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철민이 너는 요즘 부쩍 내 말을 안 믿고 박신혜에게 너무 빠져 있는 것 같아! 내일 우리 집에 올 소연이는 마음씨가 너무 고와서 그런 여린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여러 가지 힘든 일을 너무나 많이 당할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번 기회에 아주 내 제자로 만들어서 엄청난 신력을 가지도록 할 생각이다”
“아니? 천수보살님은 아직 우리 집에 오지도 않은 여자를 어떻게 이름까지 다 알고 있습니까?”
철민이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천수보살님을 향해서 너무나 궁금하여 물었다.
“그러니까 천수보살이지!”
천수보살은 뭐 그런 것을 가지고 놀라나? 하는 눈으로 철민이를 보면서 말했다. 하긴 천수보살님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일쯤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저번에 박신혜가 천수보살에게 자기 쪽의 사람을 보내어 심어놓겠다고 하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런 박신혜의 속셈을 거울처럼 내다보고 재빨리 대처를 하는 천수보살님은 정말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철민이는 들었다.
다음날
정말로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늘씬한 처녀가 천수보살을 찾아서 왔다.
“천수보살님을 찾아서 왔습니다. 만나게 해 주세요”
안내를 하고 있는 혜영이 엄마를 보고 처녀는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을 먼저 알려 주셔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 천궁신녀님께서 손님들을 만나고 계시기 때문에 천수보살님을 만나시려면 미리 예약을 하신 손님이 아니시면 오늘 만나 뵙기가 어려워요”
“그럼 소연이가 왔다고 전해주세요 아마 그러면 저를 만나주실 거예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혜영이 엄마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나와서 처녀에게 말했다.
“우리 천수보살님이 안으로 들어오시랍니다.”
혜영이 엄마의 말에 처녀는 쓰고 있던 검은 선글라스를 벗어 머리위에 올리고는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소연이 너 잘 왔다. 어서 이리 와서 앉아 보거라!”
“네”
천수보살의 말에 처녀는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사뿐하게 앉았다.
“소연이 너는 박신혜와 어떤 사이냐?”
“네, 박신혜 언니하고는 같은 학교 선 후배 사이 입니다.”
“그랬구나! 그런데 그런 사실을 왜 숨기지 않니?”
“제가 감히 어떻게 천수보살님을 속일 수가 있겠어요?”
“그래, 박신혜가 뭐라고 하면서 너를 이리로 보내더냐?”
“여기에 가면 정말 세상의 모든 사물을 거울처럼 보는 천수보살님이 계시는데 앞으로 일어날 저의 사주팔자를 한번 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어쩌나? 너의 사주팔자를 보니 너는 나의 수제자로 이미 정해져 있는데 그래 내 제자가 될 수 있겠느냐?”
“저는 본래 사주팔자 같은 것은 잘 믿지를 않습니다. 선배 언니가 한번 가서 천수보살님을 만나보고 오라는 부탁을 받고 온 것 뿐 입니다.”
“그래? 그럼 나를 만났으니 이제 볼 일이 끝난 것 같구나! 밖에 혜영이 엄마 있느냐?”
“네”
천수보살의 부름에 밖에 있던 혜영이 엄마가 대답을 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철민이는 어디 있느냐?”
“네, 어제 밤에 주차장에 세워 둔 승용차 바퀴를 어떤 놈들이 몰래 빼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회사에 출근도 못하고 지금 동네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관하고 사건 처리를 위해 서로 의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니? 자가용 타이어 바퀴를 밤에 몰래 빼어갔다고 파출소 순경을 부르고 야단이냐? 오직 먹고 살기가 힘들었으면 여기 봉천동 까지 올라와서 승용차 바퀴를 빼어갔겠냐? 그냥 타이어 대리점에 전화를 해서 새것으로 갈아 끼우면 되는데 너무 경솔한 것 같구나!”
“아닙니다. 보살님! 우리 사장님 승용차 바퀴는 외제차 타이어 바퀴라 값이 엄청나게 비싸답니다. 그래서 도둑놈들이 그것을 알고는 밤에 몰래 와서 빼어갔는데 도둑놈을 꼭 잡아야지요”
“응? 혜영이 엄마는 이제 아주 우리 철민이의 열렬한 보호자가 되었네! 그래 그건 그렇고 여기 소연이가 마침 자가용을 타고 왔으니 함께 회사로 가라고 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천수보살님!”
혜영이 엄마가 천수보살의 명을 받들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철민이가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천수보살을 향해 예를 갖추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를 찾으셨습니까?”
“그래 내가 너를 불렀다. 어제 밤에 도둑놈들이 네 승용차 타이어 바퀴를 모두를 빼어갔다고?”
“네, 그렇습니다. 아주 전문적인 절도범들인 것 같습니다. 차는 경보장치가 있으니 감히 건드리지를 못하고 아주 절묘한 방법으로 승용차 바퀴만 빼어갔습니다.”
“뭐 그 정도야 그냥 좀 봐 주면 안 되겠니? 그래 마침 여기 소연이가 왔으니 소연이의 차를 타고 회사에 가 보거라! 그리고 박신혜에게 보낸 선물은 잘 받았으니 고맙다고 전해라!”
“네? 어떤 선물인데요? 보살님!”
“아 그건 철민이 네가 알 것은 없고”
“네, 알겠습니다.”
천수보살의 말에 철민이는 방안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처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처녀와 함께 나란히 걸어서 천수보살의 집 앞에 세워 둔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처녀가 조심스럽게 차의 시동을 걸고는 차를 운전하여 큰 도로가로 나왔다. 머리에 올려 두었던 검은색 선글라스를 다시 내려서 쓰고 처녀는 아무 말이 없이 철민이의 회사를 향해 달렸다. 차가 회사에 도착을 하자 철민이와 처녀는 또다시 나란히 걸어서 회사의 본관 건물에 있는 사장실로 들어갔다.
“응 소연이 어서 들어와!”
사장실 책상 앞에 앉아서 서류를 보고 있던 박신혜가 둘이서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반기며 말했다.
처녀는 박신혜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사장실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더니 곧바로 보고를 하듯이 말했다.
“신혜 언니가 너무 신경을 예민하게 쓴 것 아니 예요? 제가 만나보니 그저 그런 무당여자이던데”
“엥? 소연이 너? 너는 얼굴만 예쁘지 역시 머리는 별로 안 좋은 것 같네”
“언니는 참? 언니도 잘 알면서 그래요 학교는 언니가 나온 서울대를 저도 나왔는데”
“물론 소연이 네가 공부는 뛰어나게 잘 했다는 것은 이 언니가 인정을 하는데 세상의 인간관계는 앞으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우리 선배 김태희를 봐라 얼마나 연예계 쪽에서 크게 성공을 했냐?”
“그야 뭐 그 언니가 본래 그런 쪽에 끼가 있은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인데요”
“어찌 되었던 이제 소연이 너는 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줄 까요? 언니!”
“너는 앞으로 당분간 우리 회사에 나와서 나를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게요”
박신혜와 소연이의 대화는 이것으로 끝이 나고 다음번의 상대는 철민이에게로 옮겨갔다.
“철민씨는 왜 어제 출근을 안했어요? 오늘도 이렇게 늦게 나오고”
“그것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니?”
이건 뭐 완전히 아래 위가 뒤바뀐 채로 박신혜가 철민이를 자기 수하에 있는 것으로 정해놓고 말을 하는 태도다.
세상에 회사 사장이 자기 아래 전무에게 어제 출근을 하지 못한 일과 오늘 아침 일직이 출근을 하지 못한 이유를 낱낱이 다 보고하는 회사는 아마 이 곳 뿐 일 것이다.
“어제는 천수보살님의 명령으로 산 기도를 갔었습니다.”
“네? 산 기도라니? 무슨 기도를?”
“그냥 마음도 좀 그렇고 해서 천마산에 올라갔다가 왔습니다.”
차마 동네 아줌마와 천마산 동굴 속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를 못하고 그냥 마음이 그래서 산에 다녀왔다는 뜻으로 이야기를 했다.
“하긴 철민씨가 가끔 산에 올라가는 것은 몸에도 아마 좋을 거예요”
박신혜는 산 기도에 대하여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그저 철민이가 산에 등산을 갔다가 온 줄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참 천수보살님께서 신혜씨가 보낸 선물은 잘 받았다고 하던데 어떤 선물을 보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나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아 그래요 하아 천하에 천수보살님도 꼼짝도 못하고 그냥 넘어 가시네요”
“그게 무슨 뜻인지?”
“사장님은 모르셔도 되어요.”
박신혜는 무엇이 좋은지 자기 혼자서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녁때가 되어서 막 회사에서 퇴근을 하려는데 천수보살님에게서 급하게 전화가 걸려서 왔다.
“철민이 너 오는 길에 오늘 우리 집에 온 그 처녀를 꼭 데리고 오너라!”
“아 네”
천수보살의 연락을 받은 철민이는 함께 있는 박신혜를 보고 말했다.
“지금 천수보살님께서 저기 소연씨를 꼭 저를 보고 데려오라고 하시는데 어쩔 까요?”
“어쩌기는 요 그대로 하셔야지요! 소연이 너 우리 사장님 따라서 함께 가 봐! 천수보살님께서 너를 찾으신단다.”
“왜요? 꼭 가야 돼요?”
박신혜의 말에 소연이는 별로 내키지를 않는 다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냥 가 봐라! 천수보살님께서 아마 너에게 무척이나 마음이 있는 가, 보네 가거든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해!”
“그럼 언니 말대로 가 볼 게요”
박신혜의 말에 소연이는 더 이상 싫다는 내색도 없이 철민이를 따라서 가겠다고 나섰다.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갈게요”
소연이는 애리한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그녀에게 철민이는 오늘 아침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다.
‘아 정말 너무나 예쁜 이 아가씨와 사귈 수만 있다면 너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철민이의 마음속에 깊이 잠재되어 있었다.
소연이와 함께 차를 같이 타고 가면서 왜 그런지 모르게 순수한 그녀의 매력에 철민이는 강하게 빨려서 들고 있었다.
천수보살님의 집에 도착을 하여 둘이서 집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것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던 혜영이 엄마가 철민이에게 물건을 싼 보자기를 내밀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천수보살님께서 나오실 거예요”
“해가 지고 어두운 이 밤에 어디로 가신다고 하던가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천수보살님이 나오시면 철민씨에게 아마 말씀을 하실 거예요”
철민이의 물음에 혜영이 엄마는 자기도 잘 모른다는 뜻으로 대답했다.
“그래 모두 다 왔구나! 그럼 우리 함께 가자”
천수보살님은 철민이와 소연이를 보더니 그대로 함께 가자며 밖으로 나선다. 철민이와 소연이는 이런 천수보살님의 행동에 영문도 모른 채 따라서 나섰다.
“소연아! 어서 차 시동을 걸어라!”
천수보살님의 말에 소연이는 마치 자석에 끌린 것처럼 자기 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더니 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의 뒷좌석 문을 조심스럽게 철민이가 열어서 주자 천수보살님은 말없이 올라탔다. 그녀의 손에는 예쁜 여자의 새 옷이 한 벌 들려져 있었다.
“어디로 가면 되요?”
운전대를 잡은 소연이가 천수보살에게 물었다.
“북한강 상류 쪽으로 올라갈 테니 강원도 화천으로 가자”
“네? 그렇게 먼 곳으로 가요?”
천수보살의 말에 소연이는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무얼 그리 놀래기는? 두 세 시간만 가면 되니 가다가 피곤하면 철민이 네가 운전을 하면 되고”
천수보살은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어두운 밤길을 열심히 달려서 한 밤중에 강원도 화천의 북한강 상류지에 도착을 했다. 그곳 지리를 천수보살님께서 환하게 잘 알고 계시는 터라 찾아가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소연이가 차를 강원도 화천 북한강 상류지 냇가에 세우자 천수보살은 철민이와 소연이에게 물속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며 자기가 먼저 냇가로 내려가 스타킹과 신발을 모두 벗어서 자갈밭에 두고는 냇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연이도 따라서 스타킹과 신발을 벗어 냇가의 자갈밭에 조심스럽게 놓아두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천수보살님과 소연이는 치마를 입었으니 스타킹과 신발만 벗으면 되지만 철민이는 양복을 입은 채로 따라와 왔기에 양복과 구두를 모두 벗고 아예 팬티 바람으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밤이기에 서로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다가 보니 그냥 모른 채 하며 그녀들의 뒤를 따라갔다.
흘러가는 냇물을 거슬러 올라가던 천수보살님이 갑자기 철민이가 들고 온 보자기 속에서 꺼낸 이상하게 생긴 큰 도장을 소연이에게 주면서 말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어떤 처녀가 옷을 모두 활딱 벗고서 물장난을 치고 있을 것이니 소연이 너는 그 처녀의 엉덩이에 이 도장을 꽉 찍어야 한다.”
“네엣? 저는 그런 무서운 일은 도저히 못해요?”
천수보살님의 말에 소연이는 펄쩍 뛰면서 거부를 했다.
“소연이 너 그리 약한 마음을 가지고는 제 대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평생 동안 집안에 갇혀서 살아야 한다. 언제고 밖으로 나오는 날이면 너는 제 명대로 살지를 못하고 죽을 팔자다 그러니 지금 내가 너를 살리려고 하는 것이니 죽기가 싫으면 마음을 크게 먹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네 옆에 철민이와 내가 너를 꼭 지키고 있으니 아무 염려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
천수보살의 말에 소연이는 그래도 죽기는 싫은지 마지못해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도장을 받았다.
“소연이 너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아름답다니? 하고 네 예쁜 모습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데 그 예쁜 청춘을 한 순간에 죽게 만들면 너는 정말 얼마나 억울하겠니? 그러니 절대로 정신을 잃지 말고 발가벗고 물장난을 치고 있는 처녀 엉덩이에 네 손에 든 그 도장을 찍기만 하면 된다.”
천수보살의 말을 들은 소연이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억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말을 주고받고 하면서 한참을 냇물을 따라서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깜깜한 어둠 속에서 철벅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서 왔다.
그 순간
철민이는 갑자기 머리끝이 크게 일어서면서 두 다리가 후들거리며 겁이 무지하게 났다. 남자인 자기도 그런데 하물며 여자인 소연이는 얼마나 두렵고 겁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죽이며 냇물 속으로 걸어서 올라가니 물이 무릎 아래에 차며 무척이나 따뜻하다는 느낌이 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숨을 죽이며 가까이 가니 깜깜한 어둠속에서 물장구치는 소리만 난다.
아무리 깜깜한 밤이라고 해도 바로 코앞에 있는 물체가 안보일리가 없다.
처음에는 희부옇게 보이다가 이내 마치 으스름 달빛에 보이는 것처럼 환하게 그 모습이 보이는데 틀림이 없는 처녀의 뒷모습이다.
긴 머리를 풀고 물속을 들여다보고 마치 물고기라도 잡으려는 듯이 물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놓았다며 물장난을 치고 있다. 그러다가 물속으로 무엇을 발견하고 쳐다보며 처녀가 엉덩이를 높이 쳐드는데 정말로 탐스런 처녀의 엉덩이가 꿈속에서 보는 것처럼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보였다.
철민이는 자기도 모르게 그 처녀의 엉덩이에 빨려서 들어가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갑자기 “아 흑흑흑” 하는 처녀의 슬픈 비명소리가 한 밤중 적막을 깨뜨렸다.
철민이가 너무나 놀라 어쩔 줄을 모르며 당황하고 있는데 천수보살의 안도감이 넘치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소연이 네가 드디어 해냈구나!”
“천수보살님이 시키시는 대로 처녀의 엉덩이에 제가 도장을 콱 찍었어요!”
철민이는 조금 전에 본 소연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변해버린 그녀를 보고는 너무나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 다 되었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네”
천수보살의 말에 소연이는 너무도 담대하게 그녀의 말을 따라서 지금까지 거슬러 올라왔던 냇가를 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철민이가 물속에서 겨우 일어나 그녀들의 뒤를 따라 내려가는데 바로 자기 뒤에서 물소리가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뜻밖에도 옷을 모두 홀딱 벗고 물장난을 치고 있던 그 처녀가 철민이의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9부
조금 전에 소연이의 확 변한 그 모습에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물속에 주저앉아버린 철민이는 온통 팬티가 물걸레가 되어 있는 판에 또다시 자기 등 뒤에서 옷을 홀딱 벗고 따라오고 있는 처녀를 본 순간 너무나 놀라 천수보살님을 불렀다.
“천수보살님!”
“갑자기 왜 그래?”
급하게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잠시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선 천수보살님이 철민이를 향해 물었다.
“바로 내 뒤에서”
철민이는 그저 위아래 이가 탁탁 부딪히며 더 이상 다음 말이 입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뒤에서 그래 어쨌다는 말이야?”
천수보살은 갑자기 철민이가 어둠속에서 덜덜 떨며 말을 하는 그 이유를 몰라 되물었다.
“갑자기 철민씨가 왜 그런데요 보살님!”
소연이도 철민이의 이런 행동에 걸음을 멈추고 천수보살을 향해 물었다.
“글쎄 요즘 우리 철민이가 영 많이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네!”
천수보살은 좀처럼 말을 못하는 철민이를 어둠속에서 잠시 지켜보고 서 있다가 이내 말을 못하자 그냥 발걸음을 옮기려고 한다.
“보살님! 잠깐만!”
겨우 온 힘을 다해 천수보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제 뒤에 누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응? 누가 따라 와?”
“네, 바로 그 여자가?”
그때서야 지금의 상황을 알아차린 천수보살님이 대수롭잖게 뭐 그런 것을 가지고 이런 한 밤중에 야단 호들갑을 떠느냐는 듯이 말했다.
“철민이 너 정말 해병대 갔다 온 것 맞니? 아무래도 오늘 밤 하는 행동을 보니 영 안 믿어진다. 철민이 네 뒤에 따라오는 저 애는 이제 우리 식구야! 앞으로 우리 집에서 영원히 함께 살 거라고! 괜히 호들갑을 떨지 말고 그냥 조용히 함께 가자”
“네엣? 저 옷을 홀딱 벗고 내 뒤를 따라 오는 저 처녀가 이제 우리 집에서 함께 산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그러니 괜히 엉뚱한 생각 하지를 말고 빨리 가자!”
천수보살은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그렇게 하느냐는 듯이 말했다.
“철민씨! 너무 무서워 말아요!”
소연이도 모든 상황을 다 알고 나서 철민이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이런 소동이 한바탕 있고 나서 차를 세워두었던 곳 까지 왔다. 냇가의 자갈밭에 벗어 두었던 스타킹과 신발을 신은 천수보살님과 소연이는 차의 앞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뒤 늦게 철민이는 물에 흠뻑 젖은 팬티와 속옷을 벗어서 냇가에 버리고 양복바지와 와이셔츠만을 급하게 입은 채 양말과 구두를 찾아서 신고는 차의 뒷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어느새 올라탔는지 철민이 옆에 옷을 활딱 벗은 그 처녀가 함께 타고 있었다.
“차에도 같이 탔어요!”
철민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하는 말에 천수보살은 모든 상황을 다 알고는 이렇게 말했다.
“철민이 너 옆에 보면 내가 가지고 온 새 옷이 있을 거야 그 옷을 그 애 에게 주도록 해라!”
철민이는 반 쯤 혼이 나간 상태가 되어서 천수보살님이 시키시는 대로 자기 옆에 있는 새 옷을 집어서 건네주자 발가벗은 처녀는 조심스럽게 옷을 입었다.
“가다가 휴게소가 나오거든 철민이 네가 운전을 하도록 해라! 그리고 해가 뜨기 전에 우리 집에 도착을 해야 한다”
천수보살은 철민이를 보고 운전을 하라며 해가 뜨기 전에 빨리 집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참을 달려가니 휴게소가 나타났다. 그러나 휴게소에서 쉬지를 못하고 곧바로 소연이와 자리를 바꾸어 운전을 하게 된 철민이는 이제야 자유로운 몸이 된 것 같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운전을 했다. 운전을 하면서 차안에 있는 실내 백미러로 뒤를 살펴보니 이상하게 소연이만 보이고 자기 옆에 새 옷을 입고 같이 앉아 있었던 처녀는 보이지를 않았다.
“철민아! 운전이나 신경을 써서 잘 해라! 왜 뒤는 돌아보고 그래?”
자기 옆에 앉아 있는 천수보살님이 철민이의 이런 행동을 환하게 다 내다보고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오늘 밤에 좀 이상합니다. 이런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천수보살에게 마치 어린양을 부리듯이 철민이는 말을 하며 힘차게 차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가 천수보살님의 집에 도착을 했을 때 새벽 4시가 되어있었다. 철민이가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니 뒤따라서 천수보살님과 소연이 그리고 북한강 상류지에서 만난 처녀가 차에서 내렸다. 이제는 옷을 단정히 입고서 소연이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혜영이 엄마와 천궁신녀가 대문을 열어서 주었다.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천수보살은 혜영이 엄마를 보고 말했다.
“혜영이 엄마는 내가 시키는 대로 우리 소연이 방을 잘 치워 놓았겠지”
“네 이불이며 잠옷 까지 두 사람이 거처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 두었습니다. 창문에도 두꺼운 커튼으로 달아서 외부에 절대 노출이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천수보살의 말에 혜영이 엄마가 준비가 다 되었다는 말을 했다.
“소연이는 혜진이와 함께 방으로 가서 쉬도록 해”
“네, 천수보살님도 잘 주무세요!”
천수보살의 말에 소연이는 같이 온 처녀와 함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철민이는 완전하게 확 바뀌어버린 소연이의 행동에 너무도 놀라며 가만히 서 있는데 천수보살님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이제 모든 일이 잘 되었으니 철민이 너도 네 방으로 가서 푹 잠을 자도록 해라! 그리고 혜영이 엄마도 집안에 불을 모두 끄고 들어가 자도록 하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혜영이 엄마가 마루로 나가 집안에 환하게 켜져 있던 전기 불을 모두 끄고 자기의 방으로 들어갔다. 동네 아줌마가 천마산에서 산 기도를 해서 무당여자가 되어 이곳에서 함께 살게 되자 천수보살은 그동안 철민이와 함께 잠을 자다가 무녀가 된 천궁신녀와 늘 함께 잠을 잤다. 동네 아줌마는 그 동안 과부로 지내며 혼자서 살다가 무녀가 되자 아예 이집에서 한 식구가 되어 함께 살게 되었다. 철민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혜영이가 그때 까지 잠을 안자고 기다리고 있다가 반기며 말했다.
“아저씨! 어디 갔다 와요?”
“응 좀 멀리 갔다 왔어”
“아저씨 피곤하겠어요.”
“그래 좀 피곤하네. 그런데 혜영이 너는 아직까지 잠을 안자고 있음 어떻게 해? 오늘 학교에 가야 하는데”
“오늘은 학교 안가는 날인 데요”
“아 참 그렇지 오늘이 일요 일 이구나”
혜영이가 갑자기 얼마나 키가 컸는지 철민이의 가슴까지 온다.
방으로 들어 온 철민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벌써 시계가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정부 아줌마가 출근을 하여 혜영이 엄마와 함께 점심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혜영이는 늦게 잠자리에 들더니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었다. 소연이와 천수보살님도 이때서야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찾아 온 손님들을 만나고 있는 사람은 천궁신녀였다.
점심을 함께 먹는 자리에서 철민이가 살펴보니 북한강 상류지에서 데려 온 처녀는 보이지를 않았다.
“혜진이는 낮에는 나오지를 않으니까 신경을 안 써도 된다.”
천수보살님이 철민이의 이런 태도를 환하게 내다보며 말했다.
소연이는 이제 완전하게 새로운 여자로 거듭났다. 처음 볼 때와는 정반대로 그녀의 눈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들여다보는 맑고 청초함을 가졌고 그녀의 음성은 감히 사람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권위와 위험이 있었다. 천수보살은 미리 준비한 아름다운 옷을 소연이에게 입히고 나비선녀라는 신명을 주었다.
이제 철민이는 천수보살 천궁신녀에 나비선녀가 된 소연이와 함께 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밤만 되면 북한강 상류지에서 데려 온 혜진이라는 처녀가 온 집안을 휩쓸고 다녔다. 초등학교 6학년인 혜영이는 이런 혜진이를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를 않았다.
“아저씨! 나 저 언니 만나면 왜 그런지 찬바람이 ‘휙’ 하고 내 얼굴을 스친다니까?”
그러면 철민이는 혜영이를 꼭 껴안으며 이렇게 말을 하고는 했다.
“저 언니는 착한 언니야! 그러니 절대로 혜영이 너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아!”
하루는 소연이 부모님들이 자기의 딸이 갑자기 며칠 째 집으로 안 들어오자 박신혜에게 물어서 이곳으로 찾아왔다. 이제는 아주 신령한 처녀무당이 된 자기의 딸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는지 멍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소연이의 너무나 권위가 있고 신령한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확 놓이는지 안심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천수보살의 집 앞에는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남자 주차 관리원도 4명이나 두었다. 늘 혼자서 음식 준비를 하는 가정부 아줌마도 혼자서는 감당을 못하자 가정부 2명을 더 고용을 하고 안내를 하는 아가씨를 별도로 3명을 뽑아서 채용을 했다.
그 동안 천수보살의 집 뒤에 있는 다른 사람 소유의 집을 100채나 매입하여 헐고는 새로운 한옥으로 짓고 있던 건물이 완공이 되자 그리로 처소를 옮기고 지금까지 수리를 하여 살고 있던 한옥 집은 철거를 해 버렸다. 넒은 마당이 생기고 500년이 넘은 향나무 밑에는 아름다운 분수를 만들어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500원 짜리 100원짜리 동전을 던져 넣는 명소를 만들었다.
새롭게 건축된 한옥 기와집은 그 크기도 궁전같이 크고 넓어서 방마다 완전히 호텔 같은 느낌이 났다. 이제는 이곳을 찾아오는 엄청난 손님들이 세 사람의 신령한 도사에게 사주팔자 관상을 보게 되었다. 제1실은 천수보살이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이고 제2실은 나비선녀가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이고 제3실은 천궁신녀가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 이였다.
먼 곳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서 조립식으로 만들어 놓았던 여관건물도 헐어버리고 그곳을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주차장 위에 쪽에 30채나 되는 집을 모두 사서 헐어버리고 넓게 터를 닦은 다음 크게 짓고 있던 7층짜리 여관 건물이 완공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서울시에서 아래쪽 큰 길에서 천수보살의 집 앞으로 지나가는 왕복 4차선 봉천동 산복도로를 새로 만들어 시내버스가 지나다니게 되었다. 주변의 땅값이 오르고 천수보살님은 졸지에 엄청난 재벌가로 변신했다.
혜영이 엄마는 이제 새로 건축한 천수장 여관 주인이 되고 처음 가정부로 들어와 천수보살님의 집에서 많은 수고를 하던 미영이 엄마도 이제는 관리장이 되어 새로 들어 온 가정부들을 데리고 일을 하게 되었다.
오랜 만에 회사에 출근을 하자 박신혜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즘 천수보살님이 완전히 재벌가로 변신을 했다는데 철민씨는 이제 만사형통 하시겠어요”
“천수보살님이야 엄청난 재벌가로 변모하셨지만 저는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그 동안 정말 남이 알지 못하는 온갖 일을 다 겪었습니다.”
박신혜의 말에 철민이는 그 동안 자기의 욕망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거의 일 년 가까이 금욕적인 생활을 해 온 자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 하듯이 말했다. 사실 자기 주변에 여자들은 너무나 많이 있는데 제대로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혼자서 독수공방으로 지내왔다.
“혹시 철민씨는 혜진이라는 처녀와 잠자리를 같이 해 보셨어요?”
“네엣? 그 처녀 귀신 말입니까?”
박신혜의 갑작스런 물음에 철민이는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왜? 깜짝 놀라세요? 처녀 귀신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좋을까요?”
박신혜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철민이를 보면서 말했다.
“처녀 귀신하고 한집에서 같이 살기는 합니다마는 그 혜진이라는 처녀 귀신은 항상 소연씨하고 같이 자고 합니다. 절대로 다른 사람하고는 접촉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주인이 되는 소연씨의 말만 듣습니다.”
“그럼 천수보살님의 말씀도 듣지를 않고 오직 우리 소연이의 말만 듣는다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녀의 주인이 소연씨 이니까요”
박신혜의 말에 철민이는 사실대로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말했다.
회사에서 퇴근을 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날은 정말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술을 한잔 하면 좋은데 지금 함께 술을 마셔 줄 사람이 없다
‘집에 가봐야 그림에 떡 같은 여자들만 있고 에라 모르겠다! 그 동안 찾아뵙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가자!’
철민이는 이런 생각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봉천동 산꼭대기를 향해 조심스럽게 차를 운전하여 올라갔다.
거의 다 올라갔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길가의 옷 수선 집에서 한 여자가 문을 열고 급하게 골목길을 나오다가 철민이의 승용차와 가볍게 부딪쳤다.
비가 내리는 길에 우산을 쓰고 급하게 나오다가 차에 부딪친 것이다. 워낙 좋은 ABS 브레이크가 장착 된 비싼 외제차인지라 그냥 가볍게 살짝 부딪쳤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이런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나도 아예 길바닥에 드러눕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차 앞에 일부러 드러누워서 아예 일어날 기색이 전혀 없다. 철민이는 얼른 차의 헤드라이트와 시동을 끄고 여자의 태도에 화가 나서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내리며 말했다.
“아줌마! 이제 그만 일어나 봐요! 그냥 가볍게 스친 것 뿐 인데”
그러나 여자는 아예 작정을 했는지 우산을 뒤집어쓰고는 아무런 말이 없다.
“정말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아줌마!”
철민이가 우산을 쓰고 드러누워 있는 여자에게 큰 소리로 말을 하는데도 여자는 아예 눈을 감고 골목길에 자빠져 있었다.
“아줌마! 우리 이러지 말고 깨끗하게 합의 봅시다! 얼마면 돼요?”
철민이가 화를 내면서 말했다.
그때서야 골목길에 자빠져 있던 여자는 눈을 뜨며 우산을 쓴 채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일부러 허리를 만지며 무척이나 아픈 척을 한다.
“아줌마! 그냥 10만원 줄 테니 조용히 가 줄래요?”
“응? 아니? 이 사람이? 누가 그 까짓 돈 받으려고 이러는 줄 알아요? 당장에 지금 병원에 가서 입원을 좀 해야 하겠어요. 갑자기 온 만신이 다 아프네!”
“그것 참! 이 여자가 완전히 뜯어먹으려고 작정을 하고 있네!”
“뭐? 뜯어 먹어? 아니 이 자식이 완전히 나를 그런 여자로 아나?”
“뭐? 이 자식이? 아니 이 아줌마가 이 동네에 오늘 처음 이사를 왔나 보지? 나를 모르고 이런 지랄이야!”
“뭐? 이 동네에 오늘 처음 이사를 와? 야 이 자식아! 내가 이 동네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데 그래? 보아하니 부모 잘 만나서 좋은 외제차 타고 다니는 것 같은데 무슨 네가 이 동네에 살아? 이 동네에 정말 산다면 이름을 어서 대 봐! 괜히 이 동네에 산다고 하면 그냥 슬쩍 넘어갈 줄 알고 그러는 모양인데 그런 얇은 수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
“아 그러십니까? 그럼 아줌마가 이 동네에 오래 사셨다면 내 이름을 충분히 알겠네! 내가 바로 김철민이인데 김철민!”
그러자 그 여자는 그만 그 자리에 선 채 잠시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우두커니 서 있다가 이제야 정신이 드는 듯이 목소리를 바꾸며 말했다.
“김철민이라면 지금 대진건설 사장님이 된 바로 위에 사는 김석호 어르신 손자분이세요?”
“네 그런데 그러면 아줌마는 누구세요?”
“나? 철민이 너도 잘 아는 저 아래 가게 집 주인여자지 뭐”
“그래요? 비오는 골목길에 우산을 계속 쓰고 있어서 미쳐 아줌마를 알아보지를 못하고 죄송합니다.”
“아니야! 내가 철민이 너를 쉽게 알아보지를 못하고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성 같았지만 설마 철민이 너 인줄은 모르고 그랬구나! 나는 비싼 외제차만 보고서는”
“그래 혹시 다친 데는 없으세요?”
“다치기는 뭘? 괜찮아! 철민아! 우리 여기서 이러고 서 있을 것이 아니라 어디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도 좀 하고 그럴래?”
“가게는 어쩌고요? 안 가도 돼요?”
“지금 우리 남편이 가게를 보고 있으니까 시간이 있지 뭐 철민이 네가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 아줌마가 그러시면 제 차에 타세요! 차에 부딪쳤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래 이것도 우리의 인연인데 어디 분위기 좋은데 가서 술이나 한 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