채 떨어지질 않자, 블레이크의 아래쪽 사정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 아무래도 어서 가리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는지 블레이크는 그녀가 밀어 놓은 남성용 정조대를 들어 올렸다.







그는 유심히 정조대의 구조를 살폈다. 설명서를 따로 읽어 보지 않아도 페니스와 음낭을 넣을 수 있게 디자인 된 앞부분을 보자 어떻게 착용하는지 대강 알 것 같았다.







신축성이 강한 소재라서인지 아니면 마법적인 처리가 돼 있어서인지 정조대는 발기된 그의 페니스와 음낭을 무리 없이 감쌌다.







마지막으로 허리의 매듭을 조여 착용을 마쳤을 때였다. 웅웅, 하는 미약한 소리와 함께 마력 파동이 일더니 페니스와 음낭을 감싼 천이 조여들었다. 블레이크는 움찔하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정을 막기 위함인지 뿌리 쪽의 압박이 심했고, 페니스를 감싼 천은 쇠처럼 단단해져 겉에서 만져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이런 구조이니 자위가 불가하다고 한 것이다.







“와아, 신기하네요.”







어느새 침대에서 내려와 블레이크 앞에 쪼그려 앉은 엘리제가 그의 그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페니스가 갑옷이라도 입은 모양새였다. 소변을 볼 수 있도록 귀두 쪽에 구멍이 뚫려 있긴 했으나 그녀의 새끼손가락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작은 틈이었다.







‘이 정도면 급소 보호대로 써도 되겠는 걸?’







엘리제는 살며시 정조대 위를 쓸어보았다. 부드럽던 아까와 달리 단단하고 서늘했다. 그 위를 스쳐 엉덩이와 허벅지 쪽으로 미끄러지는 그녀의 손길에 블레이크가 낮게 신음했다.







“어떤 것… 같습니까?”



“네?”







뭐가 어떠냐는 말인가 싶어 엘리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치스러울 법도 한데 그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얼핏 기대감 같은 게 엿보였다.







“원한다면 외출할 때마다 착용해도 됩니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그가 말했다.







“신뢰의 문제를 떠나, 내가 부인만의 것이라는 증표니까요.”







엘리제는 저도 모르게 ‘미친…’이라고 말할 뻔했다. 거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그가 정말 미친 것처럼 보인다는 게 첫 번째였고, 그런 블레이크가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보인다는 게 두 번째 의미였다.







“블레이크….”







엘리제는 일어나서 그와 마주 보고 섰다. 그러고는 수줍게 웃으며 물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요?”



“당연한 것을 묻습니다.”



“그럼 키스해도 돼요?”



“……!”







온 세상이 환해지도록 기뻐하는 그에게 엘리제가 쪽, 입을 맞췄다. 발뒤꿈치를 바짝 들었음에도 키 차이 때문에 아랫입술에만 겨우 닿았다. 블레이크가 그녀를 위해 재빨리 허리를 굽혔다.







아랫입술을 살며시 머금고 할짝대자 그의 목에서 억눌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차례로 핥아 대다가 느긋이 그의 입 안에 혀를 넣었다. 그의 혀끝을 톡톡 건드리며 희롱하다 얄밉게 도망쳤다.







안달 난 그가 그녀의 것을 쫓았다. 엘리제의 숨결을 따라 깊숙이 파고들었다. 말랑한 혀가 야하게 얽혀들었다.







루카스의 연습을 돕느라 했던 것과는 달리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한 손으론 그녀의 목덜미를, 한 손으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서 그는 점점 더 바짝 몸을 붙여 왔다.







뒷걸음치다 기울어진 그녀의 몸이 결국엔 침대에 걸려 그와 함께 풀썩 쓰러졌다. 널려 있던 상자들을 아무렇게나 옆으로 밀치며 그는 그녀를 잡아먹을 듯 탐했다. 얇은 실내용 드레스에 감싸인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녀의 입술과 뺨에 끊임없이 입을 맞췄다.







근육이 틈 없이 들어찬 그의 등을 달래듯 쓸어내리며 엘리제는 바르르 몸을 떨었다. 블레이크가 재킷의 첫 단추를 푸는 순간부터 이미 그녀의 몸은 달아올라 있었다. 말간 액을 질질 흘리던 그의 것 못지않게 그녀의 은밀한 곳도 더 큰 쾌감을 기대하며 밀액을 흘려댔다.







헐떡대는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블레이크, 그거… 어떻게 벗어요?”



“아마 상자 안에 열쇠가 있을 겁니다.”







욕망이 한계까지 차올랐는지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거칠었다.







엘리제는 손을 뻗어 상자를 끌어왔다. 더듬대다 보니 둥그렇고 납작한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이건가?’







뭔가 불룩한 것이 손끝에 느껴져 꾹 눌렀을 때였다.







“윽…!”







블레이크가 짧은 신음을 토해 내며 시트를 거머쥐었다.







“응…? 왜 그래요?”



“지, 진동이….”







그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버튼을 누른 모양이다. 엘리제는 컨트롤러를 제대로 살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버튼이 많았다.







‘이 중에 뭘 눌렀지?’







알 수 없어 차례로 누르며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제, 그것도, 큭… 아닙니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사정도 불가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에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쇠처럼 단단하긴 해도 다 비쳐 보이는 소재이기에 엘리제는 정조대가 어떤 식으로 그를 괴롭히는지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세상에….’







너무 야해서 머리에 피가 몰릴 지경이었다.







“어떻게 좀… 해주십시오.”







많이 괴로운지 눈물까지 그렁하여 애원하는 그의 모습에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저 크고 강인한 남자를 손바닥보다 작은 컨트롤러 하나로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쾌감이었다.







그래도 너무 심하게 괴롭혔다가는 다시는 안 할 것 같아, 엘리제는 부지런히 정지 버튼을 찾았다. 가장 아래쪽 버튼을 눌렀을 때였다. 처음 착용할 때처럼 웅웅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페니스와 음낭을 감쌌던 천이 느슨하게 풀어졌다.







블레이크는 그제야 숨을 토해 내며 그녀 위로 무너졌다.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의 검푸른 머리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엘리제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래도 그거 또 할 거예요?”







워낙에 괴로워하기에 당연히 머뭇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당신이 원하면 매일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진심이에요?”



“물론입니다. 부인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겁니다.”







다시 또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뻔했으나 겨우 참았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기쁘게 해 줄 건데요?”







은근한 그녀의 목소리에 그의 어깨가 움찔 굳었다. 스륵, 소리와 함께 정조대의 매듭이 풀렸다. 그녀가 당겨 푼 것이었다.







사나운 맹수의 목줄을 풀 때와 마찬가지로 몸이 떨렸다. 다른 점은 두려움 아닌 기대감 탓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드레스 속으로 손을 넣어 제 속옷 또한 풀었다. 그러곤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꺼내어 침대 밑으로 툭 떨어뜨렸다.







“내 몸으로….”







그의 목울대가 크게 울렁였다.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로 그가 말을 이었다.







“부인을 만족시켜도 되겠습니까?”







엘리제의 눈이 사르르 휘어졌다.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그녀는 치맛자락을 쥐고 천천히 끌어 올렸다. 그녀의 늘씬한 다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동공이 와르르 흔들렸다.







배꼽까지 끌어 올리고서 엘리제는 스스로 다리를 벌렸다. 그녀의 밀부는 이미 흥건히 젖어 번들거렸다.







“좋아요, 블레이크.”







드디어 내뱉어진 그녀의 허락에 희열이 차올랐다. 정조대에 속박돼 괴롭힘 당했던 그의 것이 벌게진 채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젖은 소리를 내며 갈라진 틈을 미끄러지는 귀두에 엘리제의 숨이 가빠졌다.







“엘리제….”







욕망에 잠식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블레이크가 그녀의 가슴골에 입을 맞췄다. 그와 동시에 그의 것이 단번에 그녀의 속살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