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참 신음을 흘리며 고조되고 있는데, 그의 자지가 빠져나가니 너무 허무합니다. 갑자기 왜 뺀 걸까? 또 뭔가 짖굳은 짓을 하려고... 제가 돌아보며 ‘왜?’ 하는 표정을 짓자, 씨익 웃으며 ‘가만히 있어!’ 합니다. 뭘까? 어서 빨리 자지를 넣어주길 바라며, 저는 다시 작업대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작업대의 페인트가 벗겨진 걸 보니, 여름 방학 때 다시 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저를 굳이 작업대에 올려 놓는 것은 미술 교사인 저를 부끄럽게 하려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그게 싫지 않습니다. 너무 딱딱해 무릎과 팔꿈치가 아픈 것만 빼고는...
그의 손가락이 보지와 항문 사이를 연신 왔다 갔다 합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 그런데 조금 있으니 항문을 뭔가 눌러 댑니다. 그의 두 손은 모두 제 엉덩이를 쥐고 있으니 손은 아닌 것입니다. 설마....! 제가 눈치챘다는 걸 그도 알았나 봅니다. ‘아 싫어..! 안돼!’ 하고 얘기하지만,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습니다. 도망가야 하는데 그가 눌러대는 제 엉덩이가 접힌 무릎을 압박하고 있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맙소사. 정말 그는 삽입을 하려는 듯 더 강한 힘으로 항문을 짓눌러 옵니다.
"찢어질거야! 하지마! 제발..."
하지만 이미 항문이 조금 벌어져 버렸습니다. 숨이 막혀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식은땀이 납니다. 대변 본 게 언제였더라? 아~~ 맙소사.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아프고 부담스럽습니다. 마치 큰 걸 보다 걸린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것 말고는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가 ‘힘 빼!’ 하고 충고를 해 줍니다만, 그게 어디 제 마음대로 되는 것입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벌어지기만 하던 항문이 다시 조금 좁혀지더니 통증은 줄어듭니다. 근데 정말 대변 줄기를 달고 있는 듯 불쾌합니다. 어째서 이런 잔인한 짓을 하는 건지... 그는 제 모든 구멍을 지배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제가 쉴 수 있도록 잠시 행동을 멈추고 배려해 주는 건 참 고맙습니다. 숨을 돌리고 조금 후에 있을 그의 본격적인 공격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 날 이후
독자들은 그 날 제가 사본을 돌려 받았으면, 끝낼 일이지 왜 아직도 그에게 시달리느냐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에게 부끄러운 요구를 한 셈이 되어 버렸고, 그건 그림 사본보다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저 자신에게도 생겼습니다.
신랑은 아마도 제 변화를 눈치 챘겠지만 그 이유가 뭔지는 잘 몰랐을 것입니다. 지금도 아마 그 당시 제가 월경 전이었거나, 밖에서 무슨 야한 영화를 보고 와서 잠시 이상해졌던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토요일 밤이라 그 다음날 쉰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들떠 있기도 했지만, 낮에 있었던 혼동의 여운에서 아직 덜 깨어 있던 저는 평소의 소극적이었던 잠자리와는 달리 신랑의 몸통 위로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신랑은 놀라면서도 제가 어찌하는지 보려는 듯 내버려 두었고, 모처럼 자지를 손으로 훑어줄 때에도 평소보다 더 단단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크기는 무석의 것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았습니다. 제 풀에 흥분한 저는 그의 허리에 올라타고 자지를 세운 다음 삽입을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한 사람이 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지는 못하는 법이었습니다. 그가 호응을 해줘야 저도 용기를 얻어 마음껏 허리를 비틀텐데... 시큰둥한 그 위에서 창녀처럼 몸을 비틀 수가 없었고, 그저 엉덩방아를 몇 번 찧었는데 그는 그게 짜증이 났는지 아니면 무거웠는지, 저를 돌려 눕혀놓곤 예전에 하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신랑의 반응에 실망하면서도, 겉으로는 좋은 척을 해야 했습니다. 그의 짧은 허리 움직임에 어떻게든 쾌감을 느끼려 힘까지 주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되지 않았습니다. 왜 낮엔 그런 수모 속에서도, 원치 않은 내게 엄습했던 절정이, 이렇게 안정적이고 좋아하는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단지 자지의 크기 차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제 머리 속에 그 말이 떠올랐는지 모르지만, 불현듯 생각난 대사 한마디 때문에 그 때부터 저는 진짜로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랑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까지 쳐 올려 가면서... 그리고 신랑과 잠자리를 한 이래, 처음으로 그가 사정할 때 저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 제 머리 속에 맴돌던 대사는 ‘선생님 점막에 깊숙이 넣고 싶어. 제 굵은 기둥을..’ 이었습니다. 그 말은 마치 제겐 최면을 거는 암시와 같았습니다.
======================지금
처음 삽입당할 때보단 고통이 이제 좀 줄어들었습니다. 무석도 제가 항문 경험이 처음이라는 걸 알아서인지, 욕심을 내지 않고 조금씩만 마찰되게 해 줍니다. 제가 무석에게 빠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그의 섬세함입니다. 무석은 때로는 강하게 저를 압박하고, 저를 모욕하지만, 어쩔 땐 무척이나 세심하게 제 입장을 생각해주기 때문에 그런 그에게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제 항문이 무석에게 색다른 쾌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줄 게 없다면 그가 저를 떠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다음 번엔 미리 젤을 준비해서 그가 또 항문을 공격하려고 하면 꺼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그가 자신의 자지 길이 전체를 마음껏 왕복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근데 사실 저도 지금 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아까는 그저 아프고 불쾌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좀 설명하긴 어렵긴 하지만, 좋은 느낌입니다. 낯설긴 하지만 좀 지나면 제가 이걸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 아..아니.. 벌써부터 그렇습니다. 이런 기분 처음이네요. 어쩌면 저는 그가 해주는 모든 것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근데~~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보지보다도 더 마찰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의 불끈거리는 기둥의 볼륨감도 느껴지고... 세상에~~ 아마 가버릴 것 같습니다. 그의 귀에도 제 신음소리가 똑똑히 들릴 텐데, 나중에 또 색녀라고 놀릴 게 분명합니다. 근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가 좋으냐고 물어오는데.... 미칠 것 같다고 불필요한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무석이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를 신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저를 사랑하는 것 같지 않은데... 아무래도 좋습니다. 다만 제가 그를 사랑한다는 걸 그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그 날 이후
그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무석의 얼굴을 봤을 때야, 저는 더 큰 덫에 빠졌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약속대로 그는 소문을 내지도 않았고, 그와 나 사이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제게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가 반장이니 저랑 접촉할 기회가 많았고, 그 때마다 그는 예전의 착실하고 모범적인 학생 이 무석으로 돌아가 있었지만, 저는 예전의 침착하고 지성적인 교사 장윤정 선생님으로 돌아가 있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를 볼 때마다 그 날 오후의 일이 생각났고, 그에게 삽입을 요구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그 부끄러움은 점점 적어졌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와 얼굴을 대면한 후에는 어김없이 팬티를 갈아 입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지만 그가 제게 해준 그 행위를,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날마다 새록새록 커져만 가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결혼 후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자위를 시작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저를 상상하며 딸딸이를 치는 학생들처럼, 저도 무석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상상 속에서 저는 무석에게 음란한 여우처럼 꼬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가 다가와 제 귀에 속삭였습니다.
“선생님 점막 속에 깊숙이 넣고 싶어요. 내 굵은 기둥을.”
제 손가락으로 음핵을 문지르며, 그 말을 떠올리게 되면 어김없이 질퍽하게 보짓물을 질펀하게 쏟아내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제 팬티를 강제로 벗겨내고 제 치마를 들춘 다음, 자신의 자지를 제 점막 속에 밀어 넣을 즈음엔 저는 오르가즘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물론, ‘이러면 안돼’ 하면서 제 자신을 추스르려는 시도는 수도 없이 해봤지만, 아침 조회와 저녁 종례 때 교실에 앉아 다른 학생들 틈에서 저를 쳐다보는 무석의 눈길을 느낄 때마다 그 결심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정말 어찌할 줄 모르는 곤경에 빠져든 것입니다. 그래도 그 일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지금쯤은 그 짜릿한 기억을 추억으로 봉인해 버리고 예전의 저, 신혼의 가정주부이자, 모범적인 교사인 장윤정으로 돌아가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무석의 치밀한 계획 중의 하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정말로 별 것 아닌 일이었습니다. 무석과의 처음 그 일이 있은 지 2주 째가 되는 토요일이었습니다. 그 날은 당직이었기 때문에 집에 가지 앉고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미술실로 향했습니다. 거기에 둔 책을 몇 권 가지고 당직실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미술실의 커튼을 닫으려고 창문 쪽으로 갔을 때, 미술실이 있는 별관 옆, 얕은 등성 너머 뒤쪽 벤치에 누군가 앉아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 벤치는 미술실이 있는 별관 3층 말고는 둔덕에 가려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주말이면 거기 앉아서 진한 스킨십을 하고 있는 학내 커플을 가끔 발견하곤 했었습니다.
저는 원래 그런 데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생일때가 있어서 그 정도의 나이면 어느 정도의 애정 표현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적발해봐야 '내가 미술실에서 다 보고 있었어.'하면서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드잡이질을 하는 것 자체가 귀찮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날만은 무심결에 닫은 커튼을 다시 빼꼼이 열고 그 곳을 내려다 보아야 했습니다. 남학생이 분명히 무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마 3학년으로 제가 알고 있던 여학생 하나와 같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도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서로 밀착한 상태로... 그를 보자 저는 또다시 마음이 심란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니 심란한 정도가 아니었고, 무석이 여학생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이고, 여학생이 수줍은 듯 미소 짓는 장면을 보았을 땐 가슴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는 심정이었습니다. 혹시, 내게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 속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노여움은 무석이 그 여학생의 볼에 키스하고, 여학생이 입을 돌려 그와 입술을 맞추었을 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질투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철없는 고등학생답지 않게, 저와의 일을 단 2주만에 기억 속에 묻어버리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른 여자에게 집적거리고 있는 그의 냉정함에 화가 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저를 못 잊어 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다 해도, 최소한 제가 느끼는 것 만큼은 그 일 때문에 고통스러워 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여학생의 입술을 훔치면서, 제것보다는 훨씬 밋밋한 그녀의 가슴 부위를 손으로 더듬을 때에는 비참함과 함께, 절망감이 엄습했습니다.
그에게 나는 그저 놀이도구에 불과했던 것일까? 다행히 학교 안이고, 대낮이라 그런지 그들은 거기까지만 하고 교문을 향했습니다만, 행여라도 밤에 만나 서로를 탐할 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일직이 끝나는 시간까지 저는 서글픔과 분노 속에 빠져 있었고, 아마 눈물도 조금 흘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사로서, 그리고 가정주부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계획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제 마지막 구멍까지 정복한 그가 자신의 것을 제 몸에서 빼내니, 왠지 모를 허탈함이 몰려 옵니다. 샤워라도 하고 싶은데 미술실에는 세척시설이 없으니, 그저 수건으로 좀 닦아내는 정도 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방금 전에는 정말 굉장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제 허리 이하가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듯 했다고 할까요? 단단한 그의 기둥을 마지막에 힘주어 조이느라 그랬는지, 항문이 조금 아파옵니다. 그리고 뭔가 흘러내리는 기분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무석은 기분이 좋았는지 제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자지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부끄럽지만 성인 샵에 가서 젤을 사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갈등하고 있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무석이 제게 자신의 것을 깨끗하게 하라고 명령하지는 않는 것은 다행입니다만, 그냥 제 스스로 돌아서 그의 것을 핥아줄까 말까 결정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차라리 그가 명령했다면 더 쉬울 것 같은데... 제 항문 속을 들락거린 그것에 입을 대기는 조금 꺼려집니다. 고맙게도 그가 제 항문을 화장지로 두드려 닦아줍니다. 근데 아무리 힘을 줘도 오므려지지 않아 조금은 부끄럽기도 합니다. 빨리 팬티를 입고 싶은데 그가 언제나 허락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그 날 이후
일직을 선 다음 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저는 무석을 미술실로 호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도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를 하였습니다. 제 자신을 그린 스케치북 중에서 가장 야하다 싶은 걸 골라 소파 앞 탁자 위에 놓아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미련하게도, 제가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 했던 상황을 똑 같이 재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 스케치북을 무석이 가져가고, 그러면 저는 그를 불러 그걸 되찾고 그가 만든 사본까지 되찾고자 그에게 또한번 몸을 허락하는 것이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분명 무석은 탁자 위에 놓인 스케치북을 보고, 제 계획을 이해할 것이며 그 묵계에 동참해 줄 것이라고 저는 믿었습니다.
무석이 오자 소파에 앉자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저는 화장실에 가는 척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교사실로 돌아왔을 때 무석이 스케치북을 감추는 대신, 한 장씩 들춰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멍석 깔면 못한다더니, 그도 그런 것이 분명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보다는 훨씬 더 명석하고 판단력도 뛰어났습니다. 제가 뭘 보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말없이 스케치북을 덮고 말 그대로 네 다리를 쭉 뻗은 채 소파에 활개를 치고 앉아, 마치 제 의도를 다 안다는 듯 저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림보다는 실물을 보고 싶어요, 선생님.”
제가 짐짓 화가 난 체하며 선생님한테 그런 말을 하는 제자가 어디 있느냐고 야단을 쳤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제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제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요구대로 다 잊었어요. 다리를 벌릴 준비가 되면 부르세요.”
저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는 제 계획에 공범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신 제게, 안기고 싶으면 자존심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며, 자신은 급할 게 하나도 없다는 걸 표현한 것입니다. 마치, 여자는 저 말고도 많이 있다는 듯이... 저는 제 밑바닥까지 그에게 다 보여줘 버렸고 그는 제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지금
훈육실로 자신을 부르라고 한 무석의 무분별함에 화가 저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그의 명령대로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사에 학생들이 운동장이며 복도에 바글바글 넘치는 점심시간에, 제 아무리 밀폐된 훈육실이라곤 하지만 그가 제게 심한 짓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금껏 미술실 말고는 학교 내에서 무석하고 성행위를 한 적이 없었으니, 무석도 설마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실에서 무석에게 '훈육실로 와!'하고 하고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무실에 들러 핸드백을 챙겨 가고 있습니다. 핸드백 속엔 여벌의 속옷하고 어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성인용품 샵에 들러 구입한 젤이 들어 있어서 조금은 든든합니다. 그래도, 지금쯤 그가 도착해 있을 훈육실이 보이니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훈육실에 도착하자마자 비디오 카메라를 끄는 걸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무석이 만약 심한 짓을 하려 한다면 거절해야지 하고 지금은 결심하고는 있지만, 그 동안 그는 자신이 마음먹은 걸 하지 못한 적이 없었고 오늘도 무석이 희한한 걸 요구한다면, 결국 저는 들어주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문을 열어야 합니다.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행히 근처에 다른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날 이후
독자 여러분이 예측하는 대로 저는 결국 자존심을 완전히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그에게는 못 보여줄 꼴을 보여주고 말았으니, 한번 더 자존심을 굽힌다고 해서 그것이 제게 큰 상처가 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석이 그렇게 가버린 후, 저는 다른 남자라도 꼬실 생각을 하였습니다. 전부터 제게 눈치없이 추근거리던 학년 주임 김선생님은 유부남이었기 때문에 저랑 무슨 일이 있더라도, 소문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더라도 무석하고 한 번은 더 관계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제 마음을 들킬대로 들켜버린 데다, 어쩌면 무석이 제게 푹 빠져서 계속 관계를 가지고 싶어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역시 토요일 밖에 없었고 그 토요일을 저는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 가는지... 그 때는 정말 그 토요일이 제 인생에 절대 오지 못할 토요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되자, 아침 조회 말미에 저는 무석에게 체육대회 계획을 간단히 작성해 가지고 방과 후에 미술실에 잠깐 들르라고 당부했습니다. 점심식사도 거른 채 미술실에서 그를 기다리는 동안 제 가슴은 망치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결국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무석을 맞아야만 했습니다.
저는 무석이 내미는 배구는 누가 하고 어쩌고 하는 내용이 써져 있는 체육대회 계획서를 건성으로 읽어 보았습니다만, 그 사이에도 갈등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그가 앞에 서 있으니 마음과는 차마 안아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제가 그의 선생님이 아닌 그저 연상의 여자였다면, 어리광을 피우듯 한 번만 더 하자고 저속한 요구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저는 결국 그에게 수고 했으니, 이제 집에 가도 좋다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돌아서서 미술실을 대각선으로 걸어 문으로 향했고, 제 마음은 아타까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무석을 보내고 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기분... 그런데 문고리를 잡았던 그가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가슴이 무섭게 방망이질을 시작하였습니다. 그가 조금이라도 저에게 강제적인 행위를 한다면 그걸 핑계로 그에게 덥석 안겨 그의 말대로 다리를 벌릴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그는, 마지막까지 저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다가와 저를 강제로 추행하는 대신 그는 그 자리에서 그저 나지막한 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번 일은 죄송했습니다."
무석이 사실상 이별을 고하고 있는 거라는 걸 깨닫기 이전에 제 입은 벌써 '잠깐만!'하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가 문고리를 돌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저는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급함 속에서도 그에게 다가가는 걸음만큼 제 자존심과 체면이 바닥을 보이게 된다는 걸 느끼기는 했지만.... 하지만 그렇게 그를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당장 월요일 아침부터 그저 무미건조한 스승과 제자로 돌아가, 저에 육체에 대한 관심이 영영 사라진 그를 바라 보며 애만 태우는 그런 고통을 감내할 용기가 생길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바짝 다가간 제 입에서는 마음과는 달리 엉뚱한 말만 튀어 나왔습니다.
"시원한 거 줄게. 마시고 가."
제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의 음흉한 미소를 뒤로 한 채, 저는 돌아서서 교사실을 향했습니다. 뒤따라오는 그의 걸음 소리에 안심하며, 내 뒷모습을 관찰하고 있을 그에게 최대한 요염하게 보이도록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그가 나를 욕보였던 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앉아 차갑다는 느낌 외엔 아무 맛도 없는 콜라를 우리는 말없이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가 뭐라고 말을 걸어 주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여 사실은 내가 그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그 마저도 기회를 주지 않았고 어느덧 콜라캔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갈게요. 잘 마셨어요, 선생님."
이제 정말 끝인가? 문을 향해 걷는 그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냉정해 보였습니다. 그가 여학생을 더듬던 장면이 눈 앞에 선했습니다. 이젠 나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제가 그의 등 뒤에 대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말한 것이 저에겐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동이었는지 아마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는 나를 돌아보며 씨익 웃더니 '왜 그렇게 솔직하지 못해요?'하고 말하고는 저에게 다시 다가왔습니다.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제 앞까지 온 그가 머리를 기울였습니다. 또 수치스러운 말을 하려 한다는 걸 알아챘습니다만, 제 마음은 오히려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무석은 제게 기대한 것보다 훨씬 저속한 말을 속삭였습니다.
"제 자지를 맛보고 싶지 않은가 봐요, 선생님.”
그때 만약 제가 그에게 그게 무슨 싸가지 없는 소리냐며 호통이라도 쳤다면 지금 이처럼 그의 호출에 무기력하게 훈육실 문을 열어야 하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키스를 하시던지, 뺨을 치던지 하세요.”
저는 고개를 들어 입술로 그의 뺨을 터치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제 어깨를 두 팔로 안고 끌어당기더니, 그 잘생긴 입술을 제 입술에 가져다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그렇게 감미로운 키스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가슴을 두근거리며 제 입속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그의 혀를 빨고
또 빨았습니다. 그도 제 혀를 자신의 입으로 빨아 당겨 주었고, 그 혀를 통해 그 간 나를 괴롭히던 고민, 갈등, 두려움.. 모든 것이 빠져나가 버리고, 무석이 이제는 저를 연인처럼 부드럽게 대해 줄 거라는 뿌듯한 설렘이 대신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
하지만 키스를 마친 그는 저를 사랑스럽게 더듬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그 자리에 저를 세워 두더니, 무엄하게도 교사용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아, 마치 교사가 학생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제 심정도 마치 무슨 잘못을 해서 선생님 앞에 벌을 받기 위해 서있는 학생 같았습니다. 너무나 어색하고 어쩔 줄 모르는 기분. 그의 내게 옷을 모두 벗으라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저는 그게 말을 듣지 않으면 가버리겠다는 협박이라는 걸 눈치챘습니다.
봄날 오후의 따스한 햇볕으로 환한 교사실 한 가운데 서서 저는 옷을 하나씩 벗으며 오만한 제자의 정복감을 충족시켜 주어야 했습니다. 마지막에 브라자와 팬티만 남았을 때 다행히 그가 멈추라고 말했지만, 그 다음에는 더욱 수치스러운 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팔을 뻗으면 닿는 위치까지 걸어가 뒤로 돌아서서, 커다란 엉덩이를 그에게 내밀어야 했습니다. 작은 팬티 조각으로는 절반도 가려지지 않는 엉덩이를... 맨 처음 그의 손이 닿은 곳은 무릎 안쪽이었습니다. 그는 나이답지 않는 여유를 부리며 가장자리에서부터 제 몸을 유린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배가 부른 늑대가 여분으로 남은 먹잇감을 뒤척이며 가지고 놀 듯, 그는 서서히 제 몸을 쓰다듬으며 제가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걸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손길은 너무나 감미롭게 제 본능을 불러 일으켰고, 마침내 그 손이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었을 즈음엔, 축축이 젖은 천조가리 바깥까지 애액이 배어날 만큼 저는 흥분해 있었습니다. 연이어 브라자의 호크가 풀리고, 팬티마저 발목을 벗어나고 보니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알몸으로 그의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흥분과 수치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의자에서 일어서 제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목과 어깨를 입술로 비벼가며 급소를 공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잖아도 바짝 충혈되어 있던 꼭지와 조갯살은 그의 손가락이 만들어 내는 자극을 참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등을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거친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제 몸을 뜨겁게 달구어 놓던 그는 소파에 앉으라고 말했고, 발까지 소파에 올리고 무릎을 벌리는 부끄러운 자세를 하도록 하더니, 데생 전에 모델을 관찰하듯 제 보지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의 추행을 견디지 못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았지만, 그는 제 수치심 따위는 알 바 없다는 듯,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쁘다는 둥, 몸은 글래머인데 거기는 마치 애 같다는 둥, 젖어 있어 더 자극적이라는 둥 노골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마치 귀여운 어린애에게 하듯 무석은 제 입술에 짧은 키스를 해 주고는 보지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전에 했던 것처럼 음핵을 문지르며 점막을 긁어 주었습니다. 손이 닿자마자 온 몸에 번지는 짜릿한 전율. 저는 또 한번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신랑하고 그 많은 정사에서는 그렇게도 느끼기 어려웠던 절정을 그의 손장난 몇 번에 느껴버린 것입니다. 정신이 절반쯤 나가 있는 제 앞에서 그는 바지를 벗고 그 길고 굵은 기둥을 꺼내더니 제 엉덩이를 바짝 당겨 사타구니가 내밀어지게 하고선 제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쳤습니다. 조갯살에 뭔가 단단한 게 와서 닿을 때쯤 저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점막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팽팽하게 벌어지고, 마치 불쏘시개처럼 뜨거운 것이 하체를 메우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쾌감이었습니다. 그의 기둥이 제 중심을 들낙거리는 동안 저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그의 목을 잡아 당기고 입술을 물어 뜯었습니다. 보지 속에 쏴도 되느냐는 그의 물음에 미친 듯 고개를 끄덕거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득해진 의식 속에서 보지 속을 때리는 강한 진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늑대 같은 어린 제자에게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도 함께...
=========================지금
웬일인지 무석도 오늘은 나에게 자신의 바지를 벗기라는 말 대신에 의자에 앉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 오라고 해서 놀랐어요?’하고 무척이나 다정스럽게 물어옵니다. ‘아니, 괜찮아.’하고 대답은 하지만 그가 지금 날 건드릴 생각이 없다는 게 섭섭하기도 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백까지 걸치고 왔는데.... 이렇게 무석이 인자한 표정으로 날 쳐다봐주니 차가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훈육실이 무척이나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귀여워요. 선생님.”
어쩜 저렇게 제 마음을 잘 알고 있을까요? 그가 지금껏 제게 한 말 중에 가장 달콤한 말입니다. 입을 열면 눈물이 쏟아질까봐 고맙다는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똑똑한 무석은 내가 감격해하고 있다는 걸 알 겁니다. 그에게 달려가 목에 매달려 키스라도 하고 싶은데....
“부탁 하나 들어줄래요?”
그가 뭘 원하든 지금의 저는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첫 경험을 한 항문이 지금도 쓰라리지만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탁자 위에 엎드려 그에게 엉덩이를 내밀어 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어렵게 부탁하지 않아도 그가 원하기만 하면 할 수 있는 건데.... 도대체 어떤 부탁이길래 평소의 그 답지 않게 이렇게 정중한 걸까요?
======================== 그 날 이후
무석과 질펀한 정사를 나눈 그 주말 내내 저는 봄 감기인지, 몸살인지는 모르지만 온 몸이 망치로 맞은 듯 쑤시고 아파서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고맙게도 신랑은 골프 약속까지 취소하고 제 옆에 꼭 붙어 시중을 들어 주었고, 그런 그에게 무척이나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일요일 저녁, 그가 전화로 시어머니에게 물어물어 어렵게 끓인 미음을 한 숟가락씩 목구멍으로 넘기며 앞으로 제 인생에서 불장난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수도 없이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조회 시작 전에, 그 결심을 빠르게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저는 일부러 무석을 다른 선생님과 학생들로 북적대는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전달 사항을 딱딱하게 말해 준 다음, 그에게 결별은 선언하였습니다.
“고마웠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어.”
저는 너무도 의기양양 했습니다. 그에게 ‘엊그제는 내가 실수했어. 그만 잊어줘!’ 하는 구차한 말 대신 고마웠다고 말함으로써, 그와의 관계에서 제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걸, 저에게는 그가 아무리 넘봐도 깨지지 않는 단단한 틀이 있다는 걸 알려준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교사 장 윤정의 본래 모습인 것입니다.
사실 그는 화를 내면서 ‘우리 사이에 어쩌면 그럴 수 있느냐,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황홀해 하지 않았느냐’ 하고 따져 온다면, 저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더욱이 그가 만약 ‘우리 둘의 관계를 신랑에게 말하겠다.’라거나, ‘미성년자와의 성 관계에 대해 고발하겠다.’라는 등의 협박을 해 온다면, 꼼짝없이 그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웬일인지 그런 게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무석이 치밀하고 교활하긴 하지만, 그렇게 비열한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어느덧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제 믿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었습니다. 섭섭하게고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저의 결심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추억으로 간직할게요.”
그리고는 보통 다른 선생님에게 하듯,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서 가버렸습니다. 저는 조금 서운한 마음이 있었지만, 무석에게 고맙기도 했고,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은 정말 아무런 동요도,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모든 게 평화로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한 번 결심하면 그게 언제까지 유지되는 지 참 궁금합니다. 전에 교사 회식 자리에서 어떤 남자 선생님이 금연한 지 사흘 만에 다시 담배 갑을 여는 걸 보고 다들 의지력이 허약하다며 비웃었던 기억이 납니다만, 제 의지력도 아마 그 선생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신랑에게서 받았던 감동은 불과 며칠도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에는 그토록 심혈을 기울였던 학생 지도와 미술 수업도 이제는 별다른 흥미를 주지 못했습니다. 수업시간엔 어떻게든 관심을 가져 보려고 일부러 애를 써봤지만, 대학입시에 별 도움도 되지 않고, 학생들도 싫어하는 수업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그저 귀찮은 노동이 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은 너무나 권태로웠고, 저는 제가 이미 과거의 제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말하기도 부끄러운 버릇까지 생겼습니다. 신랑 몰래 자위를 하는 것까지야 그렇다 치고, 학교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학생들이 전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운 제자들로 보이는 대신, 조금만 자극을 줘도 단단하게 굳어오는 자지를 가진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남학생의 사타구니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무석을 쳐다보거나 그와 단둘이 있게 되는 자리를 피했습니다만, 복도에서나 운동장에서, 아니 길거리에서도 무석처럼 키가 크고, 빼빼 마른 남학생을 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예전에 그와 나눴던 정사에 대한 기억이 언뜻언뜻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태인지라 점심시간에 부반장인 유진이 저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찾아왔을 때에도 귀찮기만 했습니다. 이삼 주 전만 하더라도 저는 학생과의 면담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였고, 여학생들이 호소하는 것은 대개 뻔했습니다만, 그래도 그 애들에게 스승으로서,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뭔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보람 있어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마저도 싫었습니다. 유진을 먼저 훈육실로 보내 놓고 어떻게든 면담시간을 단축시켜 보고자 나는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훈육실의 문을 여는 순간,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유진의 눈에 글썽이는 눈물을 보자 저는 그 애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는 걸 깨닫고, 진지해졌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 전학시켜 주세요.”
미처 의자에 앉지도 못한 저에게 다짜고짜 한 마디하고서 탁자에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참을성 있게 그 애의 울음이 멈추기를 기다렸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야 선생님이 돕지.”
“.....”
“이성 문제니?”
“네...”
“우리 학교 남학생?”
“네.”
“이름 말해 줄 수 있니?”
“무석이요. 이 무석.”
그 때부터 제 심장의 박동은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진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점점 더 빨라졌습니다. 학기 초부터 무석을 좋아했던 유진이 처음 그에게 고백한 건 아마도 그가 내 스케치북을 훔쳐간 그 때 즈음인 듯 했습니다. 무석이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를 했을 땐 무섭긴 했지만, 그 다음엔 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유진이 말할 때에는 제 가슴 속에 뜨거운 불덩어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무석이 미술 시간에 작업대에 나란히 앉았을 때 유진의 치맛 속을 더듬은 장면에서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훈육실을 서성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언제였어?”
“저번 주...”
제가 그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던 그 시기에, 무석은 제 수업시간에 보란 듯이 다른 여학생의 몸을 더듬고 있었던 것입니다. 표시를 안 하려고 애를 썼지만 제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갔고 유진은 그런 저를 보고 바짝 얼어붙었습니다.
“넌... 어떻게 했어?”
“저는 말리려고 했는데... 수업 시간이라 다른 애들이 볼까 봐.”
“그래서... 결국 허용하고 말았어?”
고개를 끄덕거리는 유진은 보며,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파렴치하고 싸가지 없고 인간 말종 같은 녀석!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심한 욕을 마음속으로 퍼부어댔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겨우 목소리만을 가다듬고 유진에게 ‘그 다음에는?’하고 물었습니다.
“수업 끝나고 제가 그런 거 싫다고 하니까, 무석이가 알았다고 했어요.”
“그...그럼 된 거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저하고는 말도 안 해요. 선생님 저 어떡해요? 차라리 싫다는 말을 하지 말 걸! 무석이가 저를 피하는 걸 보면 정말 죽어버리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지금도 제가 무석에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그의 냉정한 외면입니다. 차라리 화를 내고 날뛰면 더 나은데... 아무튼 저는 다시 탁자에 고개를 묻고 울고 있는 유진에게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시작은 달랐지만 무석은 유진과 저를 같은 방식으로 다루었고, 저 역시 그에 대하여 적당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지금
저는 결국 점심시간에 무석이 일러 준 레스토랑 앞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훈육실에서의 그의 부탁은 느끼기에 따라선 무척이나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선배 생일이라 파티를 하는데 파트너로 참석해 달라는 것은 만약 제가 무석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면 못 들어줄 이유가 없는 부탁인 것입니다. 계단을 내려가자 말끔한 유니폼을 입은 총각이 다가와 예약이 되어 있느냐고 묻습니다. 제가 무석의 이름을 대자 그 이름이 무척이나 친근한 듯 아는 체를 하며,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벽에 걸린 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무척이나 세련되어 보여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만 아까부터 조금씩 불안해지는 마음이 추스려 지지 않습니다.
나이 많은 내가 어떻게 너하고 그런 델 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무석은 선배들도 다 그렇다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지금 내 모습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스물 중반은 되어 보입니다. 차라리 가디건을 걸치고 오지 않았다면 좀 더 젊어 보였겠지만, 교사가 되어가지고 소매 없는 원피스 차림으로 밤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아 저기, 무석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 입어서인지 누가 봐도 고등학생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오늘은 윤정 씨라고 부를게요. 괜찮죠?”
“응.”
“네라고 하세요.”
“네...네.”
무석이 볼에 뽀뽀는 해주었지만 그 정도로는 불안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냥 차라리 못오겠다고 할 걸. 하지만 그랬다간 무석이 다시는 저를 안아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이 자리는 저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인 것입니다.
============== 그 날 이후
제가 무석을 다시 호출한 건 유진과의 면담이 있었던 그 날 방과 후였습니다. 일과 시간 이후에는 훈육실을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미술실로 오라고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술실이 있는 별관 전체가 텅텅 비어 있어 조금 꺼려지기는 했지만, 다른 선생님들이 있는 교무실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고, 또한 다음 날 점심시간까지 기다리기엔 제 마음이 너무나 조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업대 건너편에 앉아 예전의 능글 맞는 미소를 짓는 대신, 차갑게 입술을 다물고 있는 무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나는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썼습니다. 눈 앞에 있는 남학생은 파렴치한 바람둥이가 아니라 내가 바른 길로 이끌어야할 제자라는 걸 몇 번이고 다짐한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너 원래 그런 녀석이야?”
이건 또 무슨 황당무계한 말입니까? 논리적으로 그를 설득하려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입은 방정 맞게도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비난의 말을 꺼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만약 제가 담임로서의 경험이 훨씬 많았다면 그 상황을 쉽게 반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저는 오히려 표정까지 굳히고 말았습니다. 그런 저에 비해 그는 너무나 침착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그가 제 면담 능력을 비웃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자 저는 어느덧 이성의 끈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네가 유진이한테 한 짓을 모를 줄 알아?”
‘잘못했습니다’ 라든지,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라든지 하는 반성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습니다. 오히려 그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더 당당해 보였습니다.
“뭘 말씀하시는 건데요? 유진이 몸 만진 거요, 아니면 헤어진 거요?”
“둘 다!”
“그건 저와 유진이의 문제인데요?”
너무나 뻔뻔스럽게 그는 되물었고 언제나 그래왔듯 그와의 대화에서 저는 주도권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말도 잘하는지... 하지만 저도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더욱더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어떻게 어린 여학생의 몸을 함부러 만질 수 있느냐’며, ‘너는 까진 녀석이지만 유진이는 착하고 순진한 애라 그런 못된 짓은 용서 못한다’며, ‘유진이 부모님이 아시면 넌 퇴학은 물론, 감옥에 가야한다’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를 쏘아붙였습니다. 그는 그저... 제 레퍼토리가 바닥날 때까지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곤 제풀에 지쳐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저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선생님은요? 저에게 하신 것.”
분명 해는 떨어지지 않았는데 눈앞이 어두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별관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조용해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듯했습니다. 몇 마디 되지 않는 그 말이 그가 저에게 했던 어떤 저속한 말보다 더 심한 충격을 주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스케치북을 미끼로 저에게 벗기를 강요한 건 그였지만, 그 이후의 일들은 모두 제가 원했던 게 확실했습니다. 아니, 그가 어떻게 저를 도발했다 해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자체가 교사인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제가 무석에게 한 짓에 비하면 무석이 유진에게 한 행동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무석이도 유진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인데도 말입니다.
“꼭 질투하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
질투라고?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진의 상대가 무석이 아닌 다른 남학생이었더라면 제가 그렇게 흥분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갑자기 무석의 얼굴에 예전에 절 능욕할 때 보였던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그걸 보자 몸 한쪽에 묘하게 비틀려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유진이랑 다시 사귀어요?”
“교실로 돌아 가! 꼴 보기 싫어!”
의자에서 일어선 무석은 문 쪽으로 걸어가는 대신 작업대를 돌아 반대편에 앉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미처 말릴 틈도 주지 않고 제 귀에 입을 바짝 대고는 속삭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선생님 점막에 넣고 싶어요. 제 굵은 기둥..”
그는 그 말을 마치고 미술실을 나가버렸지만 파블로프(Ivan Pavlov, 1849-1936)의 실험에 나오는 개처럼, 저는 익숙한 그 말에 반응하였습니다. 며칠 동안 무료함 속에서도 가늘게 유지되었던 결심은 사라지고, 무석과의 정사가 가져다 주었던 황홀한 쾌감에 대한 기억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결심하기만 하면 다시 한 번 그런 걸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서 저와 무석이 앉았던 의자를 작업대 깊숙이 밀어 넣고 미술실을 나와 이제 막 어둑어둑해지는 복도를 걸었습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층계참을 돌던 나는 옥상으로 향하는 층계의 중간 편평한 곳, 어둠 속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무석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잔인한 유혹이었습니다. 그를 못 본 척 하며 한발 한발 계단을 내려가고는 있지만 그에게서 멀어질수록 유혹은 커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2층까지도 채 내려가지 못하고 저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3층을 지나 그대로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밟았습니다. 마치 수업 시작 후에 교실에 들어오는 지각한 학생이 된 심정이었지만, 오래간만에 느끼는 강한 욕구에 제 심장은 터질 듯 뛰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그는 벽으로 밀어붙였고 저는 차갑고 까칠한 시멘트에 두 손을 짚었습니다. 그의 손길은 거칠게 제 청바지의 단추를 풀고, 자크를 내렸고, 그러는 동안 저는 제 속에서 내장 하나 쯤은 터져 버리는 듯한 희열의 폭발을 느꼈습니다. ‘이게 너무 좋아. 여기가 학교든, 내가 교사든..’ 무석의 차가운 손이 팬티와 아랫배 사이를 파고 들어 왔습니다. 저는 다리를 벌려 그의 손이 쉽게 전진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수풀을 지나 둔덕을 넘는 것까지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으으으응!”
손가락 끝이 음핵을 압박하자 짜르르 번지는 전율을 참지 못하고 저는 짐승처럼 울부짖었습니다. 동시에 그간 저를 억누르고 있던 모든 것들, 지성, 교양, 자존심, 책임감, 죄책감 같은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한 마리의 암컷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 지금
청이 언니가 아버지의 시력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뱃머리에 섰던 심정을 저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그 분이 공양미 삼백 석이 과연 아버지의 잃어버린 광명을 찾게 해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을 테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처럼 저도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무석이 저의 헌신에 대하여 감격하고 만족해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아직은 여기 들어와 처음 받았던 충격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려니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서도 두려운 상태입니다.
이 방에 들어오기 직전에 있는 조그마한 방에 무석이 저를 데리고 들어올 때만 해도 저는 여기가 그저 평범한 레스토랑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저에게 외국 영화에서나 보던 고양이 가면을 내밀었을 때에는 얼굴이 팔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의 큰 손으로 쥐면 보이지도 않을 분량의 헝겊으로만 된 옷을 내밀고 ‘이걸로 갈아 입어’라고 했을 때는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그 헝겊 쪼가리를 걸치고 앉아 있긴 하지만, 차라리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것만 못합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옷이 아니라, 작은 삼각형 세 개를 끈으로 연결해 놓은 것입니다. 그것도 반투명의 재질이라 위 쪽 두개의 삼각형으로는 제 분홍빛의 꼭지가 원래의 색 그대로 비쳐 보이고, 아래 쪽의 좀더 큰 삼각형은 검은 음모가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저 말고 이 방에 저랑 똑같은 차림의 여자가 두 명이 더 있고, 무석을 포함한 세 명의 남자도 작은 삼각형 하나씩만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덜하기 합니다만, 가면 속의 눈 들이 제 몸을 향하면 마치 바늘로 몸을 쿡쿡 쑤셔대는 듯한 느낌입니다.
두 명의 남자는 체형으로 보나, 목소리로 보나 무석보다는 한참 나이가 들어 보입니다. 무석이 어떻게 해서 이런 모임에 끼게 됐는지 의아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무섭기도 하지만, 그가 테이블 건너 반대편 소파에 앉아 있기 때문에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 때 그 끔찍한 기분은 폭탄주를 몇 잔 마신 지금은 많이 가셨고 그 간의 대화를 들어보면 남자들도 그렇게 무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여자들은 나이를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모임에 대한 경험이 많은지 남자들끼리의 대화에 곧잘 끼어들거나,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도 무척이나 자연스럽습니다.
“자 마지막 원샷하고 시작할까?”
가운데 앉은 제일 연장자인 듯한 남자가 한마디 하자 무석과 다른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납니다. 도대체 뭘 시작하겠다는 건지... 남자들은 신이 난 듯합니다. 테이블을 구석으로 옮기자 마주 본 소파 사이에 넓은 공터가 생깁니다. 아니, ... 그 공터에 꽉 차도록 매트리스가 깔립니다. 설마 무슨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분주히 왔다갔다 하는 남자들의 사타구니를 가린 삼각형 위쪽으로 삐죽거리며 나와 있는 것들은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무엇인지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제일 많이 솟아있는 무석의 것은 저에겐 익숙하지만, 다른 남자들의 그걸 보니 마치 뱀을 본 것처럼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 그 날 이후
무석은 말 한마디 없이 계속해서 제 음부를 공략하는 동안 저는 마치 형사에게 체포된 피의자가 몸수색을 당하는 것처럼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그 떨림은 두렵거나, 추워서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음란한 행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돌아서서 무석의 목을 끌어안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무석의 난폭한 남성에 의해 유린당한다는 피학적 쾌감이 더 좋았기 때문에 저는 마치 접착제로 붙여 놓은 듯 두 손을 벽에 꼭 붙이고 있었습니다. 질컥거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집요하게 제 음부를 공략하던 무석이 마침내 거칠게 청바지를 아래로 잡아당겨 내렸을 때, 텅 빈 계단에 울려 퍼진 제 비명소리가 너무 커서 누군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드...들어가서 해!”
“괜찮아요.”
제 현명한 제의를 짧게 무시한 채 무석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을 계속 했습니다. 주저없이 팬티까지 무릎 아래로 당겨 내리더니, 그 바람으로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올라온 그의 손바닥이 손날로 변했고, 그는 마치 톱질을 하듯 손가락 끝부터 팔꿈치까지의 길이를 왕복시키며 제 중심에 마찰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뒤 쪽 구멍과 꽃잎, 그리고 음핵까지 한꺼번에 자극당한 저는 금새 미칠 듯한 흥분 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가 톱질을 한번 할 때마다 제 목은 뒤로 꺾였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그 때마다 끙끙거리는 신음을 질펀하게 흘려댔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우리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그래서 저는 손바닥을 떼고 뒤로 돌아서서 무석의 어깨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숨을 헐떡거리긴 했지만 단호하게 선언을 했습니다.
“여..여기선 안 돼. 들어가서 해.”
몸을 돌리기 전의 그 냉막한 표정이 아니었다면 저는 무석이 앞장 서서 미술실로 향하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입니다. 나중에서야 그가 똑같은 말을 두 번 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 때는 그저 불길한 느낌 때문에 그의 발걸음이 미술실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급하게 막 계단에 발을 딛으려 하는 그를 쫓아갔습니다. 발목에 걸린 청바지 때문에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아장아장 뛰는 저의 모습은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웠겠지만, 제 심정은 마치 피난길에서 떠나는 마지막 배를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그의 목을 뒤에서 팔로 감고 제가 ‘어디 가?’하고 묻자, 그가 ‘교실에..’하고 대답하였고, 저는 절망 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저에게는 가장 비참한 말을 꺼내고 말았습니다.
“할께! 시키는 대로 할께! 다 할께!”
그리고는 그것도 모자라 돌아선 그의 눈을 보고 애원하는 표정으로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잘못했어.”
그 말이 그의 마음에 들었던지 무석은 짧은 미소를 띄고 다시 한 번 저를 두 개의 벽이 만나는 구석으로 몰아 붙였습니다. ‘목을 감아요’하는 명령에 저는 순순히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았고, ‘키스해’하는 명령에 마치 젖을 탐하는 아기처럼 미친 듯이 그의 입술을 빨아 당겼습니다. 비참함 때문에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뺨으로 옮겨 갔지만, 한편으론 마음 속에 뿌듯한 행복감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저를 용서한다는 듯 제 풍성한 엉덩이 살을 쥐어 주었고, 손가락으로 점막을 휘저어 주었습니다. 제 아랫도리를 통하며 애액 말고도 다른 뭔가가 마구 빠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가 아직까지 제 발목을 감싸고 있던 청바지를 발로 누르고 한 쪽 다리를 잡아당기자 마치 바나나 껍질이 벗겨지듯 청바지가 빠져 나갔고, 그는 그 다리를 접어 올려 자신의 겨드랑이에 끼워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에는 꽃잎에 닫는 뜨겁고 단단한 살덩어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살덩어리가 제 점막을 찢을 듯 팽팽하게 벌리고 들어올 때 그 강한 자극을 견디지 못해 저는 신음을 내질렀고, 그게 얼마나 큰 소리인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무석이 손바닥으로 제 입을 막아준 것이 너무 고마웠지만, 눈물이 콧물로 변해 그의 손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무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하체가 꽉 차도록 밀어 넣은 그가 ‘내 여자야, 그렇지?’하고 물었을 때, 저는 그의 손바닥과 벽 사이에 눌려 제대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머리를 급하게 앞뒤로 끄덕여 확인을 시켜 주었습니다. 그렇게 위태위태한 장소에서, 그 불편한 자세에서도 저는 서너번 정도의 절정을 경험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매 번의 절정마다 제가 사춘기를 겪을 무렵, 아직 걸음마도 채 떼지 못했을 어린 제자의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세상 무엇을 다 준다 해도 그와 함께 하는 그 순간만은 바꾸고 싶지 않았습니다.