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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내가 뭘 하면 되지?”







일단 그의 의욕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한 엘리제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수도원에서만 평생을 살다가 윗세계 요원으로 500년을 지낸 루카스에게 가장 큰 장벽이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헤일로가 환속 사제였지.’







엘리제는 엑소시즘 소재의 영화에 가산점을 받아 캐스팅되었던 배우 헤일로를 떠올렸다. 너무 잘 놀아서 한때 사제였다는 걸 아무도 믿어 주지 않자, 그는 자신이 환속하게 된 계기를 털어놓았다.







사제가 되기 위해 평생 남들과 구분된 삶을 살아왔건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고 한다. 그건 어처구니없게도 아가씨 하나의 목숨을 구한 선행이 초래한 일이었다.







어느 여름날, 그는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아가씨를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다. 가까스로 건져내 배운 대로 흉곽을 압박하고 숨을 불어넣는 과정에는 일말의 사심도 없었다. 정신을 차린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려 등에 업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였다.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행위였기에 죄와 연관 짓지 않았고, 경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뿌듯함과 기쁨을 느꼈다.







등에 닿는 여자의 몸은 몹시도 부드럽고 따뜻했다. 헤일로는 평생 처음 그것을 알았다. 십여 분을 걷는 동안 점점 더 생생히 느껴졌다.







한참을 걸어 그녀의 집에 도착하였을 때, 그는 아쉬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고맙다며 몇 번이나 고개 숙여 인사하는 아가씨의 몸에는 젖은 원피스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새벽, 헤일로는 몽정하며 깨어났다. 속죄해도 매일 밤 몽정은 계속되었고, 등에 눌리던 여자의 가슴과 받쳐 들었던 엉덩이의 감촉이 사라지질 않았다.







세뇌에 가까운 교육으로 본능처럼 발휘하던 경계심이 무뎌진 순간에 다 자란 아가씨와 접촉하였던 게 결정적이었다며 그는 씨익 웃었다. 평생 해온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비슷하게 한번 해보자.’







아마 루카스도 헤일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도원에서 지내며 여자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졌을 게 분명하다. 엘리제는 그가 가진 거부감을 먼저 녹여 없애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방법부터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해보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또 실행하면 된다. 엘리제는 일부러 사제들에게 접근해 뒤흔들어놓는 여자들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있었다.







루카스에게 끝이라 말했던 것과 달리 엘리제는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중간지대 모든 조사관을 구할 때까진 <타락한 연인> 시나리오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루카스, 일단은 머릿속을 모두 비워요. 금욕이니 절제니 하는 것들은 지금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자, 무념무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거예요.”



“노력해 보지. 그다음은?”







침대에서 일어난 엘리제가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벗었다. 간소한 실내용 드레스는 매듭을 몇 개 푸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몸에서 수월하게 미끄러져 내렸다. 엘리제는 슈미즈 차림으로 루카스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그를 마주 바라봤다.







“뭐 하는 거지?”







살짝 찡그린 그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펴며 엘리제가 말했다.







“편견 없이 여자의 몸을 느껴 봐요. 세상의 절반은 여자고 당신도 여자에게서 태어났어요. 꺼릴 이유가 없는 거라고요.”







정신과 영혼에 새겨지다시피 했을 규율을 어기게 하려면 순수한 의미에서의 접근이 먼저였다.







“내 손이나 팔부터 한번 만져 봐요. 감각에만 집중해요. 여자의 몸이 남자와 어떻게 다른지 관찰 보고서를 쓴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말에 그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성실하며 사명감 넘치는 윗세계 요원에게 정확한 보고서 작성은 몹시 중요한 의미가 있을 터였다.







“알았다.”







결연함마저 느껴지는 표정으로 대답한 그가 시선을 내렸다.







엘리제의 조언대로 그는 그녀의 손을 먼저 잡았다. 여자의 손 정도는 필요에 의해 잡아 보았기에 딱히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뼈마디가 굵고 굳은살이 박인 그의 손과 달리 그녀의 손은 가느다랗고 부드러웠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만져 보았다. 도드라지지 않은 마디마디를 눌러 보기도 하고 손바닥을 엄지로 쓸어 보기도 했다.







그는 서서히 관찰 임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손에서 손목으로, 그녀의 여린 살을 쓸며 천천히 거슬러 올라갔다. 팔뚝 안쪽의 마냥 말랑한 살이 신기한지 누르고 잡아당기다가 힐끔 엘리제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요.”







다른 누군가가 그랬다면 짜증 났겠지만, 엘리제는 그를 그냥 호기심 많은 아이라 생각하며 내버려 두었다.







“다른 데 더 만져 봐도 돼요.”







그녀의 허락을 얻은 그는 다시금 그녀의 몸에 집중했다.







동그란 어깨를 만져 보고, 움푹한 쇄골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목은 그의 한 손에 거의 다 들어갔다. 손등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 넘기고서 그는 그녀의 등으로 손을 옮겼다.







얇은 슈미즈 너머 날개 뼈가 도드라져 있었다. 그 윤곽을 따라 그리다 등줄기를 타고 손을 미끄러뜨리는 순간, 엘리제의 몸이 움찔했다.







그의 손이 멈추자 엘리제가 고개를 저었다.







“간지러워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요.”







기다렸다는 듯 그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잘록한 허리까지 내려간 그의 손이 골반을 타고 앞으로 옮겨왔다. 아랫배는 물론이거니와 그녀의 허벅지를 만져 봐도 단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양옆으로 벌어진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골고루 눌러 보았다.







“…너는 정말, 온몸이 말랑하군. 여자는 다 너 같은가?”



“그럴 리가요. 이 몸이 유독 그런 거예요.”







대답하는 그녀의 호흡이 평소와 다름을 그는 문득 깨달았다. 다소 뜨거워진 숨결이 그의 가슴팍에 닿고 있었다.







그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손끝에서 느껴지던 그녀의 살결, 그 매끄러운 촉감에 집중되어 있던 그의 감각이 그녀의 숨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특정한 곳을 만졌을 때, 혹은 주무르듯 살짝 힘을 주었을 때 그녀의 몸은 아까처럼 움찔거렸다. 고르던 숨소리 역시 삐끗, 흐트러졌다.







엘리제의 반응에만 집중하느라 그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음에도 죄악감을 느끼지 못했다. 예쁘게 부풀어 있는 살덩이가 그의 손안에서 이지러졌다.







“읏….”







처음으로 그녀가 신음을 흘렸다. 그의 눈썹이 슬쩍 들려 올라갔다. 그는 멈추지 않고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가빠진 숨을 내쉬느라 엘리제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하으….”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숨에 달짝지근한 향내가 섞여 있었다.







루카스는 닿아 있는 그녀의 몸이 몹시 뜨겁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제 몸이 뜨거운 건지도 몰랐다.







이상하도록 초조해졌다. 입이 바짝 마르고 목이 탔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의 시선은 그녀의 붉고 도톰한 입술에 붙박여 있었다.







죄의 유혹에 굴복한 적 없는 그라 해도 욕망은 존재했다. 특히 식욕은 그가 사는 동안 가장 강렬하게 가져 보았던 욕망이었다.







그리고 그는 정말 오랜만에 식욕과 매우 흡사한 무언가를 느꼈다.







축축하게 젖어 있을 그녀의 입 안을 자신의 혀로 휘저으면 지금의 갈증이 해소될 것 같았다. 단맛이 나던 입술을 빨고 싶었다. 깨물어 맛보고 싶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잘근대다가 통째로 머금고 싶었다.







군침이 돌아, 목울대가 크게 움직일 만큼 꿀꺽 침을 삼켰다.







그는 허락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오!”







문제는 그녀 역시 함께 입을 열었다는 것이다. 루카스가 멈칫하는 사이 엘리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성공이에요!”



“……?”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던 루카스는 그녀를 따라 시선을 내렸다. 엘리제의 다리 사이, 확연히 커진 채 꺼덕이고 있는 굵은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당혹감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쩐지 아까부터 아랫배 주변이 당긴다 했더니, 발기한 페니스 탓이었다.







바닥에 내려선 그녀가 주섬주섬 드레스를 주워 입고, 그의 앞에 쪼그려 앉을 때까지도 그것의 험악한 형태는 그대로였다.







“길이도 굵기도 좋네요. 게다가 당신 닮아서 예쁘장하게 생겼는데요?”







루카스는 그녀가 대체 무슨 얘길 하는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초조했고 여전히 목이 탔다. 잔뜩 힘이 들어간 아랫배와 엉덩이, 허벅지, 페니스 그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다.







“뭔가 불편하군.”



“내버려 두면 자연히 원래대로 돌아올 테지만, 시간이 별로 없으니 지금은 내가 도와줄게요.”



“뭘 도와준다는, 윽…!”







그의 페니스를 조심스레 손으로 감싸 쥔 엘리제가 혀를 내어 귀두를 핥았다. 맺혀 있던 투명한 액체가 그녀의 혀를 따라 이리저리 밀리다 흔적 없이 사라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액이 배어 나오자 다시 혀를 굴려 그가 흘리는 액을 귀두 전체에 펴 발랐다.







루카스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짜릿한 감각에 몸을 굳히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원래 아무나 쉽게 빨아주지 않는데, 당신은 500년 만의 첫 경험이니까 특별히 해주는 거예요.”







귀찮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꽂아 넘기며 엘리제가 아암, 입을 벌렸다. 그의 굵은 페니스가 그녀의 입 안을 빠듯하게 채웠다. 그녀는 그리 어렵지 않게 그의 것을 입 안 깊숙한 곳까지 넣었다가 빼길 반복하며 혀를 세워 귀두의 갈라진 틈을 파헤쳤다.







“자, 잠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떨며, 루카스가 엘리제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밀어내지 못했다. 치밀어 오르는 쾌감이 그의 이성을 뒤흔들어 산산이 흩어 놓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버린 탓에, 그는 무엇이 옳은지 도무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안 돼. 그만….”







안 된다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그는 제 말 때문에 그녀가 멈출까 봐 두려웠다. 성기를 음란하게 빨고 핥으며 내는 소리가 그의 청각을 오롯이 장악하고 있었다.







머금고 내뱉는 숨이 뜨거웠다. 수십 번 대련해도 멀쩡할 호흡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금단의 과실이 그의 손에 쥐여져 있었다.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할 것이다. 욕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는 거부하지 못했다. 역량을 넘어선 유혹이었다.







‘정말로 안 되나?’







제 속의 누군가가 속삭였다.







‘임무 완수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선택과 행위를 합리화했다. 마침내 아주 조금 남아 있던 거부감마저 눈 녹듯 사라졌다.







“아…!”







그의 입술이 벌어졌다. 제복에 감싸인 몸이 빳빳하게 경직됐다. 제어를 벗어난 몸이 멋대로 튀어 올랐다.







절정.







그것은 그의 영혼을 통째로 관통하는 충격적인 환희였다. 단 한 번도 맛본 적 없던 극상의 달콤함이었다. 형용할 수 없는 고양감에 그는 제 존재조차 까마득하게 잊었다.







그때였다.







모든 것이 멈춘 찰나의 순간에 그는 누군가의 숨소리를 들었다. 숨소리에도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백만인 가운데 섞여 있어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그의 날 선 감각에 각인되었다.







그다음은 체취였다. 다른 불순물들을 걸러낸 특유의 살 냄새를 맡았다. 이는 숨소리보다 더욱 강하게 그에게 기억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눈에 담았다.







탁액을 입가와 뺨, 목덜미와 젖가슴에 묻힌 채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여자를.







“그렇게 기분 좋았어요?”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혀를 내어 입술을 핥았다.







“아.”







루카스는 제 안에서 울리는 굉음을 들었다. 순조로이 회전하던 거대한 톱니바퀴를 억지로 잡아 역회전시킬 때 들릴 법한 소리였다.







“윽…!”







머리를 부여잡고 와락 미간을 구기는 그의 모습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루카스? 괜찮아요?”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괜찮다고 답하지 못했다.







다만 다행인 것은, 머리를 뒤흔드는 고통 탓에 이성이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남의 것 같았던 육체도 서서히 진정되어 갔다.







한참이나 가쁜 숨을 내쉬는 그를 엘리제는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이제…. 괜찮아.”



“정말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바지와 속옷을 올리고 옷차림을 먼저 단정히 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 역시 손수건을 꺼내 제 얼굴과 몸에 묻은 희뿌연 액을 깨끗이 닦아 냈다.







“어쨌든 축하해요. 가장 큰 난관을 넘었으니 이제 열심히 진도를 빼면 되겠네요.”



“도와줘서 고맙군.”



“뭘요. 당연한 협조죠.”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더러워진 손수건을 팔랑,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요? 당신이 뭘 어려워하는지 알았으니 어떻게 도울지 방향을 잡아 볼게요.”



“알겠다. 그렇게 하지.”



“다음 만날 약속은 어떻게 하죠?”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뭘 어떻게 알아서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엘리제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이능을 가진 윗세계 요원이니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 믿었다.







완벽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루카스는 허리를 굽혀 엘리제가 바닥에 버린 손수건을 주워 들었다.







“이건 내가 폐기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