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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황태자궁을 나서는 블레이크를 은밀히 뒤따랐다.
‘대체 저건.’
그는 누구보다 블레이크 프로이젠이라는 배역에 대해 잘 알았다. 그렇기에 지금의 블레이크가 매우 많이 잘못되었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타락한 연인> 시나리오의 어디를 봐도 대공비에 대한 대공의 태도에 집착이나 독점욕은 없었다. 권력과 재력을 동원하여 부인을 지원해 주긴 하지만 그녀가 무얼 하든, 누굴 만나든 대공은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본 그의 말과 행동으로 짐작건대 블레이크는 엘리제의 친구 관계까지 간섭할 기세였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블레이크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루카스 클랜튼의 설정값이든 제3의 빙의자든 어차피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만 보고서 작성을 위해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수였다.
황태자가 악마인 건 일단 확인하였으니 지금은 가장 큰 변수, 블레이크의 정체를 알아내는 게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황궁을 나서고 얼마 되지 않아 블레이크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곤 뒤를 돌아보았다.
“클랜튼 경?”
부러 기척을 내 제 존재를 알린 루카스가 그에게 다가가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여기서 마주치다니 우연이군요.”
“퇴근하는 길이오?”
“네. 대공께서도 이제 귀가하시나 봅니다.”
“그렇소.”
루카스는 궁금했다. 카밀라에게 ‘그런 말’을 들은 블레이크가 엘리제를 어찌 대할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지.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직.”
“저 역시 아직입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루카스는 저 역시 식전임을 밝히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블레이크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졌다. 그는 마지못해서 하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루카스에게 권했다.
“함께 식사하고 가시겠소? 물론 피곤하면 거절해도 괜찮소.”
“초대해 주시면 감사히 응하겠습니다.”
눈매를 좁힌 채 루카스를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몸을 돌렸다.
“가지.”
조용히 그를 뒤따라 걸으며 루카스는 블레이크가 가진 기운을 살폈다.
‘악마와는 다르지만 어둡고 탁하다. 살인자의 것과 흡사해. 마나의 질과 양은 이 세계관에서 수위 안에 들겠고. 기회가 되는대로 대련을 청해 봐야겠군.’
보통 다른 이의 몸을 차지한 빙의자들은 이전 몸의 기억을 갖고서 스며든다. 그렇기에 궁지에 몰리면 본성을 드러내기 쉬웠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만약 대련 중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블레이크 프로이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사랑해서는 안 될 여동생을 마음에 담아 괴로워했던 <타락한 연인>의 남자 주인공.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여주 시에나를 만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구애하며 매달렸던 루카스 클랜튼이 지금의 블레이크라면.
‘위기의 순간 클랜튼의 검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랬을 경우 루카스는 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아니라 해도 그의 정체에 대한 작은 단서 정도는 찾을 가능성이 있었다.
두 사람의 걸음으로 황궁에서 프로이젠 저택까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손님임에도 멜릭을 비롯한 대공저의 사용인들은 기꺼운 표정으로 루카스를 맞이했다.
“만찬실에서 잠시만 기다리시오. 엘리제도 아직 식전이라는군.”
친밀함을 과시하기 위함인지, 블레이크는 엘리제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손님을 홀로 두고 집주인이 직접 부인을 데리러 가는 게 정상이라 할 순 없었지만, 루카스는 불쾌한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멜릭에게 루카스의 안내를 맡긴 블레이크는 중앙 계단 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잠시간 응시하던 루카스도 멜릭을 따라 만찬실로 향했다.
***
엘리제는 간소한 실내용 드레스 차림으로 잠들어 있었다. 잠깐 누웠다가 잠든 건지, 이불도 덮지 않은 채였다. 모로 누워 웅크리고 있으니 안 그래도 작은 그녀의 몸이 더욱 자그마해 보였다.
침대 곁에 서서 묵묵히 그녀를 내려다보던 블레이크는 문득 손을 뻗어 협탁 서랍을 열었다. 멜릭에게 명해 미리 준비시킨 물품들이 서랍 안에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다.
블레이크는 그중 몇 가지를 꺼내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곤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 주었다. 엘리제의 하얗고 가는 목이 가린 것 없이 드러났다.
그의 새파란 눈이 짙은 욕망으로 어둡게 일렁였다. 침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그는 조용히 침대 위로 올라왔다.
“엘리제.”
낮은 한숨과 그녀의 이름이 함께 섞여 나왔다.
엘리제의 등에 몸을 붙여 눕고서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내리눌렀다. 꽤나 깊이 잠들었는지, 그녀는 입맞춤이나 포옹 정도로는 깨어나지 않았다.
허리 위로 올라간 그의 손이 아찔하게 굴곡진 여체의 능선을 따라 그리며 내려왔다. 무릎쯤에서 그는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배꼽이 드러날 때까지 끌어 올렸다.
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녀에게 반응했던 그의 남성이 바지춤이 터질 지경까지 부풀었다.
엘리제의 작고 하얀 레이스 팬티는 골반 어름의 리본을 잡아당겨 푸는 것만으로 그녀의 몸에서 쉽게 떨어져 나갔다. 매끄러운 빛을 은은히 흘리는 그녀의 몸은 세상에 존재치 않을 조각상처럼 아름다웠다.
그는 지그시 어금니를 물었다.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호흡을 골랐다. 조급한 손길로 그는 버클을 풀고 제 것을 꺼냈다.
블레이크는 말간 액을 뚝뚝 흘리고 있는 자신의 페니스를 그녀의 엉덩이골 사이로 밀어 넣었다. 도톰한 꽃잎을 가르며 느릿느릿 부드럽게 문질렀다.
“으응….”
잠결에도 쾌감을 느꼈는지 엘리제가 자그맣게 신음하며 허벅지를 비볐다. 그와 그녀가 흘린 액체가 뒤섞이며 찌걱대는 소리가 조금씩 커져 갔다.
더 여유를 가지고 그녀를 탐하고 싶었지만, 그는 만찬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루카스를 생각했다. 너무 늦어져 그가 돌아가 버리면 곤란했다. 굳이 지금, 잠든 엘리제를 멋대로 안으려 하는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존재했다.
흥분을 제어하기 위해 입 안쪽 살을 지그시 깨물며, 그는 천천히 제 것을 그녀에게 밀어 넣었다.
버겁게 파고들며 아래를 꽉 채우는 감각에 그제야 깨어난 듯 엘리제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읏…. 블레이크…?”
“…….”
블레이크는 엘리제가 자신을 돌아볼 수 없도록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그러곤 협탁 위에서 검은색 안대를 집어 들어 그녀의 눈을 가렸다.
“이게 뭐예요?”
갑자기 시야를 가린 안대를 더듬거리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깍지 껴 잡고서, 그는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흐윽…!”
그는 자신을 알릴 만한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저 더운 숨을 내쉬며 그녀를 범하는 데 집중했다.
“으윽, 응…. 아앗, 블레이크…!”
그녀는 정신없이 흔들리며 신음했다. 간간이 자신의 이름이 섞여 나올 때마다 블레이크의 행위는 더욱 거칠어졌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와 어깨를 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차게 핥고 빨았다. 엘리제의 하얀 살결이 붉게 얼룩져갔다. 블레이크는 그녀의 다리를 한계까지 벌리고선 탐스러운 엉덩이가 벌게질 때까지 제 몸을 치댔다.
제 존재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깊숙이 쑤욱 들어왔다가 나가는 그의 페니스에 얌전히 다물려 있던 그녀의 속살이 강제로 벌어졌다.
엘리제는 바들바들 떨며 그의 것을 끊어낼 듯 조여댔다. 그러나 그래 봤자 그녀를 꿰뚫은 그의 굵은 페니스는 안쪽을 휘저으며 더욱 우악스럽게 박혀 들 뿐이었다.
“아앗, 아…!”
흥건하게 배어 나온 애액이 접합부를 적시고 시트에 흘러내렸다.
슈미즈 안까지 침입한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에 유두를 끼워 비틀며 손자국이 남을 때까지 주물러댔다.
아래와 위에서 주어지는 강한 자극에 엘리제는 울며 신음했다. 몇 번이나 가며 예민해진 안쪽에 주어지는 쾌감은 폭력에 가까웠다.
“으응, 블레이크….”
벌써 세 번째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아, 나직하게 웃으며 그제야 그는 그녀에게 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네, 엘리제.”
“이제 그만…. 괴로워요.”
흐느낌에 가까운 그녀의 목소리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어떻게 해주면 되겠습니까.”
그녀의 귓불을 씹으며, 그가 다정히 속삭였다.
“어디에 내 걸 먹여 줄까요.”
“아, 안에…. 배 속에 사정해 주세요. 어서, 빨리요.”
다급하게 내뱉는 말만큼이나 그녀의 아랫입도 그를 재촉하며 졸라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꺼이.”
여태 참고 있었던 듯, 그가 짧고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흐으, 아, 앗, 아흑….”
시트를 움켜쥔 그녀의 손등이 하얗게 변했다. 철퍽, 소리가 날 정도로 그가 세차게 제 것을 찔러 넣었다. 자궁구까지 쑤셔 박힌 그의 페니스가 펄떡대며 사정액을 쏟아냈다.
“아앙, 블레이크….”
그녀의 몸이 안쓰럽게 바들바들 떨렸다. 그런 엘리제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듯, 블레이크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관찰했다. 울긋불긋해진 목덜미와 어깨, 희고 잘록한 허리와 탐스러운 엉덩이까지 새기듯 눈에 담았다.
여전히 안대로 시야가 가려져 있었기에 엘리제는 그가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키스해 줘요.”
가쁘게 숨을 내쉬면서도 엘리제는 그에게 입맞춤을 졸랐다. 몸을 비틀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더듬었다.
고개를 기울인 그가 그녀의 입술을 통째로 머금었다.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여 남은 정액을 마저 밀어 넣으며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아댔다. 마중 나온 그녀의 혀를 옭아매 제게 끌어들였다가 다시금 그녀에게 침범해 어르고 빨아댔다.
실컷 타액을 마시고 숨결을 나눈 후에야 입맞춤은 끝이 났다. 여전히 그녀에게 입술을 붙인 채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클랜튼 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당연하게도 놀란 목소리였다. 안대의 매듭을 풀자 흘러내리는 검은 천 아래 동그랗게 뜬 그녀의 연보랏빛 눈이 드러났다.
“이 시간에 무슨 일로요?”
발갛게 짓무른 그녀의 눈가에 잘게 입을 맞추며 블레이크는 다정한 손길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었다.
“황궁을 나서는 길에 마주쳤습니다. 아직 식전이라기에 저녁 만찬에 초대했습니다.”
“아…. 그럼 어서 내려가야겠네요. 서둘러 씻어야….”
“아니요. 그냥 내려가지요.”
단호한 그의 말에 엘리제가 눈을 깜빡였다.
“씻지 않으면 흐를 거예요.”
“괜찮습니다. 흐르지 않도록 막아줄 테니.”
그녀에게 다시 한번 입을 맞추고서 그는 손을 뻗어 협탁 위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블레이크? 그게 뭐예요?”
그것은 얼핏 막대사탕처럼 보였다. 은색 구슬 끝에 역시나 은색의 가느다란 막대가 달려 있었고 막대 끝엔 검은색 가죽끈이 달려 있었다.
“이럴 때를 위한 도구입니다. 잠시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