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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을 굳게 다물고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블레이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제부턴 되도록 거르지 않는 겁니다.”
“네, 그럴게요.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블레이크.”
방긋 미소 짓는 그녀를 보며 블레이크는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여러모로 그녀에게 불리한 얘기가 계속되기 전에 엘리제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루오스 백은 돌아간 건가요?”
“아. 안 그래도 부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뭔데요?”
“괜찮다면, 오늘 바로 제도로 출발했으면 합니다.”
“네? 오늘이요?”
엘리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두르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당장 오늘이라니, 이렇게 빠른 출발은 예상하지 못했다.
‘호수에 한 번 더 다녀올까 했더니.’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태자 전하께서 일을 벌인 모양입니다. 생일이랍시고 멋대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렉스의 욕을 하던 블레이크가 도중에 입을 다물곤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응? 왜 그러세요?”
“어제…. 말입니다.”
“네.”
“상대가 누구든 날 응원하겠다고 말했지요.”
엘리제는 눈을 깜빡였다. 카페에서 그런 얘길 하긴 했지만, 갑자기 지금 그건 왜 묻는 걸까. 어쨌든 그녀가 그에게 들려줘야 할 답은 한 가지뿐이었다.
“그럼요. 전 언제나 당신을 응원할 거예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을 뿐, 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 악마 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그러지? 뭔가 내기 같은 거라도 제안한 건가?’
엘리제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그 내기에 포함된 게 렉스와 블레이크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다른 누군가를 편들까 봐 노심초사하는 걸 보니, 루카스 클랜튼 역시 이 일에 포함된 게 분명했다.
자세히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제도에 가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걸 굳이 그에게 캐물을 필요가 없었다.
‘부리나케 달려가는 걸 보면 확정된 일은 아닌 것 같으니.’
악마 놈이 벌인 일이라면 무산되는 편이 나았다. 그녀에게도, 중간지대나 윗세계에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닐 게 분명했다.
“그럼 식사 후 바로 출발할 건가요?”
“시종장의 말론 대강의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하더군요.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제도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 최대한 서두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입궁 먼저 하시겠네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해해 줘서 고맙습니다.”
잠시 후 커크가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한 식사가 식탁 위에 차려졌다. 시간상으로 정오에 가까웠기에 오찬이나 마찬가지였다. 블레이크가 발라 준 생선살을 한 입 입에 넣고서 엘리제는 만면 가득 미소를 지었다.
“너무 맛있어요.”
잔뜩 긴장한 채 한구석에 서 있던 커크가 그녀의 말 한마디에 죽다 살아난 표정을 지었다.
‘괜히 미안하네.’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았지만, 엘리제는 커크를 위해 부러 평소보다 더 맛있게 음식들을 먹었다. 자칫 블레이크에게 밉보여 솜씨 좋은 요리장이 해고되기라도 하면 그녀 손해였다.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블레이크도 엘리제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제 몫의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블레이크와의 식사를 마친 후, 엘리제는 케이트의 도움을 받아 외출용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시종장 버나드는 영지에 남기로 했고 케이트는 그녀와 함께 제도에 가기로 했다.
케이트, 메리를 포함하여 평소 그녀를 보필했던 몇 명의 시녀들과 본성을 나선 엘리제는 성 앞에 도열해 있는 기사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쟤들 전부 다 가?’
못해도 청의 기사단 총원의 삼분의 일가량은 모여 있는 듯했다. 바트와 앨런 형제는 물론 단장 클로드 역시 동행할 모양이었다. 클로드와 얘기를 나누던 블레이크가 엘리제 쪽을 돌아보았다.
은색 수가 놓인 검은색 정복을 갖춰 입고 검푸른 머리카락을 깔끔히 빗어 넘긴 그의 모습은 숨이 막히도록 근사했다. 세계적인 미남 탑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었던 그녀이건만,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일 정도였다.
‘저게 대체 누구 남편이람.’
엘리제는 들썩이는 입꼬리를 애써 진정시켰다. 성큼성큼 다가온 블레이크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잡고 엘리제는 사뿐사뿐 계단을 내려왔다.
“함께 마차를 타고 가면 좋겠지만, 제도에 입성할 때는 내가 앞장 서 기사단을 통솔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어요.”
“미안합니다. 혼자 둬서.”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면서도 정작 블레이크 본인이 더 아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제도에 가면 계속 같이 있을 거잖아요.”
잡고 있던 그의 손등을 엄지로 살살 달래듯 문지르자, 그의 얼굴이 더욱 우울해졌다. 그녀를 이끌어 마차까지 에스코트하는 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런 그의 모습이 못내 처량해 보여, 엘리제는 마차 문을 닫기 직전 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춰 주었다.
“잠시 후에 봐요.”
꽃이 만개하듯 화사하게 피어나는 그의 얼굴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며 엘리제는 마차 문을 닫았다.
***
이프리아트 제국의 제도, 블럼데일.
사치와 향락으로 이름 높은 그곳에서도 가장 호화로운 곳을 꼽으라면 역시나 이프리아트의 주인이 머무는 황궁이었다. 늙고 병든 황제 대신 권력을 손에 틀어쥔 황태자의 궁은 말할 것도 없었다.
천박해 보일 정도로 누런 황금으로 덕지덕지 장식된 화려한 방 안, 거의 알몸에 가까운 상태로 방만하게 다리를 벌리고 앉은 남자가 낄낄대며 웃었다.
“거봐, 내가 그놈 바로 달려올 거라 했잖아.”
“저는 전하께서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흐트러짐 없는 제복 차림으로 방문 앞에 서 있던 기사가 알몸의 남자, 렉스 러셀에게 말했다.
“프로이젠 대공은 함부로 자극해선 안 될 인물입니다. 이번 일은 재고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내가 왜? 이 재밌는걸. 그렇지 않아, 카밀라?”
렉스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페니스를 입에 물고 있던 여자가 힐끔 그를 올려다보았다. 대체 그런 건 귀찮게 왜 묻느냐는 표정에 렉스는 다시금 낄낄거렸다.
“그래, 내가 괜한 걸 물었지?”
카밀라의 머리를 쓰다듬던 렉스가 돌연 그녀의 머리칼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넌 이것밖에 아는 게 없는데 말이야.”
겨우 물고 있던 굵직한 성기가 퍽, 하고 박혀 들며 목구멍을 찌르자 그녀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컥컥거렸다. 그러나 끝까지 그의 것을 뱉어내진 않았다. 오히려 입을 더 크게 벌려 그의 것을 바쁘게 빨아댔다.
“네 입 보지는 정말 최고야.”
그의 칭찬 아닌 칭찬에 카밀라의 눈매가 기쁘게 휘어졌다. 더욱 열심히 혀를 굴리며 그녀는 스스로 제 아래를 쑤셔댔다.
그런 그들의 음란한 행위에도 문 앞에 선 기사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감수해야 할 리스크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너무 적습니다.”
“적다고?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않습니까.”
“아니야. 경은 몰라. 내 사냥감이 얼마나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지.”
“…….”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안 나눠 주는 수가 있어.”
장난스럽기만 한 렉스의 말에 그렉은 고개를 저었다.
“클랜튼 후작은 몰라도 루카스 클랜튼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래 봤자 황실의 개일 뿐이야.”
제국의 자부심, 네프러스 기사단을 싸잡아 모욕하는 그의 말에 그제야 기사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하께선 아직 네프러스의 주인이 아니십니다. 언행에 주의하십시오.”
“그럼, 당연하지. 알고 있다고.”
렉스의 입꼬리가 오만하게 치켜 올라갔다.
“단지, 개의 주인이 목줄을 내게 맡겼으니 어떻게 하든 내 맘대로라는 거지. 그렉, 너처럼 말이야.”
“…….”
카밀라의 입에서 제 것을 빼낸 렉스가 그녀를 끌어다 제 무릎 위로 올렸다. 그녀의 벌어진 다리 사이를 비비듯 문지른 그가 젖은 손으로 제 페니스를 몇 번 훑어 적셨다.
“그렇게 먹고 싶었어? 아주 홍수가 났네.”
“으응, 애태우지 말아요.”
구멍 주위만 지분댈 뿐, 그가 빨리 넣어주질 않자 카밀라의 얼굴이 초조함으로 일그러졌다.
“여기까지 해줬으니 먹는 건 네가 먹어야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밀라가 스스로 엉덩이를 내려, 그의 굵은 페니스를 뿌리까지 집어삼켰다.
“아앙…!”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던 여인의 밀지가 그의 것을 물고는 뻐끔거렸다. 얕은 절정감에 그녀의 경직된 몸이 뒤로 휘며 젖혀졌다.
렉스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짧고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그때마다 카밀라는 마주 몸을 들썩이며 그의 것으로 제 욕망을 채웠다.
“그렉, 이리 와서 얘 뒷구멍 좀 귀여워해 줘. 지난번에 네가 박아준 게 좋았는지, 또 불러달라고 조르더라고.”
그렉은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딱히 거부하지 않고 다가왔다. 오일을 바를 것도 없이, 그는 렉스의 페니스가 들락날락하고 있는 구멍에서 액을 퍼 올려 그녀의 애널에 밀어 넣었다.
카밀라의 몸이 파드득거리는 걸 보며 렉스가 거보라는 듯 말했다.
“엄청 좋아하지?”
그렉은 대꾸 없이 카밀라의 애널을 손가락으로 쑤시는 데 집중했다.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어 양쪽으로 넓히며 휘젓자 그녀가 헐떡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으응, 더…. 더 큰 거…!”
“자지 달래잖아.”
“성격 급한 게 꼭 누굴 닮았군요.”
퉁명스럽게 말하며 그렉은 그녀의 애널에서 손가락을 빼곤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발기해 있던 그의 페니스가 퉁겨져 나왔다.
뒷구멍 주위를 문지르다 꾹 누르는 단단한 귀두의 존재감에, 카밀라가 침을 꼴깍 삼켰다.
“기대돼?”
렉스의 말에 그녀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기대돼.”
그가 나직이 속삭였다.
“넌 이 맛을 알기까지 겨우 두 주 걸렸지.”
야살스럽게 웃으며 그가 카밀라의 얼굴을 한 손으로 꾹 눌러 쥐었다.
“이게 끝이 아닌 건, 너도 알고 나도 알지. 그렇지 않아?”
좁은 구멍을 벌리고 서서히 밀려 들어오던 그렉의 페니스가 어느 순간 퍽, 하고 박혀 들었다. 렉스의 손안에 쥐어진 카밀라의 얼굴이 고통과 쾌감에 일그러졌다. 그녀의 뒷구멍이 채워지며 생긴 압박감에 렉스 역시 기분 좋은 한숨을 흘렸다.
“더 기분 좋은 게 잔뜩 남아 있어. 사랑스러운 카밀라.”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며 그는 느긋이 여인의 속살을 음미했다.
자지러지는 교성과 야릇한 냄새가 넓고 화려한 방 안을 음란하게 채웠다. 뜨겁게 달아오른 방안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텅 빈 복도는 그저 고요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