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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는 말에 그의 몸이 멈칫, 굳었다. 있는 힘껏 아래를 조인 채 울먹이는 엘리제를 잠시간 내려다보던 그가 페니스를 쑤욱 빼냈다.







엘리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빨리 다리를 오므렸다. 정확히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일 뻔했다.







그녀가 바닥에 내려설 때까지 그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블레이크의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엘리제는 힐끔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왜 저러지…?’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내가, 싫습니까?”



“네?”



“벌써 질린 겁니까?”







블레이크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질리다니요?”







엘리제는 뜬금없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아직은 아니야.”







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한 것처럼 그는 혼잣말에 가깝게 중얼거렸다.







“블레이크…?”







갑작스러운 그의 이상 행동에 엘리제는 조심스럽게 그의 팔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 한 순간 도리어 손목이 잡혔다. 그러곤 벽 쪽으로 밀쳐졌다.







밀쳐졌다고는 해도 손목이 잡혀 있었기에 세게 부딪히진 않았다. 가슴만 거울에 짓눌렸을 뿐이었다.







곧바로 그의 페니스가 그녀의 입구를 벌리며 파고들었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분명 그럴 수 있습니다.”







그를 등지고 있었지만, 커다란 거울이 코앞에 있었기에 엘리제는 블레이크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그는 몹시도 불안해 보였고, 초조해 보였다. 짓씹는 입술에서 금방이라도 피가 배어 나올 것 같았다.







그런 중에도 그는 정신없이 그녀를 몰아붙였다. 입구에 귀두가 걸릴 때까지 페니스를 빼냈다가 철퍽 소리가 나도록 뿌리까지 박아 넣었다. 희뿌연 액체가 투둑투둑 욕실 바닥에 떨어졌다.







“보십시오. 이렇게 기분 좋은 얼굴인데….”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얼굴은 그의 말대로 몹시 기분 좋아 보였다. 굳이 거울을 통해 확인하지 않아도 엘리제는 자신이 만족하고 있다는 걸 잘 알았다. 그와의 섹스는 언제나 최고였다.







차가운 거울에 꼿꼿이 선 유두가 눌리는 것도 기분 좋았고, 안을 그득 채운 굵고 단단한 페니스도 마음에 들었다. 부서질세라 꽉 쥐지도 못하고 그녀의 몸 곳곳을 헤매는 손길과 그의 여유 없는 표정은 특히 더 흡족했다.







무엇 때문에 그가 저토록 조바심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바람직했다.







그녀의 잔인한 속내를 읽기라도 한 양, 엘리제의 양쪽 무릎 아래에 손을 넣은 그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앗…!”







놀란 그녀가 제게 몸을 기대자, 그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엘리제.”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개처럼 그녀의 뺨에 얼굴을 비비며 그가 나직이 속삭였다.







“지금처럼, 내게 의지해 주면 좋겠습니다.”



“의, 의지하고 있어요!”







그가 그녀의 몸을 살짝 들어 올렸다가 내리길 반복한 탓에 엘리제는 놀라서 외칠 수밖에 없었다. 잔뜩 긴장하여 뻣뻣한 몸에 페니스가 쑤욱 삽입되었다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그 음란한 광경을 블레이크는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이렇게 날 삼켰군요. 잔뜩 벌어져 움찔대는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접합부는 물론 옅은 색 음모와 엉덩이, 허벅지까지 온통 젖어 번들거렸다. 그의 하체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번 만져 보겠습니까?”



“네?”



“어서요.”







블레이크의 재촉에 엘리제는 어쩔 수 없이 다리 사이로 손을 넣었다. 떨리는 손끝에 단단한 것이 닿았다.







“앗!”







그녀의 손이 닿자 그것은 살아 있는 양 불끈대며 움직였다. 민망함도 잠시, 엘리제는 곧 호기심에 차 적극적으로 제가 머금은 그의 남성을 만져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굵은 것이 제 안에 들어와 고통이 아닌 쾌락만을 선사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쩌면 그의 몸에서 유일하게 연약할 것일지도 모르는 음낭을 살며시 쥐자, 등에 닿은 블레이크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됐다.







그의 반응을 살피며 엘리제는 열심히 그의 것을 조물댔다. 그녀에겐 존재치 않은 부위라서일까, 만질수록 재밌어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가 오싹할 정도로 낮고 거친 숨을 내쉴 때까지 그녀는 겁도 없이 그의 약점을 괴롭혀댔다.







대가는 바로 찾아왔다. 몸이 번쩍 들리나 싶더니 돌려졌다. 그의 체온으로 데워졌던 등에 차디찬 거울이 닿으며 소름이 돋았다. 입구에 걸려 있던 귀두 위로 떨어지다시피 그녀의 몸이 내려앉았다.







“아앗…!”



“하아, 엘리제.”







제게 매달릴 수 없도록 엘리제의 양 손목을 그녀의 머리 위에 모아 쥔 채, 그는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그녀는 오로지 저를 꿰뚫는 그의 페니스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신음하는 그녀에게 그가 고개를 기울여 입을 맞췄다.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는 손길은 자상했으나 아래를 쑤셔대는 성기도, 입 안을 휘젓는 혀도 난폭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한참을 달아올라 있던 그녀는 순식간에 절정에 이르렀다. 그녀의 몸이 퍼덕거리며 튀자 그는 움직임을 늦췄다. 그러나 완전히 멈추진 않았다. 나른한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돌려 조여대는 속살을 강제로 벌렸다.







진정될 즈음에 다시 격렬히 박아대다, 다시금 느긋하게 휘저어대길 반복했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엘리제는 죽을 것 같은 쾌감이란 걸 경험했다. 그녀가 몇 차례나 절정에 이르고 나서야 그도 마침내 파정했다. 정액을 그녀의 좁은 질 속에 쏟아내면서도 그는 입맞춤을 멈추지 않았다.







호흡이 흐트러지며 숨이 급격히 가빠진 탓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의 혀를 깨물었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번져 갔다. 엘리제는 슬며시 눈을 떠 그를 쳐다봤다.







감은 적도 없는 듯, 그는 진즉부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검푸른 동공에 비친 제 모습을 눈에 담았을 때, 엘리제는 갑작스레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며 의식이 멀어졌다.







그러는 중에도 그의 시선이 집요하게 제게 머물러 있음을 엘리제는 알 수 있었다. 깜빡이는 시간조차 참을 수 없다는 듯 핏발이 곤두설 때까지, 숨도 쉬지 않고.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











엘리제는 새벽에 눈을 떴다. 충분히 자서가 아니라 목이 타서 깼다. 협탁 위의 물 주전자에 손을 뻗으려던 그녀는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혹사당한 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잠시간 주전자를 노려보던 엘리제는 팔을 뻗어 제 옆자리를 더듬었다. 아무것도 걸리는 게 없었다. 블레이크가 있었다면 깨워서라도 물 좀 달라 징징댔을 정도로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 새벽에 어딜 갔담.’







체력을 더 많이 소모한 건 블레이크 쪽일 텐데, 왜 저만 이렇게 힘든지 억울했다.







‘이 저질 체력. 망할 몸뚱이.’







속으로 욕을 퍼부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근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 자긴 잔 거야?’







그녀는 언제나 그보다 먼저 잠들고, 늦게 일어났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의 잠든 모습을 본 건 환상 호수의 신전에서였다.







‘무슨 수상한 짓이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바빠도 잠잘 시간이 없진 않을 텐데, 굳이 남들이 잠든 시각에 일어나 활동하는 그가 살짝 의심스러웠다.







천장을 한참이나 노려보던 엘리제는 입을 앙다물었다. 죽기 전까지의 그녀는 한 번도 몸의 유혹에 굴복한 적 없었다. 이렇게 질 순 없다고 굳게 마음먹고, 그녀는 끙끙대며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 일단 물을 한 컵 따라 마시자 조금 살 것 같았다.







그의 행방을 알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용인에게 묻는 것이었고 하나는 반지를 조작해 확인하는 것이었다. 엘리제는 일단 반지를 톡톡 두드려 패널 디스플레이를 활성화했다.







‘어?’







지도를 켠 순간, 대강의 윤곽밖에 없는 저택 지하에 회색 점 두 개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파란색 점 하나도 같은 공간에 있었다. 검은 점들은 그 주변에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지하에 대체 뭐가 있기에?’







그리고, 그녀의 방문 앞에도 파란색 점이 하나 있었다. 엘리제는 입고 있던 네글리제 위에 로브만 하나 걸쳤다.







복도로 나오자 침실 앞을 지키던 기사, 앨런 루오스가 그녀에게 묵례했다.







“비전하, 기침하셨습니까.”



“경, 왜 여기에 서 있지?”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그가 말했다.







“비전하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여기는 프로이젠이 아니니까요. 언제든 위협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럼 밤새 여길 지켰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사들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맴돌 거라 생각하니 안도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들었다.







‘뭐, 이 정도의 경계는 예상했던 거니까. 루카스가 알아서 들키지 않게 하겠지.’







윗세계 요원인 그에게 방법이 없을 것 같진 않았다. 엘리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가 많네.”



“아닙니다.”



“그런데, 혹시 전하께서 어디 계신지 아나?”



“주군께선 아마도 지하 연무장에 계실 겁니다.”







엘리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하에 그런 공간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연무장이 저택 지하에 있어?”



“네.”







수상한 짓을 하는 줄 알고 의심했건만, 새벽부터 열심히 검술 수련 중인 모양이었다. 슬쩍 안도감이 차올랐다.







‘그래, 악마도 아닌데 수상한 짓을 할 게 뭐 있겠어.’







이왕 방을 나선 김에 엘리제는 지하 연무장으로 향했다. 또 한 명의 회색 점이 누군지 확인할 기회이기도 했고, 곧 루카스와 대련할 그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물론 본다고 아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그가 휘두르는 검이 광선검(?)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실력이 영 아니라면 어떻게든 대련을 말릴 생각이었다. 아무리 가짜래도 엘리제는 남편인 블레이크가 너무 심하게 밟히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어디서 한 대 맞고 오기만 해도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예상대로 앨런은 그녀를 뒤따랐다. 엘리제는 그가 따라오든 말든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까지 가는 도중에 저택을 청소하던 사용인들과 마주치기도 했지만, 그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일 뿐 이 새벽에 그녀가 어딜 가는지 참견하지 않았다.







지하의 층고는 꽤나 높아서 두 층 높이를 내려가야 문이 나왔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그녀에게 묵례했다.







“전하께선 안에 계시나?”



“네, 비전하.”



“들어가 보고 싶은데.”







기사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엘리제 뒤의 앨런을 쳐다보았다. 이에 한 걸음 앞서 나온 앨런이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책임지고 안전히 모시겠다.”







루오스 가문 형제들의 실력이 기사단 내에서 손가락 안에 꼽힌다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었다. 그제야 그들은 안심하고 문을 열어 주었다.







소리 없이 열리는 문틈으로 엘리제는 세 명의 남자를 보았다.







블레이크와 기사단장 클로드, 그리고 바트 루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